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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끄는 한전의 '에너지 플랫폼 기업' 변신

‘지능형 디지털 발전소’ 구축 및 ‘그린본드 2년 발행’…김종갑 사장 기민 대응 눈길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전기요금 개편안 마련에 주력 중인 한국전력의 궁극적인 목표는 재무구조 개선 및 지속가능성의 완벽 구축으로 분석된다. 오랜 기간 원가보다 싼 전기를 판매하며 적자를 누적해 온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게 한전의 큰 그림이다. 김종갑 사장 취임 이래 변화한 한전의 행보에서 그 면면이 드러난다. 부쩍 ‘디지털’과 ‘친환경’에 대한 가치를 부각시키고 있다. 김종갑 사장이 변화할 한전의 모습으로 제시한 ‘에너지 플랫폼 기업’에 업계 관심이 남다르다.
구조적 한계, 돌파구는 ‘디지털’

올해 1분기 한전은 영업이익 4306억 원을 기록했다. 3년 만에 달성한 영업 흑자다. 괄목할 만한 성과지만 박수 받지는 못했다. 자체 노력보다는 저유가 등 외부 효과로 바라보는 이들이 적지 않았던 탓이다. 실제로 이 기간 한전의 매출은 15조93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다만 국제 연료가격이 하락해 전력구입비가 1조6005억 원 줄었다.

이런 현상을 다르게 해석하면 그간의 적자 또한 상당부분이 외부 요인에 기인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기업으로서 영리 추구에 집중하기 어려운 태생적 한계, 또 국제유가 변동 상황과 정부 에너지 정책 기조로 인한 변동성에 취약한 구조는 한전의 극복 과제로 줄곧 작용해온 게 사실이다.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보였던 문제지만 돌파구가 차츰 열려가는 모습이다. 지난 2018년 김종갑 사장 취임 후 한전은 체질개선 수준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변신의 첫 발은 디지털 전환이다. 업계를 불문하고 시대 흐름상의 필수 분야이기도 하지만, 한전 입장에서도 원가 절감 및 에너지 계획·운용·거래 등 전반의 사항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꼭 필요한 사항이다.

지난달 한전은 발전자회사 등을 합류시켜 ‘지능형 디지털 발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디지털 발전소는 보일러·터빈·보조기기 등 발전소의 주요기기 전반이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등 IT기술과 접목된 플랫폼이다. 한전에 따르면 이 발전소를 통해 운영효율 극대화는 물론 각 부품의 수입의존도 탈피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전 관계자는 “디지털 발전 기술을 활용하면 전력용 기기 수입은 줄이고, 반대로 직접 개발한 기술을 수출할 수 있다”며 “예상되는 신수익 창출 규모는 2026년까지 약 50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또 “뿐만 아니라 스마트 팩토리와 같은 다양한 산업플랫폼으로 확산 적용도 가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협력업체에도 이익이 예상된다. 한전 관계자는 “디지털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발전소를 개발하면, 빅데이터 형식의 여러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며 “기존까지 해외에서 수입했던 부품들에 대한 정보도 마찬가지로서, 이를 통해 국내 업체들이 국산화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길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밖에 공공기관 중 최초로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 검증을 통과한 것 역시 성과다. 한전의 클라우드 서비스 ‘HUB-PoP’(허브팝)이 3년의 기술개발 끝에 지난 1일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품질·성능 검사 관문을 넘었다. 해당 서비스가 본격 사용되면 전력 빅데이터를 사용한 각종 분석 프로젝트,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솔루션 개발 등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규제’와 다름없던 환경을 ‘기회요인’으로

‘친환경 기업’으로의 전환도 중점 추진사항이다. 단순 이미지 제고를 위한 조치가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 문제는 현재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을 방해하는 적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전이 1조 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것만 보더라도 중대성을 알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에 따른 비용 지출 규모가 전년도 530억 원에서 7095억 원까지 늘었다.

업계에선 탈원전 기조 등의 영향으로 석탄화력을 늘린 게 원인이라고 바라본다. 정부가 정책을 선회하지 않는 한 한전으로서는 같은 문제를 지속 떠안아야만 하는 셈이다. 물론 모든 탓을 정부에 돌릴 수는 없다. 국내외에서 환경규제는 갈수록 심화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따라서 선제적인 환경 규제 대응 및 관련 기술 확보가 무척 중요하다.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하는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나아가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최근부터는 본격 수익을 내기 시작해 전망이 좋다. 지난 4월에는 2억 달러 규모의 괌 태양광 발전사업 금융계약을 체결했는데, 미국지역 최초의 국제 경쟁 입찰 결과물이라 의미를 더했다. 25년 장기 전력판매 계약으로서 향후 3억4000만 달러의 매출이 기대된다.

아울러 멕시코 태양광발전소를 착공했고, 요르단 푸제이즈 풍력발전소를 준공했다. 한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얻어낸 결과물”이라며 “친환경 청정에너지 확대와 온실가스 감출은 세계적인 흐름으로서, 앞으로도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밑바탕엔 김종갑 사장의 기민한 대응이 큰 몫을 차지했다. 그는 한전의 에너지 플랫폼 기업화를 미래비전으로 제시했었다.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는 한전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소로 유가 변동성을 꼽은 바 있다. 환율과 각종 정책비용 및 제세부과금 등은 유가 다음이며, 에너지 전환 정책은 후순위에 있다는 게 그가 내린 진단이었다.

한전의 점진적 혁신은 투자자 신뢰도를 높이는 결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한전은 국내 최초로 ‘2년 연속 그린본드 발행 회사’가 됐다. 이번 그린본드는 5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 0.438%로, 국내서 발행한 글로벌 달러채권 5년물 중 최저수준이다. 발행예정액(5억달러) 대비 10배(52억달러)의 투자수요가 몰려 최초 제시 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발행하게 됐다.

한전 관계자는 “국내 전력채 발행과 비교해 봐도 낮은 금리로 조달함에 따라 금융비용을 크게 절감했다”며 “한전의 펀더멘탈에 대한 투자자들 신뢰와 한전의 에너지 전환 및 탈탄소화에 대한 투자자 요구를 확인한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기존 채권 차환과 신재생사업 및 에너지 효율화 등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전은 오는 26일 이사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전기요금 개편안이 안건으로 상정될지 주목받고 있다. 상정되지 않더라도 이달 중 어떻게든 관련 사항을 발표하겠다고 한전은 밝혔다. 개편안은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의 합리적인 개선, 주택용 계절·시간별 요금제 도입 등을 뼈대로 할 가능성이 높다.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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