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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Aktis Capital 최고투자책임자 칼럼] 천문학적 빚이 쌓인 `빚의 창세기' 21세기…미로속 생존 갈림길은 재정의 집행건전성이다

  •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현행 통화스와프 계약 만기를 종전 9월 30일에서 내년 3월 31일까지 6개월 연장한다고 밝힌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 연합)
빚의 창세기

21세기가 말씀하기를 "빚이 생겨라" 하시자 빚이 생겼다. 전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천문학적 빚이 갑자기 쌓였다. 2008년 리먼사태의 상처가 아물어갈 때, 코로나가 세상을 덮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인류역사상 이렇게 많은 빚이 지구상에 창조된 적이 없었다. 아마도 21세기는 ‘빚의 창세기’라고 명명하여야 할지도 모른다.

가령, 세계 최강 미국은 2020년 회계연도의 첫 9개월(2019년 10월~2020년 6월)에만 무려 2조7000억 달러(한화 약 3000조)의 새 빚(재정적자)을 진 바, 전년동기 대비 3배가 넘는 규모다. 2008년 리먼사태 이전, 1조 달러 전후를 유지하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산규모는 2014년 4조 달러를 넘어선 후, 금번 코로나 사태를 기화로 무려 7조 달러(한화 약 8000조)를 돌파했다. 중앙은행은 통상 무자본특수법인이거나 자본금이 극히 미미한 것을 감안한다면 연준의 총자산은 총부채와 거의 같은 수치이다. 최근 유럽 중앙은행(ECB)도 1조3500억 유로 규모의 ‘팬데믹 긴급매입 프로그램’(PEPP, Pandemic Emergency Purchase Programme)이라는 암호명 같은 지원책을 내년 6월말까지 지속하기로 발표하였다. 다른 지원책들로는 ‘자산매입 프로그램(APP, Asset Purchase Programme)’과 ‘목표물 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 Ⅲ)’과 같은 현혹적 이름들이 붙였지만, 결국 조 단위를 넘나드는 빚을 구분 계리하는 것에 불과할 뿐, 쌓이는 빚은 여전하다. 일본은행(BOJ)의 경우, 금년에만 두 차례에 걸쳐 약 230조엔(한화 약 2600조원)의 재정 및 통화정책을 지원하였는데 이는 일본 GDP의 무려 40%에 육박하는 규모에 달한다. 2008년 G8회담에서 일본을 포함한 회원국들이 GDP 의 3%를 한도로 재정을 지원하기로 합의한 것과 대비하여 13배가 넘는 규모이다.

또한 미국 연준은 지난 7월말, 한국을 위시로 9개국과 맺은 통화스와프를 6개월 연장한다고 발표하였다. 나머지 8개국은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로 엄격히 분류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불태환통화 국가들이다. 통화스와프는 거래의 어느 일방이 자국 통화를 상대방에게 맡기고 상대방 통화를 교부받을 수 있는 계약으로, 한국과 같은 불태환통화 국가의 입장에서는 원화를 담보로 하여 태환통화인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인출권을 부여받은 셈이다. 즉, 마이너스 통장과 유사하고 이를 집행하면 달러 빚이 된다.

IMF가 발표한, 2018년 기준 전세계 정부부채는 69.3조 달러로서 글로벌 GDP의 약 80%였는데 2020년도 증가분을 포함하면 동 수치에 약 10조 달러 정도는 합산하고도 남을 일이다. 워싱턴소재 IIF(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가 고시하는 전세계 총부채 추정치는 2020년 1분기 기준 258조 달러(한화 약 31경)로 1년전 대비 약 8조 달러가 증가한 바, 얼추 2020년 전세계 부채총량은 10조 달러(한화 약 1.2경) 전후 증가할 것으로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듯하다. 이 같은 수치는 지구 인구 78억명을 기준으로, 1인당 한화 약 4000만원 가량의 빚이 할당됨과 같다. 2008년 리먼사태가 사적 레버리지(leverage)의 시대에 사망선고를 내렸음에도, 작금의 코로나 사태는 통제 메커니즘이 애매한 공적 레버리지를 구원투수로 등판시켰고 금년도만 따져도 그 비용이 한화로 무려 1경을 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미 지구촌 전체가 빚더미인 판국에 코로나는 이를 급속도로 악화시켰다. 이 같은 시기에 재정건전성의 포기는 필연이다. 전세계 정부계정 전체가 재정건전성을 포기하고 실물 회생에 돈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단 살아야 건전성이든 불건전성이든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면 돈을 써야 하고, 빚이라도 져야 하는 바, 일각에서 재정건전성 악화 운운하는 것은 병이 깊은 와중에 약값을 아끼자는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진정한 문제는 진료비나 약값에 재정이 쓰이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보약이나 불요불급한 강장제를 사먹거나, 검증 안 된 굿을 벌여 재정의 기둥뿌리를 흔드는 일이 일어나는 것 등이다.

21세기가 리먼사태, 코로나 등의 일련의 사태로 빚의 창세기가 될 운명이라면, 재정건전성을 염두에 두되 진실로 재정집행의 건전성에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할 일이다. 현재 전세계 지자체에는 재정 파티가 열렸다. 재정의 상당수가 지자체에 집행이 위임되어 있기 때문이다. 설계만 그럴싸하게 입혀, 지역민의 숙원사업이라 윤색하여 불필요한 공공시설 발주가 늘고 있는 것은 비단 한국만의 현실이 아니다. 과거 적지 않은 개도국에서 통념적으로 인식되었던 <관급공사=뇌물>이라는 공식이 최소한 코로나 형국에서는 맞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백성은 굶주리고 정치인들이 살찐다면 재료와 레시피(조리방법)와 분배방식이 정의로운지 의심하고 그른 일이 자행된다면 강하게 저항하여야 한다. 그 돈이 결국 백성들의 돈이고 지금 같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을 때 필요한 최소한의 생존자금이기 때문이다.

통계적 부조화 투성이의 글로벌 시장

전세계 78억 인구의 5%에 미치지 못하는 미국(약 3.3억명)이 전세계 코로나19사망자의 20%를 넘어섰다. 관이 부족하다던 남미의 문제국가 브라질과 멕시코는 그렇다 쳐도, 세계 최강 미국이 빈익빈의 지경이라니, 뭔가 한참 어긋나 있음이 분명하다. 5%의 시장점유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기차업체 테슬라(Tesla)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체 시가총액의 20%를 넘어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것보다도 어안이 벙벙한 일이다.

한편, 영국, 호주와 캐나다 부동산시장은 코로나와 급감한 아시아 이민자와 주택공급 과잉의 3중고로 주택시장이 빙하기에 접어든 반면, 서울은 집값과 전셋값이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집이라는 자산에도 공매도를 허용한다면, 이론상으로 ‘서울 집을 쇼트(short)하고, 뉴욕이나 런던 집을 롱(long)’ 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특히, 초고령사회로 가속진입하면서도 외국인에 대한 배척도가 이탈리아 다음이라는 한국의 인구문화적 사회구조를 보면 우량 이민자가 한국 주택시장의 영향 있는 매수세를 형성하기도 요원해 보이기 때문이다.

홍콩은 코로나 2파, 3파가 두려워 모든 레스토랑에 실내영업 중지명령이 내려졌는데, 역병과 더불어 100년 만의 홍수에 시달리는 중국본토는 1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제조업이 회복세로 진입하였다는 통계를 발표하였다. 지난 3개월간 코로나 발병률 제로와 사망자 제로를 기록했다고 대외선전에 열을 올렸던 베트남도 슬그머니 모든 술집과 바에 영업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통계적 괴리는 미국경제다. 미국의 금년 2분기 GDP(연율)는 무려 -32.9%의 역성장이 발생하였다. 이는 미국 자본주의 역사상 최악의 수치이다. 이전의 최악의 지표는 63년 전 일로, 2차 세계대전 종전이후 공급과잉이 원인이 된 이른바 ‘아이젠하워 불황’으로 불렸던 1958년도의 -10% 역 성장이었다. 금년 유로존 2분기 GDP 또한 분기 평균 -12.1% 역성장으로 참담하다. 독일 -10.1%, 프랑스 -13.8% 스페인 -18.5% 등 줄줄이 성적이 좋지 않다.

세계경제는 이렇게 아픈데 글로벌 증시는 견조하다. 실질적으로 지난 8개월 동안 미국에서는 약 4550만개의 일자리가 문을 닫았다는데,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1958년도의 ‘아이젠하워 불황‘도 8개월만에 진압되었고, 아시아 금융공황, 닷컴 버블, 심지어 리먼사태까지 글로벌 경제는 온갖 슬럼프를 잘 이겨내 왔음이 종교적 믿음의 근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중에 퍼 올려진 통계수치들은 불편한 경고음을 계속 발신하고 있다. 근시일 내 닥칠 악재도 상당하다. 11월 3일의 미국의 대선과 이를 정점으로 한 글로벌 위기를 부추기는 사건들이 도처에 있다. 우선 미-중 패권전쟁이 심각하다. 양국의 영사관 쌍방폐쇄 조치와, TikTok영업금지에 대응한 중국의 미국 화학제품에 대한 반덤핑과세 조치가 그러하다. 이 같은 힘겨루기는 11월 미국 대선의 결과와 무관하게 G2 양국의 신냉전 추세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글로벌 증시 역시 조정의 갈림길에 올라와 있는 지도 모른다. 지금의 강세장은 빚으로 빚어진 바벨탑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채주도성장(負主成)이라도 해야

21세기의 천문학적 빚더미 앞에 G2의 지도자들은 돌격 깃발을 바꿔 달아야 한다. 세상은 코로나 이전을 BC(Before Corona), 이후를 AD(After Disaster) 내지 AC(After Corona)로 부른다. 코로나를 예수탄생과 대비한 BC와 AD에 대한 미묘한 은유이다. 이제 막가(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는 트럼프와 일대일로(一帶一路)로 달리는 시진핑 모두 공염불로 들린다. 같은 이유로 한국의 현 정권이 한때 주창하던 ‘소득주도 성장(소주성)’ 역시 어쩌면 ‘부채주도 성장(부주성)’으로 간판을 바꿔달아야 할지도 모른다. 부채(재정적자)란, 현 세대가 후세대의 재산을 가불한 것이다. 이태리나 스페인처럼 조상 잘 둬 먹고살던 이들이 가끔 있거니와, 지금은 예외없이 모든 나라가 후손들을 팔아 연명에 나선 셈이다. ‘우리가 먼저 살고‘를 외치는 현세대의 이기심 앞에 화폐이론이나 재무이론은 허무해진다.

특히, 현 세대가 재정을 헛되이 낭비한다면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세대에 억울한 재무적 원죄를 부여하는 것이다. 부주성이 현재로서 최선이라면, 최선을 선택하되 소중하게 집행하여야 할 것이다. 재정집행의 건전성이 미래세대에 대한 빚의 대물림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첩경이다. 앞으로 빼먹고, 뒤로 빼먹고, 협잡으로 특정인들에게 분배가 몰릴 가능성을 재벌들의 ‘일감몰아주기’ 범죄에 준하여 다스려야 한다.

코로나 이후 성인이 되는 Generation N(허무세대)은 상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상실은 소유함을 전제로 하고 망각은 기억됨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은 어쩌면 소유해 본 적이 없고, 아름다운 기억조차 상속받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오로지 윗세대로부터 내려온 막대한 재정폭탄으로 GenN세대는 마이너스 통장이 찍힌 빚을 강제할당받는 운명을 안고 있다. 기독교의 원죄설화가 21세기 재정폭탄에 의해 비로소 현출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들이 주식시장이 몰려들었다. 폴 크루그먼(Paul Crugman) 교수가 언급한 ‘이탈공포(FOMO: fear of missing out)’가 이들을 도박장으로 불러 들였다. 급락 뒤의 반등에 올라타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 바이오, AI를 비롯한 신산업에서 이탈될 것에 대한 두려움, 스스로 홀로서기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젊은 개미들을 등잔에 덤비는 불나방으로 만들었다. 정부계정(관군)의 재정건전성의 포기는 어쩔 수 없다지만 의병(동학개미)마저 빚을 기반으로 도박판에 뛰어드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지금 같은 글로벌 변동성은 프로들마저 두려워하는 생과 사의 갈림길을 강요하는 국면으로 언제든 돌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빚으로 빚어낸 불마켓(Bull Market)도 정도가 있고 한계가 있는 법이다. 씨나락까지 판돈으로 까먹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같은 국면을 종식시키고자 하루속히 기성세대가 분발하여야 할 일이고, 파수꾼이 되어 역내 및 역외의 금융정세를 꾸준히 추적하고 해석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가까이에는 오는 9월의 FOMC(9월 15~16일)가 주목된다. 위기 시 하루 하루 대응에 여념이 없던 연준이 신통화정책체계를 발표할 것이 유력시 되기 때문이다. 신통화정책체계의 로드맵을 공개함에 있어서 과도하게 투하된 유동성의 장기적 처리방향에 언질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환자(경제)가 여전히 수술실에 있어야 할지, 아니면 회복실로 옮겨도 될지를 연준이 브리핑하는 날이 될 공산도 있다. 어떠한 방법이 되었건 코로나 극복의 모범생 한국이 작금의 ‘부채주도 성장(부주성)’을 가장 빨리 ‘소득주도 성장(소주성)’ 간판으로 바꾸었다는 낭보를 고대한다.

김문수 본지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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