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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의 골프이야기] 그립부터 점검합시다


지난 주말 라운딩을 하면서 있었던 일이다. 울긋불긋 단풍진 초목들로 빽빽이 둘러 싸인 골프장의 잔디에도 어느덧 초록의 싱싱함보다는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듯한 노란색이 훨씬 짙어 보였다. 올 한 해의 골프 시즌이 저물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일행이 7번 홀의 티잉 그라운드에 다다르자 동반자 가운데 한 분이 원 포인트 레슨을 해달라고 말했다. 천지간이 온통 단풍으로 어우러진 골프장에서 갑자기 원 포인트 레슨을 하여 달라는 말을 듣자, 문득 잭니클라우스가 매년 시즌이 끝나면 언제나 자신의 은사인 잭 그라우트를 찾아가 그립부터 다시 점검하는 내용의 그림이 그려져 있던 그림책을 읽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골프 스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사람마다 견해가 다르겠지만, 나는 그 질문에 대하여 그립이라고 대답해 왔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 골프에 재능이 있는지 여부를 판가름할 때면 나는 그의 스윙의 리듬이나 템포를 본다. 하지만 그 사람의 현재 골프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먼저 그의 그립을 지켜본다.

물론 지나치게 주관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나는 스윙의 리듬과 템포는 선천적인 것인 반면에, 그립은 후천적인 것으로 믿고 있다. 따라서 스윙의 리듬이나 템포는 변화시키기 어렵지만, 그립은 교습될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이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과 골프 스윙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그립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원 포인트 레슨을 부탁 받았던 그날도 나는 그립이야기를 했었다. 처음 함께 골프를 하는 그 사람의 그립을 지켜 보고는 그의 왼손그립이 심한 훅 그립인데다가 왼쪽 엄지 손가락마저도 샤프트의 오른쪽으로 벗어나는 형태인 것을 알았다. 7번 홀까지 오는 동안 그의 드라이버 샷은 매번 왼쪽으로 휘어지고 있었는데, 나는 그 주된 원인이 바로 그의 그립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7번 홀에서 그 사람이 티샷을 하기 전에, 그에게 왼손 엄지 손가락만이라도 샤프트 위에 올려놓는 자세로 그립을 하고 볼을 쳐보라고 권했다. 그러자 그의 티샷은 깜짝 놀랄 만큼 개선되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나는 다음날 사무실에서 나와서 오래 전에 적어 두었던 그립에 관한 메모를 뒤적인 적이 있다.

그립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오버 래핑, 인터 록킹, 내추럴 등. 두 손으로 클럽을 잡을 때 양손의 형태를 어떻게 취하느냐를 기준으로 그립을 분류한 것이다. 또 왼손 그립의 위치에 따라 훅 그립(스트롱 그립) 또는 슬라이스 그립으로 나누어 부르기도 한다. 이 중에 어떤 형태의 그립을 할 것인가의 관건은 각자의 취향이나 신체적인 특성에 달려 있다. 가장 중요한 관건은 어떤 형태의 그립을 취하였을 때 가장 편안한 느낌으로 클럽을 콘트롤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립 이야기 가운데 골퍼들로 하여금 가장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그립을 할 때 “ 클럽을 얼마나 세게 잡을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이에 대하여 골프 연습장에 가서 흔하게 듣는 가르침이 “ 부드럽게 잡으라”는 말이다. 심지어 새를 쥐는 기분으로, 또는 달걀을 감싸 쥐는 듯한 느낌으로 잡으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나는 그와 달리 강하게 잡는다. 특히 왼손 그립을 강하게 잡는다. 얼마나 강하게 잡을 것인가? 어드레스부터 백 스윙 하고 임팩트를 한 다음 피니쉬를 할 때까지, 다시 말하자면 골프 스윙의 처음부터 끝까지 사이에, 왼손 그립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만큼 단단하고 확실하게 잡는 것이다.

입력시간 : 2004-11-0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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