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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나리자 스마일'과 잭슨 폴락의 드리핑
[영화 속 미술이야기] 기적 같은 미소가 된 액션 페인팅
세상을 바꾸는 힘, 진취적인 생각의 결과물을 현대미술로 상정





글 정준모(미술비평, 문화정책)



1-영화 '모나리자 스마일'
2-반 고흐의 '해바라기' 1889
3-프란시스 베이컨의 '자화상'


진보와 자유주의 상징인 미국도 1950년대는 보수적인 나라였다. 특히 동부에 자리한 도시들의 보수적 성향은 유럽의 그것을 능가하는 것이었다. 당시 여성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목적은 자아실현이나 학문탐구와는 거리가 먼 오직 좋은 집안의 능력있는 남편을 만나기 위한 수단이었다.

더구나 동부의 유서깊은 도시 보스턴에 자리한 명문여대 웨슬리는 그 역사만큼이나 보수적이었다. 힐러리 클린턴,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여성 앵커우먼 다이앤 소이어, 장제스 총통의 부인 쑹메이링(宋美齡)등 내노라 하는 여성 지도자들을 배출한 웨슬리 여대의 요즘의 캐치프레이즈는 "세상을 바꾸는 여성" 이지만 과거 특히 1950년대에는 가장 보수적인 학교의 하나였다.

물론 시대적으로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절(1952~1960)로 가장 풍요로운 시대였다. 국민총생산이 급속하게 증가했고 사회보험과 복지혜택이 정비되기 시작했고 넘쳐나는 소비재로 소비가 미덕인 사회로 진입하고 있었다.

반면 미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계층은 여전히 유럽의 귀족적인 문화를 선호하고 이를 지키며 살아가고자 했다. 이들은 진보적인 사고와 보수적인 행동사이에서 방황하기도 하고 조화를 이루기도 했다. 특히 여성들이 스스로의 권리와 존재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미국사회는 새로운 국면으로 달려나가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웨슬리 여자대학의 미술사교수로 부임한 캐서린 왓슨(줄리아 로버츠 Julie Fiona Roberts,1967~ )이 이런 보수적이고 현모양처가 꿈인 웨슬리대학 여학생들의 가치관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이들과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영화가 바로 <모나리자 스마일(Mona Lisa Smile, 2003)> 이다.

사실 당시로서는 서부에 자리한 UCLA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그녀가 웨슬리대의 교수가 된 것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오직 실력만 믿고 교수채용시험에 응시한 그녀는 막되먹은 서부의 여성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미 선임된 교수가 어떤 일로 낙마하자 그 자리를 물려받게 된 것. 이렇게 부임한 캐서린은 미술사 강의를 통해, 미술의 역사에서 인간의 시각문화에 혁명적인 역할을 해낸 빈센트 반 고호(Vincent van Gogh, 1853-1890), 파블로 피카소(Pablo Ruiz Picasso, 1881-1973), 잭슨 폴락(Paul Jackson Pollock, 1912~1956) 등을 소개한다.

영화에는 생존 당시 화단에서 그다지 인정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위대한 예술가로 추앙받는 화가들의 작품이 카메오처럼 등장한다. 캐서린은 당대엔 비참하게 살았지만 역사 속에 영원히 살고 있는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것과 진보적 사유의 세계가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인지를 그림을 통해 설명해 나간다.

촌에서 공부한 시골뜨기라는 점에서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때로는 수모도 당하지만 당당하면서 자신만만한 캐서린은 교수와 제자라는 일방적인 관계를 넘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쌍방향 소통을 통해 인생과 삶의 의미를 새겨가는 감동을 준다.

마이클 뉴웰(Mike Newell, 1942~ )이 감독한 이 영화는 여자대학이 배경이 되는 탓에 커스틴 던스트(Kirsten Caroline Dunst, 1982~ )가 대학신문 편집장으로 똑똑한 학생 베티 워렌 역을, 워렌의 가장 친한 친구로 예일대 법대 진학을 꿈꾸는 조앤 브랜드윈 역에 줄리아 스타일즈(Julia O'Hara Stiles, 1981~ ), 반항적인 학생 지젤 레비역을 메기 질레널(Maggie Gyllenhaal, 1977~ )이 맡아 열연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의 위상도 많이 신장되었지만 학교당국과 학생들은 여전히 현모양처가 우선이다. 결혼한 학생은 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되고. 하지만 캐서린은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소신을 펼쳐나가고 서서히 학생들은 마음을 열게 되지만 베티는 여전히 난공불락이다.

그러나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스타일즈가 예일대 법대에 진학하게 되면서 스스로 만들었던 금기와 전통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물론 캐서린이 힘에 겨워 학교를 그만두고 유럽행을 택하는 우여곡절이 영화의 줄거리이긴 하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세상을 바꾸는 힘, 진취적인 생각과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의 결과물로 현대미술을 상정하고 그 미술의 변화를 통해 세상의 변화를 설명하고 이를 끌어가려고 하는 점이다.

1-작업 중인 잭슨 폴락 샤임수틴의 '정물'
2-잭슨 폴락의 '열속의 눈들'
3-샤임수틴의 '정물'


캐서린은 첫 수업에 미술사를 개괄적으로 보여주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이미 교재를 달달 외워 와서 그녀를 당황스럽게 한다.

다음 시간에 그녀는 미술사의 이단아들로 직설적이고 강렬한 표현주의 작품으로 20세기 미술을 한층 더 진보시킨 샤임 수틴(1893~1943)과 복수와 분노로 인해 두려움에 고통받고 절규하는 보편적인 인간들의 운명을 직설적인 화법으로 보여준 프란시스 베이컨(Bacon, Francis, 1909~92)을 소개한다.

소위 이들은 미술사에서 '파괴적 창조'의 대가들로 불리는 화가들이다. 이들은 전통과 관습, 종교와 진리로부터 자유롭게 자신의 운명에 기대기보다는 운명을 거부했던 화가들이다. 이런 화가들의 이야기와 작품을 통해서 그녀는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것을 주지시킨 것이다.

캐서린은 수업시간에 고흐의 해바라기를 자신의 느낌과 생각대로 다시 그려보도록 하고 폴락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것이 무엇인가를 역설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캐서린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잭슨 폴락의 그림이다.

그는 추상표현주의를 완성시킨, 그리고 가장 미국적인 회화를 시도한 화가이다. 그의 작품은 보통 그림처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뿌려서'완성시키는 그림이다.

역시 현대미술이란 영화에서 보여주듯 자신만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하는 매개이다. 또 번듯하게 정리되고 규격화 된 것, 아름다운 것만이 미술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

렇다, 모나리자의 신비로운 미소의 의미는 무얼까. 영화에서 가장 고집스럽게 전통과 규범을 따르는 베티는 '모나리자'를 보면서 묻는다. "그림 속 여인은 과연 자신의 미소만큼 행복했을까"라고.

물론 당시의 모나리자는 행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모나리자가 여전히 행복할까. 지난 사람들과 헤어져서 번잡스러운 관객들 앞에 볼거리로 전락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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