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 MOU…“신개념 커머스 플랫폼 개척할 것”

지난달 29일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이랜드와 카카오가 업무 협약식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김지원 이랜드 시스템즈 부장, 문옥자 이랜드 시스템스 대표, 최형욱 이랜드그룹 최고 전략 책임자 전무, 정의정 카카오 수석 부사장, 서성욱 카카오 비즈플랫폼 책임자 이사, 김유미 카카오 스마트채팅플랫폼 책임자 이사/이랜드그룹 제공

이랜드 물건 카톡으로 살 수 있다.
두 회사 MOU…“신개념 커머스 플랫폼 개척할 것”

메신저·플랫폼과 유통업체가 업계 최초로 손을 잡았다. 바로 카카오와 이랜드그룹이다. 양사는 MOU를 통해 카카오톡 기반의 커머스 경험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포부다. 메신저·플랫폼 등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쇼핑 시장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글로벌 트렌드에 발 맞춰 이랜드그룹과 카카오는 양사의 주요 비즈니스 및 기술 협업으로 다양한 제공할 계획이다. 카카오와 이랜드그룹을 시작으로 각종 메신저·플랫폼과 유통업체들도 협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는 사업 제휴를 통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랜드는 그룹의 유통, 패션, 외식, 호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온라인 쇼핑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랜드는 스파오, 로이드, 뉴발란스, 2001아울렛, 킴스클럽 등 다양한 오프라인 매장을 갖추고 있다. 이랜드는 카카오톡의 채널을 활용해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의 상품을 쉽고 빠르게 구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랜드가 운영하는 다양한 사업군의 콘텐츠를 확보하게 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해 카카오 서비스 플랫폼을 활용한 비즈니스 활성화 사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튜브·페이스북도 이커머스 도전
메신저·플랫폼과 유통업체의 사업 제휴는 글로벌 시장에선 낯선 풍경이 아니다. 최근 구글코리아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유튜브 ‘쇼핑 익스텐션’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쇼핑 익스텐션은 유튜브 광고영상 하단에 있는 ‘SHOP NOW’ 버튼을 클릭하면 해당 상품 정보와 가격, 판매 페이지로 이동하는 서비스다. 시청자는 판매 페이지에서 상품 구매를 할 수 있다. 유튜브는 자사 동영상 플랫폼과 커머스를 연계해 온라인 판매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다.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SNS인 페이스북도 이커머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페이스북 숍스는 누구나 무료로 온라인 상점을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 5월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숍스(Shops)’를 미국에 한해 출시했다. 시범 운영이 성공적이자 페이스북은 다음달 아시아·태평양 지역 8개 국가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페이스북 숍스는 상품의 페이스북 페이지나 인스타그램과 연동된다. 제품 결제 및 배송 확인은 페이스북 메신저나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가능하다.

이랜드그룹과 카카오도 이 같은 글로벌 트렌드에 주목해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해 지난달 29일 MOU를 체결했다. 이날 최형욱 이랜드그룹 최고 전략 책임자는 “글로벌 트렌드로 보았을 때 이미 온라인 쇼핑 시장은 메신저·플랫폼 등을 기반으로 한 시장으로 넘어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양사 협약을 통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개념 커머스 플랫폼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톡 채널에 커머스 기능 접목
양사의 이커머스 비즈니스는 ‘카카오 쇼핑’이 아닌 ‘카카오톡 채널’에 기반한다. 현재 카카오톡 채널에는 상품 판매 사이트로 이동하는 링크가 마련돼 있다. 카카오는 이 같은 기능을 강화해 카카오톡 채널에서 곧장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할 방침이다. 그 시작이 바로 이랜드그룹이다. 이랜드는 카카오 채널에 등록돼 있는 유통업체다. 이번 사업 제휴를 통해 이랜드의 카카오 채널은 상품 판매 링크로 이동하지 않아도 카카오채널에서 바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이 같은 신개념 비즈니스는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는 서비스 준비 단계”라며 “서비스를 구체화한 단계는 아니고 어떤 서비스를 개발할지 다양하게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러 유통업체와 MOU를 계획하고 있다”며 “이랜드 외에 다른 업체와도 사업 제휴를 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도 기술 협력, 사업 제휴를 위해 여러 업체와 논의중에 있다. 최근 이월드 쥬얼리사업부와 3D 그래픽 콘텐츠 전문 업체 '비브스튜디오스'는 협약식을 진행한 바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카카오뿐 아니라 주얼리 AR 온라인몰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을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된 온라인 채널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업체와 제휴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와 이랜드는 지난 6월부터 이번 MOU를 논의해왔다고 한다. 이랜드 관계자는 “양사는 신개념 커머스 플랫폼으로 온라인 시장의 판을 키우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잘 연계한 사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메신저와 유통업체의 협력이 글로벌 트렌드인 만큼 이랜드-카카오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이 같은 사례가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