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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열풍] 非재무적 성과 올려야 재무성과도 오른다

ESG 글로벌 투자 확대에 국내 기업도 분주한 대응…환경(E) 분야 중요도 부각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가치 향상이 필수인 시대가 됐다. 그야말로 ‘ESG 열풍’이다. 내년에는 그 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SG에 대한 공적자금의 글로벌 투자 확대가 경향성을 또렷이 드러내고 있어서다. 자연히 투자시장의 관심 또한 높아감에 따라, 각 기업의 ESG경영 행보를 눈여겨보는 시선이 늘고 있다. 다가오는 ESG 시대, 변화할 각 기업과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ESG투자 가파른 증가세

  • 지난달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KB금융그룹 국제컨퍼런스 '2020 ESG 글로벌 서밋: 복원력 강한 경제와 지속 가능한 금융의 길'에서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축사를 했다.
그간 국내 기업이 ESG가치 향상을 거론할 때는 이미지 제고 수단의 성격이 짙었던 게 사실이다. ESG경영의 성과 등을 담은 ‘지속가능 경영보고서’ 발간이 필수가 아닌 선택인 구조에다, 발행 자체가 기업의 홍보수단으로 활용된 사례도 숱하다. ‘기업의 본질은 수익창출’이란 전통 개념에 따라,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가치는 뒷전으로 밀려왔던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전망이다. ESG경영의 여부 및 성과가 이제는 기업의 운명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바라본다. 당장 국내 기업들의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부터 ESG 기준을 적용해 국내 주식·채권을 투자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 단계에서 ESG 요소를 주요가치 중 하나로 참고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역설이 있다. 재무적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EGS와 같은 비재무적 가치를 끌어올리는 작업이 불가피해졌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ESG 투자 자산 규모가 급증했다”며 “밀레니엄 세대의 ESG 투자 관심이 증가하고 전통적 투자 지표의 한계로 인한 ESG 평가 요소 및 비재무적 데이터 공개 의무화 등이 뒤따랐다”고 전했다.

기업 가치와 투자 상승에 ESG가 필수조건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ESG 투자규모는 2018년 30조6830억 원에 달했다. 이는 2012년에 비해 3배 가량 늘어난 수치로 현재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한국의 경우 ESG펀드 규모가 올해 2월 기준 3860억 원에 그쳐 글로벌 펀드와는 격차가 큰 상황이라고 한다.

단 국내에서도 ESG 투자가 대세로 떠오르게 될 것이란 점에는 이견이 드물다. 최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가 공동 개최한 '코스피 최고치 경신, 현재와 미래를 논하다' 토론회에도 같은 의견이 나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사회책임투자라는 거대한 흐름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공적자금이 많이 투입되는 ESG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발등에 불’

  • 지난 1월 KB증권 용인연수원에서 ‘KB금융그룹 ESG 이행원칙’에 서명을 하고 기념촬영 중인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및 계열사 대표이사진.
투자시장의 기조가 이처럼 변한 까닭에 국내 기업들도 분주해졌다.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이른바 ‘에너지 다소비업종’을 주력 산업으로 삼고 있는 한국은 수년 간 ‘기후악당’ 오명을 써왔지만, 최근부터 돌연 ‘환경경영’을 선언하고 나섰다. 또 금융사들 역시 ESG 펀드발행 및 투자 규모를 늘리는 데에 주력 중이다.

금융계의 경우 NH투자증권은 ‘지속가능발전소’와의 협업을 통해 ESG지주회사 지수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이 발전소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ESG요소를 반영한 기업 신용조회서비스 제공업체다. NH투자증권은 ESG 관련 데이터 확보에 만전을 기하면서 관련 지수개발 산출 노하우를 쌓아갈 방침이다.

KB금융지주는 ‘ESG위원회’를 신설하기도 했다. 기업대출과 투자 등에 관한 심사 단계에서 ESG 요소를 주요 고려사항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IB부문의 ESG 사업을 강화, 신재생 에너지 분야 딜을 진행한 데 이어 SK에너지(5000억 원)와 GS칼텍스(1300억 원) 그린본드 발행을 주관하기도 했다.

눈에 띄는 곳은 SK증권이다. SK증권은 2018년 한국중부발전 등과 손잡고 국내 최초로 해외 탄소배출권 사업에 진출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같은 해 5월 산업은행이 발행한 3000억 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인수, 10월에는 한국남부발전의 1000억 원 규모 그린본드 발행업무를 맡았다. 최태원 회장을 필두로 ESG가치를 매해마다 설파 중인 SK㈜ 의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참고로 SK그룹은 8개 관계사가 지난달 한국 최초로 ‘RE100’에 가입해 눈길을 끈 바 있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다. 2050년까지 사용전력량의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약속을 의미한다. SK측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ESG 실천 기업이라는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다가올 변화…‘E’에 무게 중심

  •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18일 열린 상하이 포럼에서 글로벌 환경·사회 위기 극복을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심의 글로벌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실이 이런 만큼 국내 기업의 산업 환경은 큰 변화를 맞이할 조짐이다. 특히 ESG 가운데 ‘E’, 즉 환경 분야의 변화가 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형 뉴딜의 중심축도 사실상 그린뉴딜에 있는 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 역시 환경부문 강화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단연 그와 같은 변화의 핵심은 탈탄소 등 기후위기 대응으로 압축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와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위기로 지속가능성에 기초한 성장동력 확보 중요성이 부각돼 단순 자금조달이 아닌 ESG 기반 투자 활동이 강화되고 있다”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는 주요 글로벌 기업 CEO들에게 투자결정 시 기후변화 요소를 기준으로 삼으라고 했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한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매년 상장기업의 ESG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올해는 SK㈜와 SK네트웍스, SK텔레콤, KB금융, 효성화학,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포스코인터내셔널, KT, 신한지주, KB지주 등을 포함한 16곳이 ‘ESG 통합’ 부문에서 국내 기업 중 가장 높은 A+ 등급을 받았다. KCGS가 부여하는 최상위 등급 ‘S’를 받은 기업은 한 군데도 없었다.

KCGS측은 “올해는 ESG 우수수준(‘A’등급 이상)의 기업이 증가했음에도 양호수준 (‘B+’등급)의 기업 비중은 유지됐다”며 “상위 등급으로 이동한 기업도 다수 확인됐지만, ‘B등급(보통 이하)인 기업이 전체의 68%에 해당하는 점에 비춰, 상당수 기업들은 여전히 ESG 경영 수준이 취약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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