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회장에 취임/ 취임 메시지에서 고객·인류·미래 등 혁신 지향점 제시/ 정몽구 회장은 그룹 명예회장으로 추대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3세대 현대차그룹이 닻을 올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지난 약 2년 동안 실질적 총수로서 그룹을 진두지휘 해온 정 신임 회장이지만, 이번 총수 교체는 현대차의 새 시대를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신임 회장.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는 이날 오전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이 같이 결정했다. 각 사 이사회는 정 수석부회장의 회장 선임 안건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지지의사를 표명했다고 알려졌다.

정몽구 회장은 그룹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을 출범 10년 만에 세계 5위의 자동차 그룹으로 성장시키고, 글로벌 자동차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에서다.

정 신임 회장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업적과 경영철학을 계승 발전시키는 한편, 미래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는 리더십 확보에 역량을 집중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 신임 회장을 중심으로 미래의 새로운 장(New Chapter)을 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현대차측은 “코로나19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인류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함께 한다는 그룹 철학을 바탕으로 미래 핵심 기술과 역량을 보유한 그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 신임 회장은 이날 전 세계 그룹 임직원들에게 밝힌 영상 취임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고객’을 필두로 ‘인류’, ‘미래’, ‘나눔’ 등을 그룹 혁신의 지향점을 제시했다.

정 신임 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의 모든 활동은 고객이 중심이 돼야 하며, 고객이 본연의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려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고객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기울여 소통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차 경쟁력 강화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정 신임 회장은 “고객의 평화롭고 건강한 삶과 환경을 위해 모든 고객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 신임 회장의 인사말은 고객의 가치를 인류로 확장해 눈길을 끌었다. 정 신임 회장은 “인류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여 고객에게 새로운 이동경험을 실현시키겠다”고 표명했다.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수소연료전지를 자동차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여 인류의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으로 자리잡게 할 것”이라며 “로보틱스, UAM※, 스마트시티 같은 상상 속의 미래 모습을 더욱 빠르게 현실화시켜 인류에게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주가치 제고 등 사업 결실의 분배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정 신임 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가고, 그 결실들을 전 세계 고객들과 나누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신임 회장이 지난해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임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을 마친 후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번 인사와 함께 현대차는 조직 문화도 보다 과감하게 개선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수평적 소통과 자율을 기반으로 그룹 체질 개선과 창의적이고 열린 조직문화 구현을 더욱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범현대그룹 특유의 경영철학 등은 온전히 계승한다는 게 정 신임 회장의 뜻이다. 그는 현대 창업자인 정주영 선대회장, 현대차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정몽구 명예회장의 업적과 경영철학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신임 회장은 “두 분의 숭고한 업적과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더 나아가 인류의 행복에 공헌하는 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임직원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며 그룹 임직원들에게 미래를 향한 담대한 여정으로의 동참을 당부했다.

또 “미래를 열어가는 여정에서 어려움이 있겠지만, ‘안되면 되게 만드는’ 창의적인 그룹 정신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서로 격려하고 힘을 모아 노력하면 충분히 이루어 낼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정 신임 회장은 1999년 현대차에 입사, 2002년 현대차 전무, 2003년 기아차 부사장, 2005년 기아차 사장, 2009년 현대차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2018년부터는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을 맡아 왔다.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을 맡은 2년여 기간 동안 그룹의 미래 혁신 비전을 제시하고 핵심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재편에 선제적으로 과감한 투자와 제휴, 적극적인 인재 영입 등을 통해 현대자동차그룹을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특히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회사’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수평적 조직문화를 확산시키고 일하는 방식에서의 변화를 가속화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한편 정몽구 명예회장은 최근 회장직 사임의사를 밝히고,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 회장직을 맡아 엄중한 경제위기 극복과 미래 혁신 주도를 당부했다고 전해졌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그간 정의선 회장 체제를 통한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실현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그룹 명예회장으로 추대된 정몽구 명예회장은 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하는 경영인으로서, 대한민국 경제와 자동차 산업 발전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IMF 외환위기 당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극심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정몽구 명예회장은 기아자동차를 인수해 성공적으로 회생, 글로벌 자동차업체로 육성했으며, 2010년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톱 5업체로 성장시켰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대내외 상황이 엄중한 시기에 정의선 회장의 취임은 미래성장의 기반을 확고히 다지고, 고객 중심 가치를 실현하며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더욱 가속화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