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부가 부모의 유산을 처분해 서울의 한 아파트로 이사 온다. 그들에게는 딸 미애(류현빈)와 곧 태어날 아이가 있다. 남편이 장로인 친절한 이웃의 권유로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 이 가족은 누가 보아도 단란하고 행복하다.

하지만 부부는 한 가지가 마음에 걸린다. 장로의 노모가 미애를 아끼는 정도가 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장로의 노모가 죽고 미애는 이상 행동을 보인다.

본격적인 ‘심리 호러’를 표방하는 <독>은 그 독특한 질감과 분위기만으로도 공포를 자아내는 영화다. 전형적인 한국 중산층 가정의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에 균열을 낸다. 한국사회에서의 ‘행복’이 얼마나 탐욕스러운 것이며,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고서야 얻을 수 있는 것인지를 꼬집으려는 시선이 그 기저에 있다. 물질에 대한 욕망과 왜곡된 종교성이 ‘평범한’ 이들에게 부메랑처럼 불안과 공포로 돌아오는 것이다.

김태곤 감독의 데뷔작인 <독>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호평을 받았고, 올해 제38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와 제23회 프리부르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구성이 치밀하고 디테일이 훌륭하다는 평가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