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히파이브 Merry Christmas' 1969년 유니버샬
사이키델릭 명곡과 징글벨의 절묘한 조화
12분 15초 연주버전… 대표적 록 캐럴음반
초기 설악산 배경과 1년뒤 재발매 된 빨간바탕 재킷 두가지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연 말이 되면 흥청거리는 도심에 캐럴송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었다. 80-90년대엔 ‘길보드’라 불렸던 길거리 불법 음반판매상들이 틀어주는 캐럴송이 귀가 따갑도록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도심 거리를 나가보면 사람들은 넘쳐나는데 이상하게도 조용하다. 캐럴송이 없으니 침묵의 세계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는 록과 포크전성시대다. 많은 록밴드들이 음반사의 기획으로 크리스마스 캐럴 연주음반을 냈었다. 키보이스 하면 ‘해변으로 가요’로 유명한 여름철 노래의 터주 대감이다.

그들은 여름에만 활개를 친 것은 아니다. 한 겨울에도 캐럴송 ‘징글벨 락’으로 히트를 터트리기도 했다. 명반으로 회자되는 록밴드의 캐럴음반이 있다. 히파이브와 라스트찬스가 연주한 롱 버전의 록 캐럴음반이 대표적이다.

그중 1969년에 발매된 히파이브의 연주 캐럴음반 ‘Merry Chrismas'는 대중가요 애호가들이 탐을 내는 명반이다. 총 8곡의 수록곡 중 사이키델릭 명곡 ‘인아가다다비다’를 징글벨과 절묘하게 리믹스한 12분 15초의 연주버전은 키보이스 출신인 리더 김홍탁이 왜 신중현과 쌍벽을 이루는 록 아티스트로 평가받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준다.

이 앨범은 설악산의 설경을 배경으로 한 초반 재킷과 1년 뒤에 재발매된 빨간색 바탕의 버전 두 가지가 있다. 더욱 희귀한 설악산 배경재킷은 당시 히파이브가 서울대 미대생들과 함께 연주여행을 떠났던 것을 암시한다.

최근 들어 도심의 거리에는 캐럴송이 완벽하게 사라졌다. 해마다 이맘때면 인기 개그맨들의 코믹 캐럴과 가수들의 각 종 캐럴음반들이 앞 다투어 나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계속된 음반 판매 부진에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까지 겹쳐 캐럴앨범 제작 소식은 그 자체로 뉴스가 될 정도다.

과거 크리스마스 휴일이라 하면 하룻밤의 외박을 꿈꾸며 도심거리에는 젊은 인파들로 넘쳐났었다. 일제 강점기에도 교회를 중심으로 캐럴송이 불려 졌지만 대중화된 것은 1945년 해방 후 미군주둔과 때를 같이한다.

한국전쟁을 거친 50년대 초반까지 외국 팝가수들의 캐럴송이 주종을 이뤘지만 5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송민도, 김용만 등 일부 가수들이 창작 캐럴송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빈대떡 신사'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한복남은 초창기 한국 창작 캐럴송의 선구자로 평가할 만하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그가 발표했던 송민도가 노래한 ‘추억의 크리스마스’나 김용만이 부른 ‘크리스마스 폴카’같은 창작캐럴은 기존의 캐럴 멜로디를 차용한 트로트 버전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세월이 지난 지금 그 노래들을 들어보면 웃음이 절로난다. 1966년에 발표된 코미디언 서영춘, 갑순을순의 징글벨은 최초의 코믹 캐럴송이라 할 만 하다.

코믹캐럴이 본격적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1984년 개그맨 심형래의 배꼽을 쥐게 했던 코믹캐럴 메들리가 히트하면서부터 일 것이다.

80-90년대 인기 개그맨들의 코믹 캐럴을 시작으로 신인 가수나 톱 가수들도 크리스마스 특집 앨범으로 수익을 올리곤 했다. 캐럴음반은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유통되는 음반이기에 특별한 홍보 전략도 필요 없고 저작권이 없는 노래들이기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기도 했었다.

경제성장이 가일층 이루어진 60년대에 들어서는 창작캐럴은 물론 기성 캐럴송 음반 제작이 확연하게 증가했다. 이는 경제성장과 발맞춰 사회분위기가 역동적이고 빠르게 급속도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최근의 음반시장 불황은 경제침체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에서 캐럴음반의 제작 붐은 먹고사는 문제가 여유로운 시기에 생겨나는 결과물일 수도 있다. 캐럴음반이 제작되지 않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 음원이 음반을 대체한 요즘 수요 자체가 없어졌다. 비교적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캐럴송을 취입하면 12월 한 달 동안 수 만장씩 음반이 팔려나갔던 시절은 이제 호랑이 담배피던 아득한 전설 속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20년 06월 제2830호
  • 이전 보기 배경
    • 2020년 06월 제2830호
    • 2020년 05월 제2829호
    • 2020년 05월 제2828호
    • 2020년 05월 제2827호
    • 2020년 05월 제2826호
    • 2020년 04월 제2825호
    • 2020년 04월 제2824호
    • 2020년 04월 제2823호
    • 2020년 04월 제2822호
    • 2020년 03월 제2821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

서진의 여행 에세이

삼척 초곡항…파도 넘나드는 기암괴석 해변 삼척 초곡항…파도 넘나드는 기암괴석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