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 버스 정보 시스템/헤드라인제주
데이터 사용의 가치 크지만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계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 필요


얼마 전 우리의 시선을 끄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바로 제주도의 가장 큰 부속섬인 우도에서 선보인 ‘초정밀 버스위치정보 서비스’다. 버스의 위치나 도착시각을 알려주는 이러한 서비스는 우리에게 이미 친숙해 진지 오래다. 이 같은 버스정보 서비스는 오래 전부터 전국 곳곳에서 보아 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끈 이유가 있다. 작게만 느껴지는 섬 지역에서까지 이러한 서비스가 제공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생활밀착형 서비스의 위력을 다시 일깨워 준 때문이다. 버스 도착 정보를 제공해 주는 버스정보시스템은 우리에게 많은 이점을 제공해 준다. 더 나아가 공공영역에서 만들어 내는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로 사회에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 준다. 버스정보시스템은 일상에 바쁜 사람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스마트폰을 통해 타려는 버스의 위치를 파악한다. 도착 시각에 맞추어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버스를 무작정 기다리는 시간을 아낄 수 있게 해준다. 버스의 위치를 활용한 버스 도착시각 제공 서비스는 데이터의 활용의 가치를 우리에게 가장 잘 인식시켜 준 대표적인 서비스이다.

그런데 이 같은 서비스가 항상 우리에게 좋은 면만 주는 것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왜 버스 도착 시각에 관심을 두는 걸까? 가장 큰 원인은 버스가 정해진 시각에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교통 혼잡 때문일 수도 있다. 차량의 고장으로 배차가 안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여러 이유로 정해진 시각에 버스가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지 않는 상황이 늘 만들어 지는데서 연유한다. 이러한 상황은 버스정보시스템이 제공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조회하는 일에 몰두하기도 한다. 결국 버스정보시스템이 해결해 주는 것은 버스를 기다리는 초조함이나 궁금증 해소 정도이다. 심리적 편안함을 주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다. 만약에 버스가 정해진 시각 즉 같은 시간에 버스정류장을 항상 지나간다고 가정을 해보자. 굳이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초조하게 기다릴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궁금해 할 필요도 없다. 왜냐면 늘 정해진 시각에 버스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하철을 보자. 항시 정해진 시각에 기차가 들어온다. 언제 기차가 오는지를 수시로 확인할 필요가 없다. 그냥 기차가 오면 타면 된다.

버스 위치나 도착을 알려주는 서비스는 분명 우리에게 유용한 서비스이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가 가져다주는 더 큰 문제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가려버린다는 점이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문제는 버스가 왜 정해진 시각에 버스정류장에 오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유사한 문제점을 내포한 다른 서비스가 또 있다. 바로 차량 내비게이션 등에서 제공하는 빠른 길 정보 제공 서비스이다. 여러 교통 상황 등을 고려하여 가장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해 준다. 이러한 서비스 역시 많은 운전자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준 바 있다. 다른 운전자에 비해 목적지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빠른 길 제공 서비스 또한 숨겨진 문제가 담겨 있다. 사용자가 많지 않았을 때는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운전자에 비해 비교 우위에 있을 수 있었다. 그런데 사용자가 많아진 상황에서는 다르다. 동일한 교통 정보를 활용하다 보니 모두가 동시에 동일 경로에 몰려들게 된다. 그로 인해 그 경로가 병목현상이 발생한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단순하게 이뤄지지는 않는다. 과거의 교통 상황, 예상되는 교통량 등을 감안하여 여러 경로를 예측하여 안내해 주기도 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경로 예측을 한다고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시각에 특정 경로로 차량이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내비게이션에서 제공하는 빠른 길 서비스의 한계이다. 요즘 동일 경로를 자주 다니는 운전자들은 내비게이션에서 제공하는 교통정보와 운전자만이 갖고 있는 경험을 갖고 경로를 정한다고 한다. 결국 빠른 길 정보 제공 서비스는 다수가 이용할 경우 오히려 더 늦은 길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료사진/유토이미지
왜곡된 데이터 활용의 착시 현상
위에서 살펴 본 2개의 서비스에서 우리는 중요한 시사점을 볼 수 있다. 하나는 데이터의 활용이 근본적인 문제를 덮어 버린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데이터의 활용이 소수에게 있을 때만 유용하다는 점이다. 2개의 서비스 모두 교통이라는 공공 성격이 강한 서비스이다. 그 효용성 또한 우리에게 직접 느끼게 해 주는 생활밀착형 서비스이기도 하다. 모두에게 특별한 거부감을 주지 않는 편리한 서비스라는 인식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인식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종종 잊어버리게 한다.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체에 내재된 문제를 그대로 끌고 가는 역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일시적인 고통을 덜어주는 진통제를 역할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통증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버리게 하는 것이다. 버스가 정해진 시각에 도착할 수 있는 교통체계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거나 지나치게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와 같은 근본으로 돌아가게 하는데 정보시스템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결국 데이터의 활용이라는 가면을 통해 정상적이지 않는 곳에 우리 사회를 묶어 가두어 버린 대표적인 사례이다. 데이터의 활용을 통해 우리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잊어버리게 하는 것이다.

한때 30~40년 전 정보시스템 도입이 경쟁적으로 이뤄지던 초기에 경영정보시스템 구축이 유행했었다. 경영정보시스템 구축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고 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기업이 경쟁기업에게 무너지는 사례도 다수 발생했다. 그러나 최근과 같이 대부분의 기업이 거의 유사한 경영정보시스템을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 이상 이러한 시스템들이 기업의 경쟁요소가 되지 않는다. 결국 기업의 활동 역시 데이터의 활용이나 정보의 생산에 있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국가나 기업, 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나라보다 더 빨리 필요한 정보시스템을 구축하여 비교 우위에 서야 한다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다.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개인 자신에 관련된 데이터나 정보를 다른 이들에 비해 더 빨리 잘 활용하면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데이터의 활용은 갈수록 보편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데이터의 집중화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의 집중화는 국가나 몇몇 기업에게 집중되고 있다. 대부분 이렇게 집중된 데이터의 활용은 누구에게나 공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 현실을 그러한 기대를 저버리게 될 것이다. 앞의 2개 사례에서와 같은 맥락이다. 누구나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부터 오는 부가가치는 착시에 불과하다. 문제를 덮어 버리거나 상존해 있는 문제를 다른 곳으로 유도하는 결과로 귀결될 뿐이다. 이러한 현상이 생겨난 근본 원인은 비교 우위에 서고자 하는 전략으로 데이터나 정보를 활용한 때문이다. 이제는 이러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활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비교 우위를 가져가는 전략은 반드시 지속되어야 한다. 국가나 기업이나 개인 모두에게 마찬가지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근본 문제 해결에 데이터나 정보를 역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버스 위치나 도착 시각 정보를 분석하여 버스가 정해진 시각에 도착할 수 있도록 교통 체계를 개선하는 데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 빠른 길 서비스를 활용하지 않더라도 항상 일정한 소요시간 내에 운행이 가능하도록 교통 인프라를 개선해야 하는데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

특정 기업을 위한 데이터 정책 버려야
최근 들어 정부에서 각종 데이터 관련 산업을 육성하려 한다. 데이터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법과 제도 개선을 하고 있다.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개인정보나 금융관련 정보를 하나의 기업이 모아 개인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개인의 의료정보 활용도 머지않아 같은 길을 걸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의 데이터 활용 또한 앞의 사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정 시점까지는 마치 그러한 서비스가 국가나 기업, 개인에게 큰 효용을 주는 것과 같은 착시를 불러 올 것이다. 서비스를 받는 기업이나 개인에게는 그렇지 않은 기업이나 개인에 비해 분명한 비교 우위를 제공해 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서비스에 소외되는 계층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결국 데이터가 자본과 결합되어 더 많은 자본을 축적하게 하는 데에 법이나 제도가 활용된다는 점이다. 법이나 제도가 데이터 활용을 통해 기업이나 개인에게 제공하려는 이득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이득이 공평하지 않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정부는 데이터 활용 즉 데이터 산업을 키우면 기업이나 개인에게는 과거에 안고 있던 많은 불평등 문제를 해소시켜 줄 것으로 기대를 주고 있다. 초기에는 이 같은 데이터 서비스를 받는 기업이나 개인에게는 많은 이득을 줄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가 모두에게 동일하게 제공된다면 법이나 제도에서 고려한 장점은 찾아 볼 수 없게 된다. 자명한 이치이다. 비교 우위에 주안점을 둔 데이터 활용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개인정보나 개인의 금융정보를 모아 서비스를 하게 되면 개인에게 어떠한 이득을 주게 될 것인가. 모든 이에게 금융자산을 늘려 줄 것으로 보는 것이 법과 제도 그리고 정책의 방향이다. 분명한 것은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데이터 활용의 방향성을 정부는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데이터 활용의 비교우위에 두고 있다는 점을 말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지 않는 정책은 또 다른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데이터나 정보의 활용은 데이터 지배라는 비대칭성에서 가치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데이터에 지배 받을 것인가 활용할 것인가는 데이터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에 데이터를 활용하여 왜곡된 데이터 지배 현상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 한호현 (테크칼럼니스트·공학박사)

- 한호현은 정보통신분야 공학박사로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위원,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등 다수의 기관에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총괄본부장을 역임하였으며, 정보통신부, 현대정보기술 등 공공, 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통신 관련 다양한 실무 경험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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