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0일 22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다주택자에게 취득.보유.양도세 폭탄
다주택 종부세 최고세율 6.0% 취득세율도 8.12%…1년 미만 주택 팔면 양도세 70%

6·17 부동산 대책 발표 3주 만에 다시 나온 '7·10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크게 올려 투기수요를 원천 차단하려는 고강도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단지 상가의 부동산 중개업소.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22번째 부동산대책의 하나로 종합부동산세뿐 아니라 양도소득세 인상안을 발표했다. 주택 양도차익에 붙는 세금을 높여 투기성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의도지만 양도세 부담이 커지면 다주택자가 집을 매매하는 데 걸림돌이 돼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10일 내놓은 추가 부동산 대책은 집을 사고, 보유하고, 파는 전 과정에서 세금 부담을 늘리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집을 살 때는 취득세, 보유할 때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팔 때는 양도소득세 등을 모두 높이는 쪽으로 세제 개편을 추진했다.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세금 대책이지만 1주택자의 부담도 상당 부분 늘어날 전망이다.

당정은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최고세율을 6% 수준으로 높이는 것을 포함한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9일 국회에서 김태년 원내대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협의회를 열어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하고 10일 종합부동산세 실효세율을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포함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초고강도 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부동산세 6%로 최고세율 부과 우선 다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세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종부세 최고 세율을 6%까지 인상하고 과표 구간을 조정하거나 각종 공제 제도를 손질해 다주택자가 내는 종부세 부담을 대폭 키우는 내용이 골자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을 최고 6.0%로 높였고 다주택 보유 법인은 일괄적으로 6.0%를 매긴다.

다주택자에게 징벌적 수준의 강력한 종부세를 부과해 투기세력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12·16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에 따라 0.5~3.2%였던 종부세율을 0.6~4.0%로 인상하기로 했으나 20대 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하지 못했다. 이에 당정은 애초 종부세 최고세율을 4.5%, 5%, 6%로 높이는 세 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한 끝에 6%로 최종 합의했다. 이는 기존 최고세율 3.2%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수치인 데다 지난 12·16 대책에서 예고한 4%를 기준으로 했을 때도 2%포인트나 높아져 시장에 큰 파급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6·17 부동산 대책 발표 3주 만에 다시 나온 '7·10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크게 올려 투기수요를 원천 차단하려는 고강도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다주택자는 세율 인상뿐 아니라 과세표준 조정을 통해서도 세 부담을 늘린다. 그러나 1주택자의 종부세율(0.5~2.7%)은 높이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12·16 대책’ 이후 1주택자의 종부세율도 최고 0.3%포인트 인상한다는 계획을 마련했지만 1주택자까지 세 부담률 상승을 추진할 경우 반발이 클 것이라는 판단 아래 당초 계획을 백지화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 경우 특히 3주택 이상 보유자의 경우 세금 부담률이 상당히 증가하게 된다”고 전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징벌적’ 인상 집을 사고, 보유하고, 파는 전 과정에 부과하는 세금도 다주택자에 한해 전면 인상한다. 현재 취득세율은 1~3주택의 경우 취득가액에 따라 1~3%가 적용되고 4주택자는 4%를 적용한다. 내년부터는 1주택자는 종전대로 취득가액에 따라 1~3%가 적용되지만 2주택자는 8%, 3주택 이상은 12%로 올라간다. 4주택자를 기준으로 할 때 종전 대비 최대 3배 늘어나는 셈이다.

집을 산 지 2년 안에 파는 경우는 투기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세율을 크게 올리기로 했다. 1년 미만 보유 주택의 양도세율은 종전 40%에서 70%로 올라가고 2년 미만 보유 주택 양도세도 60%로 상승한다.

조정대상·투기과열지구 등 규제 지역에서 다주택자가 1~2년 이내에 집을 사고팔 경우에도 양도세를 더 매기기로 했다.

즉 “1주택만 갖고 무조건 실거주하고 다주택일 경우 큰 불이익을 준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다주택자 중과세율도 올린다. 다주택자 양도세율은 기본세율(4~42%)에다 규제지역에선 2주택자 10%포인트, 3주택자 20%포인트 각각 가산되는데 앞으로는 가산폭을 20%포인트, 30%포인트로 각각 올린다. 다주택자가 얻는 시세차익의 대부분을 환수조치 하겠다는 의도다.

생애최초 주택 마련 기회는 늘릴 계획이다. 민영주택에도 처음으로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신설하고 비중은 민간택지 7%·공공택지 15%로 정했다. 국민주택의 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도 기존 20%에서 25%로 늘린다. 보다 많은 신혼부부들이 특별공급 신청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소득기준은 도시근로자 월 평균소득 120%(맞벌이 130%)에서 130%(맞벌이 140%)로 완화해 서울 신혼부부 중 약 65~75%가 신청 가능권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임대사업자 혜택, 아파트에 한해 폐지

임대사업자 혜택은 아파트에 한해 폐지한다. 현재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다주택자는 의무 임대 기간(4~8년), 임대료 상승 폭 제한(5% 이내) 등의 요건을 갖추면 각종 세제 인하 혜택을 받는다. 다만 투기 수요가 아파트에 집중되는 점을 고려해 빌라·다가구주택 등 나머지 주택에 대한 혜택은 유지한다. 논란이 됐던 소급 적용과 관련해선 기존 아파트 임대사업자에게 새 기준을 소급적용하지 않는다.

당정은 부동산 세제 대책을 발표 후 7월 임시국회 중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한 법 개정은 의원 입법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발표와 동시에 개정안 제출까지 완료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잇단 부동산 대책 발표 불구 서울·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 7개월만에 ‘최고치’ 이처럼 정부의 지속적인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아파트값 상승세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은 아파트값이 더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7월 첫째 주(6일 기준) 서울의 주간 아파트값은 0.11% 상승해 지난주(0.06%)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작년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7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과 인천경기를 더한 수도권도 0.16%에서 0.17%로, 지방도 0.10%에서 0.12%로 상승폭이 커진 가운데 세종시는 1.48%에서 2.06%로 상승폭이 눈에 띄게 컸다. 한국감정원은 서울의 경우 6·17대책의 담보대출 후속조치 시행 등 시장안정화 정책에도 저금리o대체투자처 부재 등에 따른 유동성 유입확대로 아파트값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잠실동이 있는 송파구는 0.18%로 이번주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삼성o대치o청담동이 있는 강남구도 0.12% 올라 6·17대책 발표 이후 상승폭이 오히려 더 커졌다. 서초구(0.10%)도 반포동 신축 위주로 상승폭이 컸으며 마포구(0.14%)는 재건축 지역인 아현동과 성산동 위주로, 용산구(0.10%)는 이촌동 위주로 크게 올랐다. 강북권에서는 도봉(0.14%)ㆍ강북(0.13%)ㆍ노원구(0.13%) 등의 오름세가 컸다.

결과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한 6·17대책 발표가 서울과 수도권 주요지역 아파트값 상승세를 더 부추겼다는 평가다.

지방에선 단연 세종(2.06%)의 집값 상승폭이 최고치를 찍었다. 이는 각종 부동산세율 인상으로 ‘이번이 부동산에 투자할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매수세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규제지역 인접 지역으로 매수세가 몰리며 가격이 상승하고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라며 “저금리, 대체 투자처 부재 등에 따른 유동성 유입 확대로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집값과의 전쟁…현실은 현 정권 인사 상당수 ‘다주택자’

정부가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과는 달리 현 정권 주요 인사 상당수가 다주택자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 정부가 1주택자 세율도 올리면서 ‘1주택 실거주’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 의원, 청와대 참모·공직자들은 이미 상당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성난 여론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와대의 다주택자 공직자들이 집 처분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의 ‘1가구 1주택’을 권고했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근 자신의 청주 집을 급매로 판 데 이어 서울 반포 소재 아파트도 이달 중으로 팔겠다고 밝혔다. 8일 노 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의도와 다르게 서울의 아파트를 남겨둔 채 청주의 아파트를 처분하는 것이 서울의 아파트를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쳐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며 “가족의 거주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서울 소재 아파트도 이달 내에 처분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노 실장이 시세 3억원 이하인 청주 아파트를 먼저 팔아 양도소득세 다주택 중과를 피했다고 지적한다. 반포 아파트를 먼저 팔면 고가의 세금이 과세되지만 청주 아파트를 먼저 팔면서 세금 수천만원을 아꼈다는 것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시세 70억원 가량의 반포 주공1단지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증여를 통해 절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존 보유하고 있던 대전 서구 아파트를 아들에게 증여하고, 아들과 임대차 계약을 맺어 월세를 내고 있다. 이는 증여세 절세를 위해 임대를 끼고 증여하는 ‘부담부증여’로 정부가 편법 증여로 단속하겠다고 나선 수법이기도 하다.

이 같은 공직자, 국회의원들의 주택 보유 실태에 참여연대는 8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동산 정책 담당 고위공무원과 국회의원들은 실거주 목적 주택 1채를 제외한 모든 보유 주택을 매각해야 하고, 매각하지 않으면 직무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에 소속된 의원 56명 중 3분의 1에 달하는 16명이 다주택자”라며 “거주목적 외의 주택을 팔지 않는다면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 의무에 따라 주거부동산 입법을 다루지 않는 상임위로 옮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또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들의 솔선수범 없이는 주택시장을 안정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책과 관련해서는 주거 문제의 실효적 해결을 위해 종부세 강화 입법과 임대차 3법 추진, 보유세 실효세율의 획기적 강화 등을 요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또한 7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스스로 투기세력이 됐다며 다주택자 민주당 의원들을 겨냥해 주택 처분서약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경실련은 “지난 1월 민주당은 투기과열지구 등에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총선 출마자들에게 ‘실거주 주택 1채를 제외한 주택을 모두 매각하겠다’는 서약서를 쓰게 했지만 의원들은 서약을 이행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또한 이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국토부의 ‘서울 아파트값 14% 상승’ 주장 근거를 묻는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앞서 경실련이 KB주택가격동향을 근거로 문재인 정부 동안 서울 아파트값이 52% 상승했다고 발표하자 국토부는 한국감정원 주택가격동향조사를 근거로 서울아파트값 상승률이 14.2%라고 반박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