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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發 이승엽 열풍
"파워배팅에 열도가 반했다"
유연하고 안정된 타격자세로 '승짱'위력 과시, 롯데 해결사로 기대 한몸에


‘승짱’(일본인들이 이승엽을 친근하게 부르는 애칭) 이승엽(지바 롯데)의 괴력에 일본 열도가 입을 쩍~ 벌렸다. 아직 스프링캠프에서 동계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단계에 불과하지만 ‘56호 홈런 사나이’의 파워 본능이 벌써부터 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최근 프리배팅이나 영상 피칭머신을 통한 실내 타격훈련에서 화끈한 장타를 선보이며 바비 밸런타인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관계자들을 경탄케 했다. 말로만 듣던 아시아 홈런왕의 위용을 막상 눈앞에서 확인하게 되자 현지에선 이에 대한 다양한 분석도 쏟아지고 있다.

롯데 구단 피지컬 트레이너는 이승엽의 장타력에 대해 “이승엽은 보통 선수들과 다른 신체구조를 가졌다. 덩치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월등한 것은 아니지만 골격을 둘러싼 소근육(小筋肉)이 잘 발달돼 있어 유연한 파워 배팅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 “일본서도 56홈런 충분” 극찬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팀내 최고참 투수이자 야구평론가인 고미야마 사토루(39)의 평가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이승엽에 대해 2월6일자 닛칸 스포츠에 실린 기사에서 “방망이 헤드스피드가 다른 선수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데다 방망이가 나오는 순간부터 공을 맞힐 때까지의 스윙 궤적도 일정하게 유지된다”며 장타력의 비결을 나름대로 분석했다. 그는 또 “정말 물건이다. 일본에서도 56홈런을 충분히 때려낼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선수”라고 극찬했다.

비록 팀 동료들이, 그것도 짧은 기간 이승엽을 관찰한 뒤 내놓은 평가인 까닭에 의례적인 칭찬일 수도 있겠지만 ‘분석야구’에 능한 일본 야구인들의 말이기에 귀담아 들을 대목이 없지 않다. 주목할 것은 이승엽 장타력의 원천에 대한 국내 운동역학 전문가들의 견해도 앞선 두 시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 ‘소근육’과 관련된 견해. 스포츠 생리학ㆍ의학 전문가인 곽이섭 동의대 교수(체육ㆍ레포츠 학부)에 따르면, 대근육(大筋肉)과 소근육의 불균형은 야구선수의 장타력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고 한다. 요컨대 요즘 장타력을 키우려는 선수들 사이에 필수과목처럼 여겨지는 웨이트 트레이닝도 자칫하면 대근육의 지나친 발달만 가져와 오히려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근력은 좋아지지만 그 힘을 효율적으로 공에 실어 보낼 수 없기 때문에 ‘덩치만 큰 물방망이’가 된다는 지적이다. 반면 소근육이 고르게 발달된 이승엽은 비교적 작은 체구에도 대포를 곧잘 쏘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이승엽은 스윙의 준비동작에서 사용되는 이두박근(대근육) 외에 요골근ㆍ원형근(팔뚝을 이루는 뼈에 붙은 근육) 같은 소근육이 발달돼 있고, 타격 순간 사용되는 삼두박근(대근육)을 주근(팔꿈치 주변을 둘러싼 소근육)이 잘 지지해주는 등 근육간의 협응력이 뛰어나 장타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대근육과 소근육의 고른 발달은 장타를 터뜨리는 비결일 뿐 아니라, 근육이 뼈와 관절을 지지해준다는 점을 감안하면 운동 중 부상을 예방해 선수 수명을 늘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 장타력의 비밀은 몸속 근육

올 시즌 1루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될 이승엽과
후쿠우라가 수비훈련을 하고 있다.



키 183cm, 몸무게 90kg로 야구 선수로선 ‘평범한’ 체구를 가진 이승엽이 별다른 부상 없이 뛰어난 대포로 장수하고 있는 비밀의 일부가 결국 ‘몸 속 근육’에 있는 셈이다.

한편 지바 롯데 최고참 투수인 고미야마가 주목한 배트 스풩恙?스윙 궤적은 이승엽의 장타력과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을까.

야구나 골프선수의 스윙 메커니즘을 오랜 기간 연구해온 진영완 동의대 교수(체육ㆍ레포츠 학부)는 “야구에서 장타가 나오는 경우는 공을 때리는 방망이 헤드의 ‘운동량’이 클 때”라며 “이는 방망이 헤드의 속도가 빨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운동량이라는 것은 물체의 질량(m)에 움직이는 속도를 곱한 값. 야구 배트는 일정한 규격 하에 무게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결국 배트 스피드가 빠를수록 운동량이 커진다. 그렇다면 힘이 센 선수들의 배트 스피드가 더 빠를텐데…. 진 교수는 더욱 중요한 것은 스윙 궤적이나 자세라고 강조한다. 쉬운 예로 일반인들이 즐겨 찾는 자동식 야구장을 한번 떠올려 보자. 이곳에선 엉거주춤하게 선 채 배트를 몸에서 멀찌감치 떨어뜨려 잡고 휘두르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래서는 배트 스피드가 제대로 나올 수 없다. 방망이 헤드 부분이 이를 휘두르는 회전축에서 멀면 멀수록 공기 저항을 그만큼 많이 받기 때문이다. 또 임팩트 순간에 힘을 실을 수가 없다.

물론 야구 선수들 중에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하지만 이승엽처럼 홈런을 펑펑 쳐내는 타자는 왜 손에 꼽을 정도인 것일까. 비밀은 역시 스윙 메커니즘이다.

진 교수는 “이승엽은 배트를 잡았을 때 손목과 배트의 각을 일정하게 유지한 채로 공의 임팩트 순간까지 끌고 나간다. 그만큼 스윙 동작이 안정돼 있고 몸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것이 곧 홈런을 양산할 수 있는 비결이다”라고 밝혔다.

△ 어떤 공도 공략 가능한 타격밸런스

이승엽이 가고시마 가모이케 구장 롯데 마린스 스프링
캠프에서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이승엽의 스윙을 지켜본 지바 롯데의 톰 롭슨 타격코치가 ‘베리 굿’을 연발한 것이나 동료 투수 고미야마가 “어떤 공도 공략할 수 있는 타격 자세를 지녔다”고 극찬한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두 사람의 지적은 모두 폭발적인 임팩트 순간을 만들어내는 스윙궤적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 순간의 자세 또한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승엽은 이러한 점에서 장점을 지녔다.

한일 양국 전문가들이 함께 ‘공인’한 홈런 머신 이승엽. 이제 일본 야구 정복을 위해 그에게 남은 것은 낯선 환경을 극복하는 일 정도밖에 없는 듯하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입력시간 : 2004-02-1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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