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중앙연구소/유한양행 제공
1962년 소유.경영 분리, 1998년 스톡옵션 도입
모두를 위한 유한양행의 `발전’과 `성실’

유한양행(대표이사 이정희)이 올해 창립 94주년을 맞았다. 1925년 창업주 유일한 박사는 일제강점기 질병과 가난으로 고통 받는 한국인을 보며 “건강한 국민만이 잃어버린 주권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 이듬해 유일한 박사는 유한양행을 창립해 의약품산업에 도전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당시 양약은 일본인 최우선 정책 하에 공급됐기 때문이었다. 유한양행은 이 같은 어려움울 이겨내고 어느덧 100년 장수기업을 앞두고 있다. 창업자 유일한 박사가 핵심 가치로 꼽은 ‘발전’과 ‘성실’이 유한양행을 이끌어 온 동력이었다. 유한양행은 이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통해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혁신신약 개발과 신사업으로 인류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고 세계 속에서 기업의 가치를 함께 나누겠다는 포부다.

일제시대에 탄생한 글로벌 1세대 기업
일제시대 유한양행은 의약품수입을 독점해 오던 일본상사들과 경쟁하며 한국인에게 만연해 있던 피부병, 결핵, 학질, 기생충감염 등을 치료하기 위해 각종 의약품을 수입·공급했다. 또 소독제, 위생재료, 혈청, 백신 등을 보급해 질병퇴치에도 앞장섰다. 외국의약품 수입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판단한 유한양행은 자체생산에 돌입해 1933년 자체 1호 개발품인 ‘안티푸라민’을 생산해냈다. 타박상 같은 외상에도 민간요법에 의지하던 한국인에게 안티푸라민은 필수 상비약으로 여겨졌다.

1936년에는 제약공장과 실험연구소를 건립하고 회사형태를 주식회사로 변경했다. 이듬해인 1937년부터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 제품을 수출하기에 이른다. 유한양행은 해외지점을 통해 중국 각지와 베트남에 위장약, 구충제, 결핵치료제를 수출했다. 유한양행은 중국 만주 지역,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에 지사와 공장, 출장소를 둔 글로벌 1세대 기업이었던 것이다. 중국인, 일본인, 러시아인 등이 근무하는 다국적 기업이기도 했다. 광복 이후에는 해외 유명 제약사들과 기술제휴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100년 기업, 장수의 비결
전문 경영인 시스템과 건강한 사내문화가 유한양행의 장수 비결로 꼽힌다. 1962년 유한양행은 제약업계로서는 최초로, 국내기업 중에는 두 번째로 기업공개를 단행하고 주식을 상장했다. 1969년부터는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뜻에 따라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 체제가 유지됐다. 이후 경영을 맡은 CEO들은 모두 공채 출신이었다. 이는 임직원 모두에게 CEO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한양행의 현대적 경영체제는 우리나라 기업 경영의 모범으로 평가 받는다.

1937년 유한양행은 주식 일부를 종업원에 나누어 주는 ‘종업원 지주제’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당시에는 주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미했다. 그럼에도 주식을 나눠준 이유는 구성원들에게 ‘자신이 회사의 일부이자 회사가 자신의 일부’라는 주인의식을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유한양행은 1998년 상장사로는 처음으로 임원은 물론 일반 직원에게도 스톡옵션을 나눠줬다. 직원도 성과를 함께 나누는 회사의 주인이라는 인식은 계속해서 이어져오고 있다.

또한 유한양행은 창업 이후 노사분규를 한번도 겪지 않았다. 1975년 노동조합이 생겼지만 ‘노사관계’보다 ‘노노관계’라는 말이 주로 쓰인다. 전문경영인인 사장도 똑같은 직원이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매분기 경영 실적과 향후 계획을 노조에게 설명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유한양행에는 오너가 없다 해서 주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한양행 임직원 1800여명 모두가 주인이라는 의식이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는데 이는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계적 신약 기술력 갖춘 100년 기업
2013년 제약업계 매출 1위 기업으로 올라선 유한양행은 2014년 업계 최초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유한양행은 이를 발판으로 글로벌 시대 미래성장동력을 갖춘 제약회사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최근 유한양행은 미래성장동력의 핵심 역량인 R&D 부문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신약개발은 오랜 시간과 많은 투자가 선행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명이기 때문에 R&D 부문을 최우선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유한양행은 2018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폐암치료신약물질인 레이저티닙을 비롯해, 총 4조원(계약금 및 마일스톤 총합) 규모의 글로벌 기술수출 실적을 5건 체결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기업비전은 ‘Global Yuhan, Great Yuhan’이다. 글로벌 시대, 단순한 외형적 성장을 넘어 기업 핵심가치인 ‘발전’과 ‘성실’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100년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의 취임 일성은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직원들이 일터에서 보람있고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최상의 업무 성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의 경영혁신과 발전으로 연결된다. 유한양행은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환경 조성, 그리고 사업구조의 고도화를 두 축으로 100년 기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