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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기타·유현상 샤우팅 창법 백미 한국 헤비메탈 역사에 기념비적 작품

[우리시대 명반·명곡] 백두한 2집 UP IN THE SKY (1987년 서라벌레코드)
시나위·부활과 3강 구도 형성한 4인조 밴드… 일본서도 관심
신중현에 의해 건립된 국내 최초의 록 전문 공연장인 이태원 '록 월드'와 서울 종로에 위치한 '파고다 극장'은 한국 헤비메탈의 성지다. 록밴드에게 필요한 자양분을 제공한 어머니의 자궁 같았던 그곳에서 매일같이 금속성 기타소리가 요란했고 무한 속주경쟁이 벌어졌다.

그 결과, 김도균, 신대철, 김태원, 이근영 등 최고의 기타리스트들과 임재범, 김종서, 유현상, 이승철 같은 탁월한 보컬리스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배출되었다.

1986년은 본격적인 헤비메탈 전성시대가 열린 이정표적인 해다. 그 해 똑같이 데뷔앨범을 발표한 시나위, 부활, 백두산은 3강 구도를 형성했다. 한국 최초의 완벽한 헤비메탈 앨범이란 인증을 획득한 시나위와 30만장이 넘는 앨범 판매를 기록하며 아이돌을 능가하는 대중적 인지도를 획득한 부활에 비해 백두산의 데뷔 앨범은 대중적 성과는 거뒀지만 헤비메탈 음반으로 보기엔 음악적인 아쉬움이 많았다. 오랜 기간 몸에 밴 트로트 가요창법의 때를 벗지 못한 유현상의 보컬과 기성곡을 새롭게 편곡한 가요 느낌의 수록곡들 때문이다.

유현상은 백두산 이전에 록밴드 라스트찬스를 거쳐 혼성록밴드 포시즌의 보컬로 공식 데뷔한 이후 트로트가수로 전향해 인기를 누렸던 10년 경력의 가수였다. 1985년 헤비메탈의 대중적 흐름을 간파한 그는 이태원의 라이브클럽에서 언더그라운드 록밴드 솔로몬의 기타리스트 김도균을 찾아갔다. 마침 폭넓은 대중을 상대로 음악을 하고 싶었던 김도균 외에 베이스 김주현, 드럼 한춘근이 가세해 4인조 록밴드 백두산을 태동시켰다.

1986년에 발표된 백두산 1집은 평범한 트로트 가요 곡에 김도균의 양손 햄머링 기타 연주가 범벅된 독특하고도 황당한 음반이었다. 하지만 공중파 방송에 고정출연을 했을 정도로 큰 대중적 반향을 일으켰다. 김도균은 "당시 연습실에 여학생들이 매일같이 진을 쳤고 팬클럽도 생겼다"고 웃는다. 이들은 헤비메탈 그룹으로는 처음으로 1987년 KBS 10대가수상 그룹부문 후보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에 일본 헤비메탈 전문잡지 은 '한국에 초강력 헤비메탈밴드가 출연했다'는 흥분한 리뷰를 실으며 주목했다.

1987년에 발표된 백두산 2집은 놀라운 변신의 성과가 무엇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준 앨범이다. 이 음반이 백두산 최고의 앨범이란 평가의 원동력은 탁월한 김도균의 연주력에 가성의 샤우팅 창법으로 환골탈태한 리드보컬 유현상의 변신이 한몫 단단히 했다.

1집과 2집의 노래를 비교해 들어보면 진정 같은 사람이 노래했는지가 의심이 들 정도로 극과 극의 체험을 안겨준다. 2집에 수록된 총 8곡 중 한국말을 들을 수 있는 노래는 단 3곡에 불구하다. 또한 앨범 어디에서도 한글을 찾기 힘든 것은 해외 진출을 꿈꿨던 멤버들의 당대의 음악적 야망을 대변한다. 실제로 백두산 2집은 일본에서도 제법 팔려나갔고 일본 오리엔탈 록 페스티발에 초대받기도 했다.

백두산 2집은 80년대 격변기의 시대적 분위기를 대변한 야성적 사운드가 담겨있다. 김도균이 창작한 'UP IN THE SKY'는 한국 헤비메탈 역사에 기록될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또한 유현상이 창작한 'MAIN CHARACTER'는 각종 라디오 방송에서 수도 없이 흘러나왔던 당대의 히트곡이었다. 'AND I CAN'T FORGET' 또한 외국 밴드에 견줄 만한 맛깔난 필청 트랙이다. 아쉬운 대목은 음악적 수준은 높아졌지만 대중적 반향은 소수 마니아에만 국한된 점이다. 이는 이 땅에서 음악을 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할 영원한 난제다.

신기에 가까운 속주 기타 워크로 '한국의 Yingwie Malmsteen'이라 불렸던 김도균. 해외 진출에 목말랐던 그는 백두산 해체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사랑'이란 록밴드 활동을 했었다. 또한 솔로 프로젝트로 오랫동안 국악을 록에 접목하는 음악적 실험을 계속해 온 우리 시대 최고의 록 기타리스트다. 백두산 2집은 파워풀하고 현란한 테크닉은 물론 가슴을 울리는 깊은 톤의 연주가 압권인 김도균 기타의 진수가 담긴 앨범이다. 그동안 평가절하되어 온 이 음반은 반듯이 재평가되어야 할 자격이 충분한 한국 헤비메탈의 숨겨진 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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