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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삼성' 속도 전망…韓최대 M&A 규모와 맞먹는 이재용 상속세 '걸림돌'

`이재용 삼성’의 키워드는 ‘견고한 초격차’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보다 선명하게 새 시대를 그려나갈 전망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투병한 지난 6년 간 실질적으로 회사를 이끌어 온 이재용 부회장이지만, 세간에서는 이제 그를 중심으로 한 ‘뉴 삼성’이 본격 닻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뉴 삼성의 골자야 단연 ‘견고한 초격차’로 압축된다. 비메모리 반도체 등 한국 경제 미래 먹거리에 관한 청사진이 주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도한 상속세와 지배구조 개편 등 풀어야 할 과제 또한 산적한 까닭에, 일각에선 해당 난제들을 보다 원활하게 풀게 할 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영 역량 입증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베트남 출장을 마친 뒤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의 시대가 활짝 열리길 바라는 게 고인의 마지막 생각이 아니셨을까. 영정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고 이건희 회장 추도사에서)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운 2013년 이래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 지휘봉을 잡았다는 데 대한 이견은 사실상 없다. 그에 따른 평가 역시 대체로 일정한 편이다. 경영 역량은 이미 입증됐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여느 3세와 달리 이재용 부회장의 향후 경영행보를 두고 “시험대에 올랐다”고 바라보는 이가 없는 이유다.

그간 삼성이 써온 수치가 이를 보여준다. 그룹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를 기준으로 봤을 때, 이재용 부회장이 이끈 삼성은 성장을 지속하며 초일류 기업 입지를 견고히 했다. 2013년 228조7000억 원 수준의 매출은 지난 2018년 약 243조5000억 원까지 올랐고, 시가총액 역시 2013년 204조4515억 원에서 355조8000억 원까지 약 70% 치솟았다.

특히 불안정한 경기 속에서도 호실적을 낸 대목은 눈길을 끈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가 한창이던 2019년의 경우, 최악의 실적을 예상한 이들이 많았으나 매출 230조 원가량에 영업이익 약 28조 원을 기록해 ‘선방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지난 1~2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 3분기 또한 같은 성과가 예상된다.

물론 이재용 부회장이 실적만으로 리더십을 방증한 건 아니다. 과감 결단을 수반한 행보도 여러 차례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표 사례가 지난 2017년 3월 세계 최대의 음향·전장기업 ‘하만’을 약 70억 달러(약 9조2000억 원)에 인수합병(M&A)한 일이다. 하만이 영위하는 인포테인먼트 등 각종 전장사업은 매년 9%씩 성장 중인 까닭에 이 M&A는 ‘신의 한수’로 꼽히고 있다.

남은 최대 관심사는 단연 ‘비메모리 반도체’ 초격차다. 이건희 회장이 메모리 반도체 신화를 썼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비메모리 반도체 초격차라는 새 도전에 나설 채비다. 지난해 133조 원의 투자를 계획, 비메모리 반도체 장악의 포부를 담은 ‘2030 반도체 비전’은 유명하다. 그가 최근까지 잇따라 현장경영에 나서며 미래가치를 역설하는 것도 이에 기반한다.

삼성 연구개발비 뛰어넘는 상속세 등은 ‘난제’

하지만 뉴 삼성의 앞길이 온전히 밝은 것은 않다. 그간 입증해 온 성과 및 미래 청사진이 비교적 또렷이 제시됐음에도, 제도에 발이 묶일 소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조차 감당키 힘든 거액의 상속세부터 난감한 지배구조 개편 등이 전부 최대 난제와 다름없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이를 지나친 걱정으로 볼 수는 없다. 상속세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내야 할 금액이 10조 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법에서 대기업 최대 주주거나 최대 주주의 가족 등 특수관계인에 적용되는 상속세율이 60%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주요 계열사 주식을 총 18조 원가량 보유 중이다. 이의 60%면 약 11조 원 규모다.

제 아무리 한국 최대 부호라지만 11조 원은 너무하다는 말이 많다. 작년 상반기 삼성전자가 연구개발(R&D)에 투자한 비용이 10조5800억 원 수준이다. 한국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 기록을 쓴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부문 인수 때 투입된 돈이 약 11조4000억 원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떠안은 상속세 부담이 이에 준하는 셈이다.

한국의 상속세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국내 상속세는 명목 최고세율부터 50% 수준으로 높은 수치를 띄는데, 그뿐만 아니라 최대주주 주식 평가액에 대한 20% 할증까지 붙는다. 이런 바탕에서 조(兆) 단위 상속세를 부담하는 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상속세를 낸 최고경영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7200억 원)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기업 경영의 영속성 제고를 통해 국제 경쟁력 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상속세 부담 완화가 절실하다”며 “이를 위해서 상속세율 인하,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폐지, 가업 상속공제제도 요건 완화 및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도가 삼성에 부담을 더하기로는 이밖에도 여럿이다. 지난 6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 이른바 ‘삼성생명법’도 그 중 하나다. 이 법은 보험사가 대주주 혹은 계열사 주식을 총 자산의 3% 이하만 소유하되, 보유 주식 가치의 산정 기준을 기존 '취득 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삼성전자 주식의 8.5%가량을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 중이다. 해당 법안 통과 시 삼성생명은 3%만 남기고 전부 팔아야 한다. 수 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이 시장에 나오게 되는 것인데, 금액으로 추산하면 약 20조 원 정도에 이른다. 회사 차원에서도 받아내기 벅찬 규모인 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에 부담을 주는 요소다.

다만 이건희 회장 별세 등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서 삼성생명법 통과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목소리도 차츰 커가는 모습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갑작스러운 상속 이슈 발생으로 삼성물산 지주회사 전환의 트리거로 생각했던 보험업법 개정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판단한다"고 바라봤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의 뉴 삼성 밑그림은 오는 12월 초 정기인사에서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회사를 이끈 지 6년가량 지난 만큼, 파격인사는 없을 것이란 전망도 크다. 또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 여부도 커다란 관심사인데, 지난 2017년 “삼성의 마지막 회장은 이건희”라고 말했던 점에 견줘 이 역시 현재로선 미지수다.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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