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이 오르내리는 테마주 `주의보’
거래소 “풍문으로 주가 급등하는 경우 적극 해명을 유도할 것”

정치인 테마주, 코로나19 테마주들이 급등락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 테마주들은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으며 정치인 테마주도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정치 뉴스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코로나19의 경우 치료제나 백신 개발 중인 제약사는 물론이고 약품 냉동유통업체 주가까지 테마주로 엮여 요동치고 있다. 대선이 임박하진 않았는데도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정치인들의 테마주도 눈에 띈다. 정치인과 학연, 지연이 있는 기업은 테마주로 불리며 정치인 일거수 일투족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고 있다.

대학동문이면 ‘윤석열 테마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렸던 10일, 윤 총장 테마주인 덕성은 전날 5.45% 올랐지만 이날 주가는 전날 대비 5.05% 하락한 8640원으로 마감했다. 덕성은 이봉근 대표와 김원일 사외이사가 윤 총장과 서울대 법대 동문으로 알려지면서 윤석열 테마주로 불리게 됐다. 앞서 덕성은 지난 2월 공시를 통해 “대표이사?사외이사와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학교 동문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과거 및 현재 당사와 사업 관련 내용이 전혀 없음을 알린다”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윤석열 테마주로 엮이고 있다.

자동차 부품 전문 생산 업체인 서연이화도 전날 7.19% 오르며 강세를 나타냈으나 이날 8.05% 하락한 7540원으로 장을 마쳤다. 2014년 주식회사 서연으로부터 분할된 서연이화는 서연의 유재만 사외이사가 윤 총장과 서울대 법대 동문으로 알려지면서 윤석열 테마주에 이름을 올렸다. 이틀 연속 상승세였던 진도는 3.25% 하락 마감했다. 모피생산업체인 진도는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안호봉 법무법인 대륙아주 기업부문 대표변호사가 윤 총장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크래프트도 전날 2% 넘게 올랐다가 이날 ­2.46%로 장을 종료했다. 이곳도 사외이사인 류광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윤 총장과 서울대 법대 동기다.

윤 총장의 행보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건 지난달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및 직무정지를 발표하자 윤석열 테마주가 급등하기도 했다. 심지어 윤 총장과 관련성이 없다고 밝힌 기업들의 주가도 오르내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윤 총장에 대한 여권의 때리기가 있을 때마다 윤 총장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며 “정치인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테마주가 요동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치인 테마주들은 실제 해당 기업과 관련이 없을 수 있다”며 “대학동문이라는 이유만으로 투자할 것이 아니라 기업 가치를 보고 투자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 테마주
지난 4월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관련 주식 투자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거래소는 “코로나19 관련 마스크, 진단, 백신, 세정·방역 종목(소위 코로나 테마주)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주가가 급등락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코로나 확산 영향과 무관한 회사나 사업실체가 불분명한 회사가 코로나 테마주로 부각되고 무분별한 추종매매 등이 따르는 경우 투자자의 피해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약 8개월이 지났지만 코로나 테마주는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백신 유통과 관련된 콜드체인(냉동유통) 기업들이 코로나 테마주에 포함됐다. 코로나 백신 임상에서 90% 이상 효과를 봤다고 발표한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백신이 영하 70도 이하에서 보관돼야 한다고 밝히면서 관련 기업에 매수세가 몰린 것이다. 초저온냉동고를 생산·공급하는 대한과학은 지난달 10일부터 이틀간 주가가 58.2% 올랐다가 이후 20% 넘게 하락했다. 투비소프트도 같은 기간 주가가 30% 넘게 올랐다가 13일에는 주가가 13% 하락했다. 투비소프트는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으로 AI(인공지능) 기반의 의약품 콜드체인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하지만 코로나 백신은 아직 임상 단계로 상용화까지 상당 기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화이자가 내년쯤 백신을 분말로 만들면 냉동유통이 불필요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테마주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코로나19, 임상실험 등 핵심 키워드를 분류·저장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테마주에 대해 신속 심리 의뢰 등 강화된 관리체계를 적용하겠다”며 “핵심 키워드의 체계적 관리를 통해 신속한 풍문관여종목 지정·통보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이버상 각종 풍문 등으로 주가 또는 거래량이 급등하는 경우 해당 상장법인에 통보해 적극 해명을 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