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상승 출발한 8일 오전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시작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하락 출발하였다. 연합

1분기 성장률 큰 폭 하락... 기업실적은 예상보다 괜찮아

국내외 여러 곳에서 좋지 않은 경제지표가 쏟아져 나왔다. 1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4.8%(전기비연율)를 기록했다. 1분기 12주 중에서 이동제한이 시행된 기간이 2주밖에 안 되는 걸 감안하면 예상했던 것보다 큰 폭의 후퇴다. 2분기에 최소 4주의 이동 제한이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2분기 성장률은 -30%까지 내려갈 수 있다. 성장 둔화는 유럽에서도 나타났다. 1분기 유로존의 성장률이 -3.8%(전분기비)를 기록했는데 이를 미국의 성장률 산정 방식으로 바꾸면 -14.4%가 된다. 유럽이 미국의 3배에 달하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우리는 -1.4%로 선방했지만 2분기부터가 문제다. 4월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4.3% 줄었다. 액수도 2016년 2월 이후 최저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에는 주로 내수가 영향을 받았지만 4월 이후는 수출이 더 크게 영향을 받을 걸로 보인다. 내수는 우리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도 수출은 다른 나라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 수출 둔화의 영향으로 당분간 성장률이 부진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걸로 보인다.

이렇게 경기 둔화가 심해지자 선진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앞다퉈 경기 부양대책을 내놓고 이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연준의장이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을 유지하고 한도에 구애 받지 않고 신용 창출에 나서겠다고 얘기한 것도 의지 표현의 하나로 보인다. 기업실적은 걱정했던 것보다 괜찮았다. 코스피 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7% 줄어드는데 그쳤다. 시장 전망보다 6.7% 개선된 수치다. 코스닥은 더 좋아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5% 증가했다. 실적도 경제와 마찬가지로 2분기 이후가 문제되고 있다. 2분기에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비중이 큰 IT 기업의 실적 감소가 본격화된다. 유가 상승으로 정유사가 1분기보다 괜찮은 수치를 내놓겠지만 그 규모가 IT기업의 감소분을 만회할 정도는 아니다. 당분간 시장의 관심은 하반기 경제에 맞춰질 것이다. 하반기 국내외 경제가 V자 반등을 하겠지만 코로나19 확산 전에 못 미치는 수준에서 반등이 끝난다면 시장도 그에 맞게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지난 한 달간 주가 상승으로 V자 경기 반등이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 이제는 반등 이후가 중요해졌는데 경기 수준이 질병 발생 이전에 못 미칠 경우 주가도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당분간 경기 부양대책의 영향력이 유지될 듯

몇몇 긍정적인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우선 5월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코로나19가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진정 시점을 인구 백만명당 신규 확진자가 1명 이하로 떨어진 때로 볼 경우 5월초~중순 사이에 여러 선진국에서 진정국면이 나타날 걸로 전망된다. 이 시점을 경계로 우리나라에서 국내 여행이나 영화 관람 등 경제 활동이 활발해졌음을 감안할 때 선진국 역시 조만간 경제 활동 정상화가 시작될 것이다. 경기부양대책도 감안해야 한다. 올해 초부터 4월까지 넉 달간 미국 연준의 자산이 2조4000억달러 늘었다. 금융위기 발생 직후 3년간 1조5000억달러가 증가했던 것과 비교된다. 재정 투입도 비슷하다. 올해 미국의 재정 확대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3%로 2008~2010년의 6%보다 훨씬 크다. 중국 역시 금융위기 때의 두 배에 달하는 10% 내외의 재정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경기 부양대책은 코로나 19가 확산되기 이전에는 없었던 부분이다. 새롭게 더해진 만큼 시장에 영향을 크게 줄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1,2차 양적 완화를 발표했을 때 주가가 각각 70%와 60% 올랐고 정책의 피로도가 높아진 3차 양적 완화 조치도 주가를 40% 넘게 끌어올린 예가 있다. 당분간 주식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와 부양책에 의한 상쇄 정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제약주는 기업실적 등 기본 실력으로 평가해야

미국 길리어드사의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약과 바이오업종이 다시 눈길을 끌었다. 이 업종은 이번 코로나19로 가장 높은 상승을 기록한 곳 중 하나다. 업종의 특성과 함께 우리의 코로나19에 대처 능력이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으면서 제약사의 위상도 덩달아 높아졌다. 긍정적인 변화이긴 하지만 기대를 마냥 부풀릴 정도는 아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452건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이중 연구자 임상시험이 304건이고 제약사 임상시험 역시 141건이나 된다. 유형별로는 화합물의약품 임상시험 382건, 바이오의약품 임상시험 57건으로 구성돼 있다. 코로나19가 세계적 관심사여서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경우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 문제는 치료제와 백신 개발의 혜택이 주로 첫 번째 개발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두 번째 개발자 이후는 첫 번째 개발자보다 약효가 월등히 좋거나 아주 낮은 가격이어야만 일부라도 혜택을 볼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치료제와 백신 개발 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바이오 주식이 크게 오른 만큼 이제부터는 기업 내용을 꼼꼼히 따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무리 재료가 강해도 주가는 결국 기업의 기본 실력을 벗어날 수 없다. 테마가 지나가고 나면 주가가 하락하고 이를 회복할 때까지 오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기억하셨으면 한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