코로나19에 사업 구조 개편…‘선택과 집중’으로 해외시장 공략

이랜드그룹이 최근 라이선스 계약 연장을 체결한 뉴발란스의 전속모델 김연아 화보컷.
[주간한국 이주영 기자] 여대 앞 2평 보세 옷가게에서 시작한 이랜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글로벌 공략을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한때 사업 확장 후유증으로 구조조정이라는 아픔을 겪었지만, 그 경험이 오히려 위기 상황에서 해외시장 기반을 안정화할 수 있는 전략이 됐다. 최근에는 뉴발란스와의 계약을 연장, 2025년까지 중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해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작은 2평 옷가게였다

이랜드그룹의 성공신화를 언급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이야기는 보세 옷가게 ‘잉글랜드’다. 그룹 창업주인 박성수 회장이 빌린 돈 500만원으로 시작했다는 잉글랜드는 1980년 이화여대 앞에서 학생들에게 옷을 파는 2평 공간이었다. 박 회장은 맞춤복이 유행이던 당시 ‘절반 가격에 2배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철학으로 대중성과 가성비에 승부를 걸었다. 사업은 대박을 쳤고, 그는 결국 문전성시를 이루던 여대 앞 작은 옷가게에서 법인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1986년에는 국내 최초 의류 프랜차이즈인 ‘이랜드’를 탄생시켰다. 당시 지명은 법인명으로 할 수 없어 ‘잉글랜드’로 법인명을 만들 수 없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박 회장은 이후 1994년 아웃렛 사업과 식품 사업, 1995년 호텔업에 진출했다. 패션으로 시작한 사업은 유통분야와 식품업계를 아우르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2003년에는 인수한 뉴코아백화점을 아웃렛으로 전환해 본격적인 아웃렛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2005년에는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의 한국 판매권을 인수해, 5년 만에 매출을 15배 끌어올리는 기록을 남겼다. 2010년에는 동화백화점과 그랜드백화점 강서점을 인수해 그룹 규모를 더 키웠다. 현재 이랜드그룹은 패션, 유통, 레저, 엔터테인먼트, 푸드, 건설,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전화위복’ 신용도 재상승

이랜드는 사업을 키우다 위기를 맞은 적도 있다. 2003년 법정관리 중이던 뉴코아를 6300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2013년 캐주얼 브랜드 케이스위스까지 50여 건의 인수합병(M&A)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이랜드월드(패션), 이랜드리테일(유통), 이랜드파크(레저) 등을 주축으로 연 매출 9조4000억원의 그룹으로 급성장했다. 대부분의 인수 자금을 차입으로 조달한 결과 2013년 그룹 부채비율이 399%까지 치솟았지만, 금융 비용 감당에는 문제가 없었다.

위기는 의외로 중국에서 일어났다. 2014년 티니위니, 이랜드, 스코필드 등 40여개 브랜드의 중국 매장 수는 8000개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였지만, 한국신용평가가 2015년 12월 중국 패션사업의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0’로 하향 조정했다.

차입금 조기 상환의 압박이 일자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다. 이에 이랜드는 인기 브랜드의 매각을 결정했다. 2016년 3월 캐주얼 브랜드 티니위니(8700억원), 평촌 NC백화점(1380억원), 케이스위스(3030억원) 등을 연달아 팔아치웠다. 이중 티니위니는 중국에서 이랜드가 선보인 패션 브랜드 가운데 매출 1, 2위를 다투는 효자 브랜드였다. 현지에서 1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으나 당시 추진하던 킴스클럽 매각이 지연되자 2017년 중국 여성복업체에 매각했다. 자연별곡, 애슐리도 2017년 사업을 접었다. 그 결과 그룹 부채비율은 2017년 200%, 2018년 172%, 지난해 160%로 떨어졌고, 인수합병의 ‘큰손’에서 매각의 ‘달인’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평가는 이랜드의 재무 안전성 개선을 반영해 2018년 6월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월드의 기업신용등급을 ‘BBB+’로, 기업어음등급 및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0’에서 ‘A3+’로 상향 조정했다.

코로나에도 멈추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을 휩쓸던 올해 1월 이랜드도 중국에 있는 4000여개 매장의 86%를 휴점하는 등 강도 높은 대응에 들어갔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사업 구조 개편을 위해 아동복 PB브랜드의 오프라인 사업을 일부 중단한다고 최근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매장에서 철수할 뿐 브랜드를 접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오프라인 사업을 접는 것은 맞지만, 향후 브랜드를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브랜드 자체는 가져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랜드는 글로벌 뉴발란스와의 계약을 연장, 1조원 브랜드로 키울 것이라고 최근 전했다. 이랜드월드는 지난달 28일 글로벌 뉴발란스와 오는 2025년까지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내용의 라이선스 연장 계약을 맺었다. 이랜드는 이번 계약 연장을 계기로 한·중 양국 핵심 상권에 우먼스라인이나 키즈라인 단독 매장 등을 확대하고 토털 스포츠 브랜드로의 위상을 구축해 한국과 중국을 합쳐 연 매출을 1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확보해 한국과 중국 뉴발란스 사업이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뉴발란스 본사가 글로벌 캠페인을 통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스포츠브랜드 ‘빅3’ 진입에도 이랜드가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영 기자



이주영 기자 jy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