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대천해수욕장 추억 담은 명품 포크송[우리시대의 명반·명곡] 윤형주 김세환 애창곡 모음 '별밤에 부치는 노래 3집' (1971년 유니버샬)김세환과 함께한 앨범 통해 공식 발표… 한여름 밤 해변의 낭만을 노래

휴가철을 맞아 전국의 도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무더위를 피해 산과 들, 바다로 떠나는 여름휴가 여행은 재충전을 위한 필수 아이템이다.

왜 여름철이면 다들 수많은 피서지 중 유독 바다를 가장 동경하는 것일까? 모든 생명체가 바다에서 생겨났기에 회귀본능이 발동하는 것일까? 실제로 자궁 속의 양수는 바닷물의 염분과 비슷하다고 한다.

누구나 바다에 가면 파도에 밀려온 수많은 하얀 조개껍질들이 흐드러지게 널부러져 있는 모래밭을 어슬렁거린다. 한여름 밤 낭만적인 해변을 생각하니 어김없이 윤형주의 "조개껍질 묶어"가 떠오른다. 이 노래는 중년세대들에게는 1970년대 바닷가의 추억과 한 여름 밤의 낭만을 떠올리게 하는 명품 포크송일 것이다.

노래의 배경은 충청남도 보령시에 소재한 대천해수욕장이다.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지역축제를 넘어 국제적인 여름축제로 각광받는 머드축제가 열리고 있는 곳이다.

대천해수욕장은 넓은 백사장과 파도, 그리고 일몰이 일품인 서해안의 명소다. 그래서일까, 해마다 수많은 피서객이 찾는 그곳에서 갖가지 추억이 빚어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윤형주의 '라라라'가 여름철 바다를 동경하는 사람들의 정서를 가장 자극시키는 노래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요인은 그의 실제 경험이 녹아든 진정성 가득한 노래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름시즌의 중요 애창곡인 이 곡은 1970년 여름에 만들어졌다. 고교생 윤형주가 여름에 대천 해수욕장에 친구들과 해수욕을 갔다가 그 곳에서 우연하게 어울린 비슷한 또래의 여대생들과 해변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밤새 놀았던 추억이 담긴 노래다.

남성듀오 트윈폴리오 해체 이후 솔로로 독립한 윤형주가 첫 독집을 통해 이 노래를 발표했을 때 오리지널 제목은 '라라라'다. 이제는 '조개껍질 묶어'로 더 잘 알려진 이 곡은 1971년 김세환과 함께한 스필릿 앨범 '별밤에 부치는 노래 씨리즈 3집'을 통해 공식 발표되었다.

가볍고 상큼하고 감미로운 기운이 넘실대는 '라라라'는 발표 이후 여름철 해변을 찾은 젊은이들의 가슴을 적시며 여름철 명곡으로 지금껏 사랑받고 있다. 또 하나의 명곡 '비와 나'도 함께 발표했다. 또한 '두개의 작은 별', '우리들의 이야기'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한 윤형주는 70년대 통기타 문화를 주도한 대표적인 가수로 군림했다.

귀공자풍의 외모, 감미롭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편안한 멜로디의 노래로 한 시대를 풍미한 윤형주. 청년 문화의 한 복판에 서 있었던 그는 70~80년대를 주름잡은 당대의 아이콘이었다.

윤형주는 의대생에서 가수로, 가수에서 사업가로 변신을 거듭한 뮤지션이다. 국내 최초의 남성포크듀오 트윈폴리오로 한국포크의 대중화에 불을 지핀 그는 1975년 대마초 파동에 연루되어 한동안 절망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1976년 4월 음악평론가 이백천이 그에게 광고음악 제작을 제의했다.

1977년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란 가사로 친숙한 동아제약의 탄산음료 '오란C'의 CM송은 그의 첫 히트CM송이다. 당시 회사 사장단은 "이런 한가한 노래가 고객에게 먹히겠느냐"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후 1400여곡의 CM송을 만들었던 윤형주는 사업가로 성공적인 변신을 했다.

2000년대 들어 전국 각지에는 지명과 연관된 노래비 건립이 줄을 이었다. 그동안 노래에 지명이 들어간 수 백 개의 히트곡이 지역을 대표하는 노래비로 탄생되었지만 포크송은 노래비 건립과는 인연이 없었다. 70년대 당시로는 모던하고 개인적 성향이 강했던 포크 장르 자체의 정체성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충청남도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분수광장에 가면 윤형주의 '라라라' 노래비가 있다. 젊음과 바다 그리고 시원한 음식이 그리운 여름 특유의 계절감이 탁월한 이 명곡의 노래비는 2005년에 건립되었다. 특히 포크송으로는 국내 최초의 노래비라는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노래비에 새겨진 가사는 윤형주가 직접 쓴 글이어서 그 의미를 더했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