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강화로 업무형태 제한…비대면 확산으로 소비시장도 위축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현 금융위 사무처장,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 김용범 기재부 차관, 나승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 변태섭 중기부 중소기업정책실장.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하반기 들어 종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던 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회복 조짐을 보이던 우리 경제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각 산업계를 선도하는 대기업부터 중추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까지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전 산업계로 번졌을 때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부의 거리두기 강화로 재택근무 등 기업들의 업무 형태에 제한이 가해지고 사회적으로 비대면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소비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산업계 이끄는 주요 산업군부터 위기

좋지 않은 상반기 업황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도 정유 부문만 봤을 때 올해 상반기 5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하반기 이 부문 흑자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석유제품 수요 부진이 이어지면서 수익지표인 정제 마진은 최근 마이너스대로 떨어졌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업계는 상반기 수요 감소를 비롯해 정제 마진 악화 및 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고 손실로 4조 원 가까운 영업손실이 발생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 때문에 생산시설 과잉 현상이 발생했고 정제 마진 악화가 지속돼 연내 경영실적 개선은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정유업계는 지금이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시기다. 올해는 이미 코로나19 때문에 휘발유나 경유 수요가 많이 줄었고 특히 항공유 같은 경우 상반기 40% 가까이 수요가 줄었는데,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이 기간이 장기화됐을 경우 업계에 정제 마진 악화뿐만 아니라 수요도 좋지 않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 수요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이유에는 항공사들의 부진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일부 국내선으로 근근이 버텨왔던 저비용 항공사들의 우려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더욱 커지고 있다. 그나마 지난달부터 휴가철을 맞아 국내선 탑승객이 전년 동기 대비 11%가량 늘며 수요를 회복했는데 다시 여행객의 발길이 끊어질 위기에 처한 것.

철강·자동차업계 역시 수출 타격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IT·전자업계도 비대면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신기술·신제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주요 산업전시 무대를 활용할 수 없게 됐다. 온라인 홍보 채널 구축 등으로 전환하며 특유의 순발력을 발휘하고는 있지만 신기술·신제품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차단됐다고 봐야 한다.

영세기업들, 생계 위기의 늪에 빠지다

역시 생계 위기까지 걱정해야 하는 곳은 중소기업을 비롯해 외식업 등 영세기업들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발간한 ‘코로나19에 따른 외식산업 변화 양태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외식업체 점주의 영업이익과 대표자 인건비는 전년 동기 대비 총 346만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음식점 평균 매출은 779만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전년 동기 1453만원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국민 개개인의 소득이 줄고 그로 인한 소비 여력이 줄어들면서 외식 소비 진작을 위해 정부가 비용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며 “긴급재난지원금이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 만큼 추가 실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재확산의 여러 원인 중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이 한몫 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 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선제적으로 형성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식업계 침체 속에서도 집밥 관련 매출과 배달 서비스는 오히려 상승세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통계청 온라인쇼핑 동향조사 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온라인 쇼핑을 통한 식료품과 외식 서비스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 78.3% 증가했다. 결국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어려워진 하반기 외식 시장은 배달 및 포장 등의 외식 서비스를 얼마나 잘 구축했는지가 중요하다.

정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안 제시 했지만…

정부도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산업계 생존전략을 마련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주 ‘제2차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 겸 제1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성장전략으로 ‘디지털 기반 산업 혁신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크게 3분야로 추진되며 △기업 수요에 기반한 산업데이터 활용 지원 △데이터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산업 밸류체인 고도화 △산업 디지털 혁신 인프라 구축이 주요 골자다.

정부의 이런 전략 제시는 최근 코로나19로 언택트, 디지털 기술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 역시 산업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신성장 산업 강화에 힘쓰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공지능 자동차, 사물인터넷 가전제품 등 산업구조 변화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구조 변화로 이 같은 산업데이터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도 업계 수요를 파악해 산업 데이터를 수집, 공급,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전기차, 소재 등 10대 주력 산업 분야 30개를 대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김정회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융합정책관은 “파급효과가 큰 조선, 철강, 반도체 등 대규모 설비를 갖춘 기업들 수요에 맞춰 산업 섹터별로 진행하고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산업데이터와 기존 개인정보 데이터, 공공데이터를 융합해 활용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포스크 코로나 시대 성장전략은 장기적으로 산업계가 구축해 나가야 할 대안으로는 적합하지만 당장 하반기에 코로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 대안은 아니라는 지적이 산업계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