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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서 보고 싶은 SF 정치 동화

[시네마]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
'남 부럽지 않은' 세 명의 대통령을 상상하는 코미디 종합선물세트
"오바마가 부러우십니까?"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홍보 문구는 단도직입적이다.

그 문구를 처음 접했을 때 나로 모르게 쓴 웃음을 지었다. 부럽다. 그것도 매우! 태어나서, 남의 나라 대통령을 부러워한 건 처음이다. 부러움의 이유야 많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로 인해 국민들이 희망을 꿈꾸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정치가 희망을 꿈꾸게 하다니, 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

정치'를 떠올리는 순간, 갈등과 탐욕, 속임수와 싸움박질 같은 단어가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남의 나라 대통령이지만 부러울 수밖에.

장진 감독도 꽤나 부러웠나 보다. 그는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통해 '남 부럽지 않을' 세 명의 대통령을 상상한다. 청와대의 대문이 활짝 열리며, '굿 프레지던트'라고 읽히는 제목 사이로 '모닝'이 끼어들어가는 영화 첫 장면만 봐도 감독의 의도가 짐작된다. 그는 '좋은 대통령'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반면교사라고 했다.

현실의 부족한 점을 뒤집어 생각하면 얼마든지 '굿 프레지던트'를 상상할 수 있으리라. 그 상상력의 뿌리는 지극히 현실적이기 때문에, 종종 어떤 실존 인물의 얼굴이 스치기도 한다. 하지만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따뜻한 코미디를 통해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은근슬쩍 뾰족한 모서리를 넘어간다. 너무 교과서적인 설교가 이어지는 듯한 느낌도 있지만, 작정하고 가르치려고 들지 않는 자세가 반감을 줄인다.

한국영화에서 비아냥거림 없는 착한 정치코미디는 '희귀종'이란 점에서 더 충분히 참을 만하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세 명의 대통령이 등장한다. 첫 번째는 대통령 퇴임을 몇 달 앞두고 로또에 당첨된 대통령 김정호와 그 뒤를 이어 대통령에 당선된 꽃미남 솔로 대통령 차지욱, 마지막으로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한경자.

세 대통령의 퇴임 말기와 당선 직후, 다시 정권 교체가 이어지는 사건의 흐름 상 최소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겠지만 영화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대신 이 세 명의 대통령이 한 시대에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영화는 김정호의 에피소드로 출발한다.

젊은 시절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고, 수많은 옥고와 정치적 탄압을 겪은 후 노년에 대통령에 당선된 김정호는 퇴임을 6개월 앞둔 상황에서 큰 결심을 하지만 난관에 부딪힌다. 정치보복의 고리를 끊고 국민적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죄 많은 전직 대통령들을 사면하고자 했지만, 각계의 반발이 거세다.

이 문제로 골치를 썩던 그는 우연히 재단기금 마련 행사에서 기념으로 산 로또 복권이 1등에 당첨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당첨금은 자그만치 200억! 이 '억 소리'나는 돈 앞에선 제 아무리 평생을 청렴결백으로 살아왔던 김정호 대통령도 고민에 빠진다. 여기서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돈을 포기하는 인물이라면 그저 위인일 뿐이겠지만,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위인의 삶을 사는 평범한 사람을 보여주기로 한다.

김정호 대통령의 뒤를 이어 청와대에 입성한 인물은 패기 넘치고 능력 있는 젊은 대통령, 차지욱이다. 김정호 대통령의 임무가 '통합의 정치' 였다면, 차지욱에게 내려진 임무는 '주눅들지 않는 외교안보'다. 대내외적으로 '강성'으로 알려진 그는 대한민국이 "굴욕의 역사는 있지만, 굴욕의 정치는 하지 않는" 나라가 되길 '희망'하는 대통령이다.

대한민국의 해상과 영해를 강대국에 내줘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의 희망을 굽히지 않는다. 결국 강대국과 북한 사이의 줄다리기를 효과적으로 조율해 내지만, 그 앞에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외교문제에 집중하느라 '따뜻한 대통령'의 이미지 관리에 소홀했던 것. 때 마침 "대통령의 신장을 원한다"는 한 청년의 난동이 벌어지고, 뚝뚝 떨어지는 지지율을 살리고자 참모진은 '정치 쇼'를 제안한다.

청와대의 마지막 '꿈 같은' 주인은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 한경자다. 영화 속 차지욱 정권도 "여성 대통령이라니 대한민국에선 아직 실현 불가능"하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불과 몇 년 만에현실로 벌어진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때도 비슷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오바마 바람이 거세다곤 하지만, 흑인 대통령의 탄생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떠들어댔으니 한국에도 조만간 '여성대통령'의 시대가 도래할지 모를 일이다. 한경자 대통령의 골칫거리는 남편이다.

몰래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청와대로 친구들을 끌고 와, 대통령에게 "제수씨 술 한 상 차리라"는 소리를 듣게 만드는 사고뭉치. 하지만 평생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왔던 남편 입장에선 너무 큰 아내가 버겁다. 그는 아내를 사랑하지만, 아내의 '직업' 때문에 이혼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대한민국의 신사임당'이라는 여성대통령이 사상 초유의 '이혼 스캔들'에 휘말린 것이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충분히 '꿈만 같은' 대통령들을 내세우고, 그들에게 쉽지 않은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 답은 장진 감독이, 혹은 대한민국의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의 자질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장진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세 대통령이 정말 답답할 때 주방을 찾아가 조리장과 이런 저런 평범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답을 깨닫는다. 그 조리장은 아주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결국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답이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영화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처럼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아주 쉬운 영화다. 영화 등급도 '전체관람가'다. 괜히 '정치'라는 소재에 거부감을 가질 필요 없다는 의미다. 장진 감독 특유의 재치 있는 코미디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관객이라면, 그의 '장기'만 쏙쏙 골라 모은 '코미디 종합 선물세트'에 만족할 것이다.

현실의 정치가 너무 답답한 관객이라면, 영화가 선사하는 즐거운 상상 속에 잠시 빠져 현실의 고통을 잠시 잊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현실로 돌아오면 "SF를 보고 나온 것 같은" 헛헛함이 들지라도, 희망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아마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김정호 대통령의 에피소드에서 시작된 것 같다. 점점 다음 에피소드로 갈수록 디테일이 무뎌지고 인물의 생기가 조금씩 줄어든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긴 러닝타임을 든든하게 버텨준 것은 배우들의 힘이다.

장영남, 류승룡 등 '장진의 배우들'의 감초 연기가 물 샐 틈을 주지 않는 가운데, 김정호 역의 이순재 선생과 차지욱 역의 장동건, 한경자 역의 고두심의 연기는 안정 그 자체다. 한국 역사상 최초의 '영부군'(여성 대통령의 남편)을 맡은 임하룡의 능청스러운 연기도 후반부에 탄력을 준다.

특히 차지욱 역의 장동건은 눈과 어깨에서 힘을 빼고 자연스러운 코미디까지 무리 없이 소화하면서, 새로운 배우의 얼굴을 선보인다. 비록 영화 속이지만, '남부럽지 않은' 대통령을 갖게 되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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