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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와 나' 착한 것이 아름답다는 고대 미학관에 충실
데이비드 프랭클
스펙터클·스타 배우·긴장감 없어도 가족사를 읽는 재미 솔솔





문학산 부산대 교수 영화평론가





가족에 대한 정의는 자동차 수만큼 많다. 가족은 인간이 만든 최고의 제도라는 극찬에서 최악의 선택이며 소멸되어야 할 최우선 과제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가족은 아파트 수보다 많고 별보다 작을 뿐 누구나 가족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렵다.

가족에 대한 주옥같은 언급은 대략 다음과 같이 열거해볼 수 있다. '가족이란 생계 담당자인 남편과 아이 양육자인 아내와의 분업에 기초하여 조직된 제도다'.

'여성은 사적 영역에서 헌신적 생활을 통해 구원받고 남성은 공적 영역에서 가족 부양의 책무를 다할 때 인정받는다'. '가족은 성과 돈을 매개로 이루어졌다' 등이다.

칸트는 인간과 동물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사랑의 방식이라고 했다. 인간은 쌍방의 상호 합의에 의해 성을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성이 육체적 본능에 머물지 않고 애정과 존경, 책임과 보호라는 도덕적 요소를 통해 더욱 고양될 수 있다는 사실에 칸트는 주목했다.

이와 같은 고양된 사랑과 감정은 가족이라는 제도를 유지시키는 뿌리 깊은 힘일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우리는 결혼이라는 수단을 기반으로 가족을 이루고 재산과 성을 공유한다.

가족에 대해 다른 입장을 가진 엥겔스는 가정에서 남편은 부르주아이고 아내는 프롤레타리아라고 계급적 태도를 강조했다. 계급 갈등의 발원지인 가족 그리고 일부일처제는 매음의 기초와 마찬가지며 소멸되고 변혁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과격하게 역설했다.

가족은 무엇보다 피를 나눈 혈연 공통체이다. 혈연 공동체는 자손 번식과 재산 상속을 가치로 가부장적 대가족 제도를 지탱해주기도 했다. 제사를 지내고 재산을 상속할 상속자로서 남아가 선호되어 남아선호사상의 병폐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가족의 정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애정과 갈등을 나무와 벽돌로 하여 이루어진 집이라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또한 인간과 인간이 가정을 이룬다는 대전제도 동일하다.

가족은 남성과 여성이 구성한다는 것과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동성 가족과 서로 다른 성을 가진 형제와 자매들이 이루는 공동체라는 대안가족이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인간과 애완동물이 가족을 이룰 수 있는가라는 문제로 한 발 더 앞서가는 경우도 있다.

가족이 친밀한 혈육애를 기반으로 한다면 애완동물과 인간도 특별한 사랑으로 가족애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이를 토대로 가족이 될 수 있다. 이것을 보여준 영화가 <말리와 나>다



<말리와 나>는 맞벌이 부부 사이에 틈입해온 강아지 말리의 사적인 일상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집필된 원작은 이 영화가 다른 영화와 다른 현실감을 부여한다. 대중성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이 영화는 세 가지가 부재한다.

하나는 시선을 사로잡는 스펙터클이 없으며 두 번째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스타 배우도 등장하지 않으며 마지막으로 팝콘에 손이 안 가게 할 만큼 숨막히는 서사적 긴장감도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명산 순례하는 기분으로 차분하게 눈길을 사로잡는 보이지 않는 힘도 있다.

그 힘은 장면 장면에서 보여주는 코믹한 상황 설정과 귀에 잘 전달되는 대사에서 출발하여 부부가 아이를 유산하고 출산하면서 써내려가는 가족사를 읽는 재미로 팔부 능선을 넘어간다.

마지막 고비는 말썽꾸러기 말리와 그로건 부부가 어떻게 가족으로 살아가는가에서 정점에 도달한다. 영화의 초입에서 말리의 안락사와 장례식까지 여정은 완만하고 깊은 산을 오르는 등산과 닮아있다.

영화는 만남에서 시작하여 헤어짐에서 끝나며 서사적으로 말하자면 갈등에서 출발하여 화해라는 결승점에 도달한다. 존(오웬 윌슨)과 제니퍼(제니퍼 애니스틴)는 서로 다른 성향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기에 결혼한다. 결혼이 그들의 행복을 지속적으로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정도는 그들도 이미 알고 있다.

결혼 생활은 행복의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주유소에서 활력을 급유해야 하며, 구불구불한 국도로 접어들어도 실망하지 않아야 완주해낼 수 있는 장애물 경주다.

존과 제니퍼는 삶의 자극을 주고 활력을 얻기 위해 노력하며 그 노력 중의 하나가 애완견 말리의 입양이다. 말리는 주인이 퇴근하면 꼬리를 치고 영화를 보면 옆에서 윤기있는 털을 만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음식은 사료만 먹고 배변은 정해진 곳에서 하는 이상적인 애완견과 반대다.

말리는 천둥이 치면 잠을 설치며 외부의 소음에 민감하며 변기의 물을 마시고 가죽 소파를 물어뜯기도 하고 배뇨도 장소를 가리지 않는 자유분방한 개에 불과하다. 말리의 자유분방함은 그로건 부부의 여행 장면과 말리의 행동과 파출부의 과잉 반응을 교차편집하는 장면에서 코믹하게 제시된다.

그로건 부부는 말리로 인해 가족의 질서가 와해되자 임시적으로 친구에게 말리를 위탁한다. 하지만 다시 말리와 함께 가족처럼 살아간다. 말리와 그로건 가족의 갈등은 그들의 화해가 극적이기 위해 필요한 통과제의이거나 결말의 극적인 감동을 배가하기 위한 일시적인 충돌임은 눈치 빠른 관객은 이미 알아차린다.

말리는 그로건에게 휴양지 해변에서 배변을 하여 망신을 받게 하는 최악의 개에서 죽기 전에는 그들의 가족을 언제나 지켜주고 사랑해주는 최고의 개로 승격된다.

여기서 그로건 가족과 말리의 갈등은 화해로 넘어가고 말리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와의 기억을 반추하는 그로건 가족의 심정을 관객도 지지하고 감정 이입하게 된다.

말리는 한 마리의 애완견이며 말썽을 부리는 대상에서 항상 그로건과 우리 곁에서 그로건/우리를 지켜주고 사랑해주는 대상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그로건이 말리가 하교하는 아이들을 기다리고, 자신의 퇴근 때 반겨주었던 일을 새삼 기억하는 것처럼 관객들도 자신의 주변에 존재했던 말리를 떠올리게 만드는 계몽적 영화가 된다.

<말리와 나>는 큰 서사를 양보하고 작은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 영화다. 영화는 영화관에서 재미를 주다가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 자기 반성문을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말리와 나>는 바로 이와 같은 인생의 반성문을 한번 읽어주는 영화다. 이 작품은 드러내지도 숨기지도 않은 무난한 톤을 유지하지만, 착한 것이 아름답다는 고대의 미학관에 충실한 현대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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