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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진출 2호 여성 보컬 그룹

[우리 시대의 명반·명곡] 김치켓 '검은 상처의 부루스' 1962년 오아이스
국내 최초 12인치 LP발표
진보적인 스탠더드 팝 계열 노래로 큰 사랑
최근 가수들의 음악인생을 기념하는 공연과 음반이 양산되고 있다.

대중가요계의 만만치 않은 연륜의 입증이다. 국내 대중음악은 '한류'라는 이름으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그 우수성이 널리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한류의 본고장에 와도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은 전무하다.

이는 외국인 방문객의 경우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체계적인 대중문화 박물관이나 아카이브가 하나도 없다 보니 우리 대중문화의 뿌리에 대한 대중적 인식조차 전무한 결과를 빚고 있다.

이미자는 대중가요의 대명사로 거론할 국민가수다. 그는 '열아홉 순정' 음반을 발표한 1959년을 자신의 데뷔 원년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올해 데뷔 50주년 기념공연까지 했다. 그렇다면 1958년에 발표된 그녀의 유성기음반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국민가수조차 자신의 데뷔 연도에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내 대중음악계가 안고 있는 데이터 부재라는 뼈아픈 현실을 여지없이 반영한다. 대중가요계가 그동안 얼마나 자신들의 기록과 역사에 무관심했는지를 극명하게 증명하는 대목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동안 발매된 대중가요 음반의 총 개체수를 알고 있는 전문가나 기관은 없다. 음반사들 또한 자신들이 출시한 음반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질 못한다. 사정이 이러니 대중음악의 모든 것을 접할 수 있는 가요박물관 혹은 가요기록보관소 같은 곳이 전무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국내에 음반이 등장한 역사는 100년이 넘어선다. 그동안 한국인의 목소리가 수록된 최초의 음반은 1895년 설이 유력했다. 선교사이자 의사인 알렌이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만국 박람회에 데려간 10명의 한국 소리꾼들 중 경기명창 박춘재가 현지에서 취입한 레코드가 국내 최초의 음반으로 전해져 왔다.

헌데 미국 시카고 박람회의 개최 년도는 1985년이 아닌 1893년이고 조사 결과 당시 박람회에 참가한 한국인 일행은 숙소조차 구하지 못해 녹음에 참가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2007년 국악연구가 정창관에 의해 확인된 사실은 한국인의 음성이 담긴 최초의 음원은 1896년 7월 한국인 3명에 의해 미국에서 녹음된 '아리랑'등 11곡이 담긴 에디슨 원통형 음반이다.

1948년 미국 컬럼비아 레코드사에 의해 세계 최초로 LP판이 개발된 이래 국내에서는 8년 후인 1956년에야 LP시대가 열었다. 당시 가수를 출연시키지 않고도 방송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KBS에서 직접 10인치 LP를 제작했던 것.

그렇다면 국내 최초의 12인치LP는 어떤 가수의 음반일까? 주인공은 여성듀엣 김치켓(Kimchi Kats)이다. 친자매는 아니지만 언니격인 김양수는 부산출신이고 동생격인 김영기는 서울출신이다.

1960년 미8군 무대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작곡가인 박춘석에 의해 픽업되어 10인치 독집 LP '김치? 히트집'을 발표하며 공식 데뷔했다.

김치켓은 1959년 아시아 최초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진출한 김씨스터즈에 이어 1963년 일본, 홍콩, 필리핀, 대만을 거쳐 미국 본토에 진출한 국내 2호 여성 보컬그룹이다.

당시 라스베가스 최고의 무대였던 스타더스트 호텔을 주 무대로 활동했던 이들은 '동양에서 온 매혹적인 스타일과 용모의 여성그룹'으로 호평을 받았다.

해외 진출을 앞두고 발표했던 김치켓의 1962년 독집음반 '검은 상처의 부루스'는 한국 대중음악사적으로 중요한 음반이다. 총 12곡이 수록된 이 앨범의 가치는 국내 최초의 12인치 LP라는 사실로 더욱 빛난다.

12인치 LP는 대중이 널리 인식하고 있는 LP의 사이즈가 맞다. 1면에 수록된 6곡은 타이틀인 '검은 상처의 부루스(원곡 Broken promises)'은 물론 전곡이 번안곡이고 2면은 박춘석의 창작곡 '눈물의 자장가'등 4곡과 번안곡 2곡으로 포진되어 있다.

당시로서는 진보적인 스탠더드 팝 계열의 노래들로 큰 사랑을 받았던 이 앨범은 대중적 히트 여부와는 상관없이 국내 12인치 LP의 효시라는 점에서 명반으로서의 가치와 역사성은 확고하다.

1970년에 발매한 김치켓의 히트하이라이트 앨범 또한 국내 최초로 25인조 오케스트라가 세션에 참여한 기념비적인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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