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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되돌리기] 배틀 로얄과 지옥 갑지원
살인 게임은 시작됐다!

1997년 일본의 고베시에서 초등학교 6학년생의 머리가 절단된 채 발견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엽기살인의 범인은 당시 14살이었던 중학교 3학년생. 그가 범행 현장에 남긴 편지에는 ‘살인 게임은 시작됐다. 나를 잡을 테면 잡아봐라.’라고 적혀있었다.

‘살인 게임’은 유독 일본 대중문화 속에서 친숙한 소재이다. 그 이유는 일본이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본래적으로 잔인한 섬나라 근성을 갖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경쟁만을 강요하는 일본 특유의 폐쇄적인 조직사회에서 도태된 개인이 자학, 피학에 몰두하게 되는 사회 병리적인 현상 때문일 수도 있지만 사실 흔쾌히 뭐라 단정 짓기는 어렵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들의 문화가 우리의 것과 상당히 이질적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문화적 이질감을 엿볼 수 있는 영화가 바로 ‘배틀로얄(Battle Royale, 일본에서 2000년 개봉, 한국에서 2002년 개봉)’과 ‘지옥 갑자원(Battlefield Baseball, 일본에서 2002년 개봉, 2003년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상영작)’이다.

‘배틀로얄’은 2000년 일본에서 개봉할 당시에도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아시아의 한 전체주의 국가인 대동아 공화국이 치솟는 실업률과 급증하는 교내폭력 문제로 사회 불안이 증폭되자 학생들을 강인하게 교육시키자는 ‘신세기 교육법’을 내놓는 것으로 시작한다. ‘배틀로얄’이라고 명명된 이 새로운 교육법안은 한 마디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친구를 죽여야만 하는’ 살인 게임의 룰. 이 법안이 시행됨에 따라 주인공 나나하라 슈야가 소속된 반은 무인도로 납치돼 살인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처음에는 차마 친구를 죽일 수 없다고 일말의 인간적 연민과 동정을 표하던 학생들은 점차 냉혹하게 친구들을 살해해 가며 살인 게임에 익숙해진다.

‘지옥 갑자원’은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일본판 B급 주성치 영화라고 보면 된다. 운동장에 나뒹구는 조악한 시체들과 머리와 온몸을 관통해버린 야구방망이들, 죽은 시체들이 어느 순간 인조인간이 되어서 돌아와 최첨단 과학기술의 발전 운운하는 황당한 설정, 희극적인 상황에 무게를 잡는 비장감 넘치는 나레이션 등으로 포장된 영화는 일본 고교야구 소년들의 꿈인 갑자원(전국 고교 야구 선수권 대회)을 소재로 하고 있다.

갑자원에 출전해서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세이도 야구부는 예선상대가 경기룰을 무시하고 폭력과 살인야구를 서슴지 않는 게도 야구부라는 사실을 전해 듣고 경악한다. 갑자원을 포기할 수 없는 야구부 코치는 어딘가 범상치 않은 전학생 주베가 교내 폭력서클 두목과 싸우는 모습을 보고 주베의 ‘싸움 야구’가 ‘살인 야구’와 붙어도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하고 주베를 끌어들이려 한다. 그러나 엄청난 마구를 자랑하는 주베는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이 던진 괴력의 공을 받다가 저 세상으로 간 이후 야구를 포기한 지 오래다. 결코 고집을 꺾을 것 같지 않은 주베는 팀 동료들이 게도팀과의 경기에서 하나둘 씩 잔인하고 엽기적으로 죽어나가자 지옥과도 같은 야구사투에 뛰어들게 된다.

두 영화는 살인 게임이라는 선정적인 주제를 각기 다른 방법으로 풀고 있다. 하지만 비장미 넘치는 살인게임이든지 포복절도할만한 컬트적인 살인게임이든지 간에 이 두 영화 모두 일본과의 문화적 간극을 좁히는 일이 여전히 요원함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잔인하고 변태적이라는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일본인들이 근거없이 총질을 해대고 이유없이 마구잡이로 사람을 죽이는 광경을 도무지 유쾌한 기분으로 봐줄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정선영 자유기고가 startvideo@hotmail.com


입력시간 : 2004-04-0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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