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댄스풍에 상큼 발랄한 가창력[우리시대의 명반·명곡] 쿨의 3.5집 '해변의 여인' (1977년 삼성뮤직)비정규앨범 3.5집 타이틀곡… 2006년 고현정 데뷔 영화 OST로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이다. 푹푹 찌는 무더위를 날려줄 여름시즌 송들은 시원한 청량감이 기본이기에 상쾌하고 신나는 댄스장르가 대세를 이룬다.

혼성 트리오 쿨의 '해변의 여인'은 각종 음악방송 프로그램에서 여름시즌을 대표하는 노래를 조사할 때마다 어김없이 1위로 등극하는 여름가요의 지존이다.

가장 활동적인 계절인 여름에는 무수한 시즌송이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쿨과 제목이 같은 나훈아의 '해변의 여인',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 '바닷가의 추억', 송창식의 '고래사냥',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 배호의 '파도', 사월과 오월의 '바다의 여인', DJ.DOC의 '여름 이야기', 클론의 '도시탈출', '꿍따리샤바라', 인디고의 '여름아 부탁해', UN의 '파도', 듀스의 `여름 안에서', 엄정화의 '페스티벌', UP의 '바다', 최성원의 '제주도의 푸른 밤'은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여름시즌의 대표곡들이다.

'해변의 여인'은 누구나 좋아하는 대표적인 여름시즌 송이다. 여담이지만 쿨과 나훈아의 2가지 버전이 공존하는 이 노래는 어느 노래를 언급하는가에 따라 세대를 확연하게 구분해주는 기준점이 되는 노래다. 만약 당신의 머리에 나훈아 버전이 떠오른다면 구세대일 것이고 혼성트리오 쿨의 버전이 떠오른다면 젊은 세대일 가능성이 높다.

쿨의 '해변의 여인'은 1971년에 발표되어 여름시즌마다 큰 사랑을 받았던 나훈아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것일까? 아니다. 두 곡은 제목만 같을 뿐 전혀 다른 멜로디와 스타일의 노래다.

쿨의 '해변의 여인'은 마이애미 댄스풍으로 여성보컬 유리의 상큼발랄한 가창력이 인상적이다. 이 곡엔 나훈아의 70년대 버전에서 드러나 있는 은근함이나 내숭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해변에서 건수를 올려보려는 일탈 심리와는 상관없는 듯 발랄한 느낌으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막판에 구세대를 경악시킬 굉장한 반전이 있다. "어디 갔어 이 밤중에 도대체 난 이해가 안 돼/ 여기까지 여행 와서 나만 혼자 내버려 두니/ 해변에서 만난 여인 많은 얘길 들려주었지/ 잃어버린 사랑으로 여기에 왔다고"

답답한 일상을 탈출해 바다로 향하는 남성에게 '해변의 여인'만큼 매력적인 대상이 또 있을까? 여름휴가 때 근사하고 멋진 이성에 대한 건수 잡기는 세대를 초월한 법칙이 아닌가 싶다. 1971년과 1997년에 각각 발표된 나훈아와 쿨의 노래는 스타일은 다르지만 누구나 꿈꾸는 공통의 대상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26년의 간극을 뛰어넘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 결과 두 노래는 공히 70년대와 90년대의 여름 휴가시즌을 강타했고 이제는 여름시즌을 대표하는 명곡의 지위를 획득했다는 점이다.

2005년 해체 선언 후 3년 만인 2008년 7월 컴백한 쿨은 1994년 1집 '너이길 원했던 이유'로 데뷔해 '해변의 여인', '점포 맘보', '해석남녀', '슬퍼지려 하기 전에', '운명', '애상' 등 히트곡 행진을 벌였다. 쿨은 80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기록을 세운 국내 최고의 혼성 트리오다.

대중가요계에는 시대마다 히트곡을 양산한 작곡가와 가수 명콤비들이 존재하는데 그 중 <쿨-윤일상>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쿨 3집 '운명'부터 10집까지 '해변의 여인' '애상' '변명' '해석남녀' '점포맘보' '새드 카페'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히트곡을 합작하며 한 시대를 풍미한 환상의 콤비였다.

'해변의 여인'은1997년 비정규앨범인 3.5집의 타이틀곡으로 발표됐다. 2006년 고현정의 영화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은 동명의 영화 OST로도 사용되었다. 당시 쿨의 이지훈과 유리, 조PD가 함께 부른 리믹스 버전은 영화의 미공개 메이킹 필름 형식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영화보다 더 화제를 모았다.

시원한 팀명에 어울리게 여름마다 앨범을 발표해온 댄스그룹 쿨은 이 노래 외에도 '맥주와 땅콩', '애상', '이 여름 Summer' 등 숱한 히트곡을 양산하며 여름철 가요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