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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양대산맥, 호랑이·독수리 '황금세대' 부활
90년대 초·중반 고·연전 주축멤버들, 프로농구 무대서 맹활약



△ 김병철, 전희철, 현주엽



빛 바랜 추억의 앨범 한 장을 들춰 보자.

때는 1995년 2월초, 장소는 농구 코트다. 당시 겨울 스포츠의 대명사나 진배 없었던 ‘농구대잔치’가 연일 열기를 내뿜는 가운데 국내 학원스포츠의 양대 산맥인 고려대와 연세대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전통적인 사학의 맞수답게 두 팀은 일진일퇴의 공방을 거듭하며 치열한 일전을 벌였다. 역전과 재역전을 주고 받는 명승부 끝에 최종 스코어는 77대 75. 연세대의 신승이었다. 연세대 응원단은 체육관이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승리를 자축했고, 고려대 응원단도 결과는 중요치 않다는 듯 선수들에게 뜨거운 격려를 보냈다.

이날 경기서 맞붙은 양 팀의 선수를 살펴 보자. 이상민, 우지원, 서장훈, 김택훈, 석주일, 신기성, 김병철, 양희승, 전희철, 현주엽.... 앞의 5명은 연세대 주전들이었고, 뒤의 5명은 고려대 주전들.

근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전혀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여전히 한국 농구를 짊어 지고 있는 대들보이기 때문이다. 90년대 중반 고려대와 연세대는 '한국농구의 황금세대'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특출한 선수들로 라인업을 이뤄 대학 농구를 호령하고 있었다.

두 학교를 당해 낼 맞수는 없다고 해도 좋았다. 고려대에겐 연세대가, 연세대에겐 고려대가 유일한 라이벌일 뿐이었다. 허재-강동희-김유택 등의 최강 멤버로 대학 농구판을 석권했던 중앙대의 80년대 전성기를 떠올릴 만큼 양교의 독주는 인상적이었다.

당시 양교의 농구팀을 이끌던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은 곧 이어 국가 대표팀의 중추를 형성하며 대부분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스타로 자리 잡았다. 현재의 프로농구(KBL) 무대 역시 이들에 의해 주도되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2003년 시즌에는 군복무 등의 이유로 코트를 떠나 있던 선수들까지 모두 복귀해 황금 세대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

주목할 것은 황금 세대의 대부분 선수들이 전체 구단에 골고루 나뉘어 소속돼 있으면서 동시에 팀의 핵심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 서장훈, 우지원, 이상민

▲고려대 출신들



올 시즌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원주 삼보TG에는 걸출한 토종 센터 김주성과 용병 앤트완 홀, 리온 데릭스의 공격력을 뒷받침하는 민완 가드 신기성이 있다.

'포스트 허재'의 왕좌를 노리는 가드 중 한 명인 신기성은 상무 제대 후 더욱 농익은 볼 배급과 돌파력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 넣으며 두 시즌 연속 패권의 선봉장 노릇을 할 태세다.

헝그리 구단 코리아텐더를 인수해 프로농구 코트에 뛰어든 부산 KTF의 기둥은 누가 뭐래도 '돌아온 하마' 현주엽이다. 신기성과 마찬가지로 올해 상무 제대후 팀에 복귀한 현주엽은 무릎 연골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자기 몫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다. 단독 플레이보다는 어시스트에 주력하며 예전과 달리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두를 바짝 뒤쫓고 있는 대구 동양은 가드 김승현이 주도하는 속도 농구가 팀의 얼굴 격이다. 하지만 아무리 빠른 플레이라도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 김승현과 짝을 이루는 슈팅가드 김병철은 '피터팬'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내외곽을 넘나들며 팀의 주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얼마 전 조성원과 맞트레이드돼 서울 SK로 이적한 '에어본' 전희철은 한국을 대표하는 포워드 중 한 명. 전주 KCC에서는 정재근, 추승균 등과 포지션이 겹치면서 제자리를 찾지 못했지만 SK에선 팀 공격의 날?노릇을 충분히 해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밖에 안양 SBS의 양희승도 팀은 비록 하위권에 처져 있지만 득점포 역할을 꾸준히 해 주고 있다.


▲연세대 출신들



시즌 초반의 상승세가 한풀 꺾이며 주춤하고 있는 서울 삼성. 하지만 '국보급 센터' 서장훈이 있기에 그리 큰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서장훈은 현재 경기당 평균 23점을 링에 꽂아 넣으며 국?선수 중 가장 높은 득점력을 자랑하고 있다. 기복없는 플레이로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얻는 것도 큰 장점이다.

1,2위에 근소하게 뒤진 승률로 3위를 달리고 있는 전주 KCC의 모든 공격은 '컴퓨터 가드' 이상민에게서 시작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최고 용병 찰스 민렌드와 추승균, 조성원 등 토종 슈터로 짜여진 포워드진도 어시스트 1위에 올라 있는 이상민의 손끝을 항상 주시할 수밖에 없다.

농구 코트의 '꽃미남' 우지원 역시 소속팀인 울산 모비스의 기둥 노릇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팀은 비록 최하위권에 처져 있지만, 용병 R.F. 바셋에 이어 팀내 득점 2위를 기록하며 이름값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이상에서 보듯 95년 2월 농구대잔치 연ㆍ고전의 주역은 대체로 92학번~94학번에 해당하는 선수들이다.

황금세대의 범위를 여기서 좀더 넓혀 보면, 연세대 출신의 스타들이 고려대 출신보다 수적으로 우세함을 알 수 있다. 문경은(90학번), 조상현-동현 형제, 황성인(95학번) 등 연세대 출신의 또다른 스타들이 각각 소속팀에서 키플레이어 구실을 하는 데 비해 고려대 쪽은 '황금세대의 전후세대'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편이다.


▲ 연·고대 출신이 합친다면



연세대와 고려대 출신의 황금 세대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라이벌 관계이지만, 동시에 둘도 없는 동지다. 워낙 뛰어난 자질을 갖춘 덕에 태극 마크를 달고 한솥밥을 먹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들을 보면서 웬만한 농구팬들은 한번쯤 이런 상상을 해보지 않았을까. 센터 서장훈, 포워드 현주엽ㆍ전희철ㆍ우지원ㆍ문경은, 가드 이상민ㆍ김병철ㆍ신기성…. KBL 최강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용병 올스타팀과 맞붙어도 승산에 부족함이 없을 전력이다. 단, 이 같은 멤버들로 팀을 만들 수만 있다면.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입력시간 : 2003-12-1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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