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장중 2700선을 넘어선 4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에 대한 기대가 강한 주가 상승을 촉발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넘었다. 12월 들어 상승 속도가 더 빨라져 이틀 사이에 90포인트 가까운 추가 상승을 기록할 정도였다. 미국의 3대 지수 역시 모두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가 고점을 뚫은 후 SK하이닉스와 함께 시장을 리드해 갔다. 미래 개선기대가 불안한 현실을 압도하는 형국으로 볼 수 있다. 주가가 강하게 상승한 건 코로나19 확산 대 백신 개발이란 구도에서 백신 개발이 승리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로 인해 코로나19 3차 확산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경제봉쇄 조치가 소극적으로 이루어졌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줄었다. 미국에서 하루 환자가 2만명 정도 발생하던 3월에 소비가 5% 넘게 감소했지만 지금은 18만명 가까운 환자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작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급됐던 정부의 지원금이 사라져 이 정도이지 지원금이 지급된 7월에는 증가율이 5%에 육박했었다.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경제도 현재보다 내년 개선에 무게를 싣고 있다. 독일 민간경제연구소인 유럽경제연구센터(ZEW)의 현재평가지수를 보면 미국은 11월 현재 동지수가 -59.1을 기록하고 있다. 0을 기준으로 경기가 좋은 상태이면 +, 반대이면 부호가 ­-가 되므로 현재 경제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반면 향후 경기에 대한 기대지수는 40.5로 강한 확장영역에 들어가 있다. 유럽도 사정이 비슷하다. 11월에 현재지수는 -76.4인 반면 기대지수는 32.8을 기록하고 있다. 개선 기대가 불안한 현실을 압도하고 있는 건데 기대에 의해 주가가 형성되는 만큼 주가 변동이 커질 수 있다. 동일한 모습이 우리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기 전에 주가가 먼저 오르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주가가 경기를 선반영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외부 충격으로 주가가 하락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정책이 동원돼 경기의 방향을 돌리는데 성공했다. 이후 외국인 매수가 들어오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아직 경기가 힘있게 올라가지는 못하고 있다. 동행지수순환변동치로 본 경기는 지난 5월 96.8을 바닥으로 10월에 98.4까지 소폭 상승했다. 코로나19 발생 전 해당 지수가 99.5 위에서 움직였던 걸 감안하면 아직 질병 발생 이전 저점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주가는 이미 사상 최고치를 넘었다. 주가의 선행성을 감안하더라도 이번처럼 경기 회복 초반에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넘는 건 힘든 일이다. 그만큼 주식시장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졌다.

내년은 시장에 비우호적인 정책이 나올 듯

숙제 중 하나가 경제 정책이다. 시장에서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금융과 재정정책 모두가 주가에 우호적인 형태가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런 생각 때문에 옐런 전 연준의장이 새로운 정부의 재무장관으로 지명되자 시장이 환호했다. 연준의장으로 재직할 때 저금리를 선호했고 재정건전성을 해치는 일에 반대했으며, 자유무역을 옹호했기 때문에 경기우호적인 정책을 내놓을 거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재무장관이 취임하더라도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정책을 내놓긴 힘들다. 오히려 소리없이 유동성을 회수하는 등 주가의 발목을 잡는 일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고 주가도 떨어져 시장에 우호적인 정책을 쓸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모든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로 높아 시장 우호적인 정책보다 시장을 냉각시키는 정책을 쓸 필요가 있다. 뉴질랜드 정부가 중앙은행에 급등하는 부동산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정책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이 평균 물가제를 도입하고, 2023년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얘기했지만 그건 코로나19 상황에서 나온 얘기다.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가 잦아들고, 주가가 계속 올라갈 경우 연준은 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 설혹 인상에 나서지 않더라도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다는 암시를 계속 줘 시장을 제어할 가능성이 있다. 한번 한 말을 어떻게 뒤집냐고 반론할 수 있지만 정책은 언제든지 바뀌는 것이다. 내년은 여러 면에서 올해보다 시장에 비우호적인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IT가 주도하는 시장

11월에 코스피가 16.2% 상승하는 동안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1.3% 상승에 그쳤다. 우리 시장의 독보적 상승은 12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승 차이는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IT하드웨어 주식 때문이다. 우리와 대만시장에서 IT 비중이 높아 이들이 올라가면 다른 나라와 주가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순수하게 가격만 보면 최근 IT의 주가 상승을 IT와 다른 업종간에 키 맞추기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코스피가 3월 저점 이후 90% 가까이 올랐고, 대부분 업종은 배 가까이 상승했지만 IT만은 코스피에 못 미치는 상승에 그치고 있다. 주가가 올라 시장이 마땅히 매수할 종목을 찾을 수 없을 때 주가가 오르지 못한 종목을 찾게 되는데 그 대상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IT주식이 선택된 것이다. 당분간 주가 격차를 줄이는 작업이 계속될 걸로 보인다. IT 주가가 목에 차면 그때에 비로소 시장이 휴식에 들어갈 것이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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