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코크 밀키트/이마트 제공
가정간편식 확산…'홈스토랑' 시대 열다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 여파로 수요 급증…프리미엄·지역특산으로 진화

가정간편식(HMR) 전성시대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탓이다. 사람들은 식당에 가기보다 가정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추세다. 이른바 ‘언택트 소비 문화’다. 업계에 따르면 식품업계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증가할 전망이다. 식품업계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가정간편식 다양화·세분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형마트, 온라인 유통채널도 가세했다. 업계 관계자는 “집밥만큼 맛있고 영양가 있는 가정간편식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며 “1인 가구의 증가와 코로나19 여파가 겹쳐서 가정간편식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프리미엄·지역성 강조한 가정간편식
CJ제일제당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8309원, 영업이익 275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9%, 영업이익은 54.1% 늘었다. ‘비비고 죽’과 ‘비비고 국물요리’ 등 주요 가정간편식의 매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비비고 국물요리는 CJ제일제당의 대표적 가정간편식이다. 2016년 6월 출시 이후 4년간 누적 판매량 2억2000만개, 매출 5000억원을 넘어섰다. 2017년부터는 3년 연속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켰다(닐슨 기준). 지난 4월 시장점유율은 46%다. 특히 지난 5월에 내놓은 ‘비비고 차돌육개장’은 출시 두 달 만에 40만 개 이상 판매됐다.

CJ제일제당은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브랜드 '더비비고'로 가정간편식 제품군을 확장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더비비고는 건강에 방점을 둔 미래형 제품”이라며 “비비고의 고급 버전이 아닌 신규 브랜드”라고 말했다.

오뚜기는 지역 특색을 살린 가정간편식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1일 오뚜기는 전국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국·탕·찌개 신제품 6종을 출시했다. 의정부식 부대찌개, 종로식 도가니탕, 서울식 설렁탕 등 제품명에 지역 이름이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농심도 가정간편식 브랜드 ‘쿡탐’의 라인업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자사 대표 스낵 ‘새우깡’을 접목한 ‘쿡탐 새우깡 국물 라볶이’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 ‘쿡탐 감자탕’을 출시했다. 농심은 하반기에도 국밥과 라볶이 등을 중심으로 가정간편식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유통업계·대형마트도 가세
가정간편식을 찾는 소비자가 늘자 대형마트도 팔을 걷어붙였다. 롯데마트는 올해 초 '집밥의 완전한 대체'를 목표로 가정간편식과 즉석조리식품 개발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대표 직속으로 ‘밀 혁신 부문’ 조직을 신설하는 한편 전문 요리사, 식품 연구원, 브랜드 매니저, 상품 개발자가 참여하는 ‘푸드 이노베이션 센터’도 만들었다. 푸드 이노베이션 센터는 지난 6월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요리하다 강화섬계탕’을 첫 작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롯데마트는 국, 탕류 등 한식 가정간편식에 집중할 방침이다.

지난 6월 이마트는 ‘채소밥상’ ‘저스트잇’ ‘피코크’ 등 3개 밀키트 브랜드를 ‘피코크’로 단일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 상품 개수를 현재의 2배인 40개까지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실제로 올해 1~5월 이마트 밀키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8% 증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급속도로 확대되는 밀키트 시장속에서 소비자들에게 ‘피코크 밀키트’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상품력을 강화하기 위해 브랜드를 통합했다”고 말했다.

G마켓과 옥션도 삼성웰스토리와 손잡고 지난달 2일 가정간편식 브랜드 ‘라라밀스’를 론칭했다. 라라밀스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가정간편식 브랜드를 표방한다. ‘맛있게 부드러운 고추장돼지불고기’, ‘간장돼지불고기’ 등의 한식과 ‘스파이시폭립’, ‘갈릭폭립’ 등 양식, ‘동파육’과 ‘삼겹차슈’ 등 중식이 라라밀스의 대표 상품이다. 조경실 이베이코리아 식품팀 매니저는 “건강한 가정간편식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편의성과 영양을 모두 잡은 프리미엄 제품을 가장 먼저 선보이기 위해 삼성웰스토리와 손잡았다”고 밝혔다.

세계 속의 한국 가정간편식
풀무원은 해외 가정간편식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시장에서 두부, 생면 가정간편식, 냉동 가정간편식 등 주력 제품들이 올 상반기 고성장하며 풀무원의 전체 해외 사업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생면 가정간편식인 ‘아시안 누들’은 올 상반기(1·2분기 포함) 30% 이상 매출을 올렸다.

풀무원 해외 사업 중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중국 식품사업은 올해 1분기 첫 분기 흑자를 냈다”며 “올 상반기 파스타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76%에 달했다”고 밝혔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작년에는 모든 식품의 HMR화가 이뤄졌다면 올해는 외식제품의 HMR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홈스토랑’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가정간편식이 고급화, 다양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리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HMR은 바쁜 현대인들에겐 필수품”이라며 “HMR의 변신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