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 인생들의 이야기는 연민을 자아내는 한편, 그 자체로서 우리에게 하나의 희망을 준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인생이어도, 그네들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더 많은 것을 가진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용기를 불어넣어주기 때문이다.

영화배우 미키 루크의 삶(혹은 이 영화)이 바로 그렇다. 몰락한 스타의 삶이란 한 번도 뜬 적이 없었던 사람보다 더 괴롭다. 자신이 누렸던 과거의 영광이 항상 현재의 추레한 현실과 비교되며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미키 루크라는 퇴물 스타가 연기하는 영화 속 퇴물 스타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현실감을 자아낸다. '보디 히트'를 시작으로 '나인 하프 위크'와 '와일드 오키드'를 통해 미키 루크는 1980년대 최고의 섹스 심벌로 떠올랐다. 하지만 영화 밖 현실에서 그는 거친 성격으로 인해 스태프들과 불화를 겪으며 1990년대 초반에 영화배우 데뷔 전 세계였던 복싱계로 돌아갔다.

9승 2무의 기록을 세우며 복서로서도 불패 신화를 이어갔지만, 그의 삶은 조금씩 무너져갔다. 경기 도중 생긴 얼굴의 상처를 없애기 위한 성형수술이 부작용을 일으켜 잘 생긴 얼굴은 점점 더 흉측해졌고, 약물 중독인 아내를 폭행하고 음주 운전으로 체포되는 등 전과도 늘어만 갔다.

이 시기동안 그가 거절한 영화들이 '레인맨', '펄프 픽션', '양들의 침묵' 등이라는 사실은 그의 불운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씬 시티'로 재기의 가능성을 보였던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바로 미키 루크 자신의 삶을 연기하며 어떤 픽션보다도 극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 줄거리를 포함한, 줄거리보다 더 극적인 그의 삶이 스크린에 오롯이 담겨 있다. 2009년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과 주제가상 수상작.



송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