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호감·유쾌… '3인 3색' 개성 발산

잠정 은퇴를 선언한 강호동의 프로그램에서 강호동의 모습이 속속 사라지고 있다. 때맞춰 한때 최고의 MC로 불렸던 주병진이 MBC로 복귀 소식을 알렸다. 대한민국 MC계의 지각변동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일단 주병진과 이승기, 붐 등이 방송 프로그램에 새로운 자극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복귀를 앞둔 주병진, 활약 중인 이승기, 제대 후 예능 적응기를 보내고 있는 붐까지 떠오르는 MC 3인방을 살펴봤다.

#3인3색 강점은?

세 사람의 색깔은 분명하게 차이가 난다. 이는 그들이 걸어온 길에서부터 드러난다. 주병진은 코미디언으로 데뷔해 MC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반면 이승기는 가수로 데뷔해 예능과 연기의 영역을 넘나들며 결국 진행자의 타이틀까지 목에 걸었다. 붐도 가수였지만 음악보다는 예능프로의 감초 역할로 얼굴을 널리 알린 후 지금은 메인MC를 넘볼 정도로 성장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만큼 세 사람의 강점도 개성이 넘친다.

주병진은 MC로서의 오랜 경력이 큰 강점. 그는 1980,90년대 코미디언 겸 MC로 이름을 날렸다. 1988년부터 1990년 초까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MC를 맡았고, 1990년대에는 <주병진쇼> <주병진 나이트쇼> <주병진의 데이트라인> 등을 진행했다. 유머감각도 강점이다. 지난 7월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녹슬지 않은 입담을 선보였다. 당시 MC였던 강호동이 감탄하며 "방송에 복귀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기회가 된다면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대다수의 언론이 그의 행보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이승기의 첫 번째 무기는 이미지다. 프로그램의 얼굴이자 상징인 MC에게 중요한 강점을 확보한 셈이다. 예능 MC이기 전에 실력파 가수, 연기파 배우의 이미지를 착실히 쌓았다. 거기다 성실함과 준수한 외모로 호감형 스타로 자리잡았다. 그의 또 다른 무기는 진행능력이다. KBS <1박2일>에서 의외의 예능감을 보인 그는 SBS <강심장>에서 강호동의 그늘에 가릴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능숙한 진행으로 불식시켰다. 최근 <강심장>의 박상혁PD는 "이승기가 단독MC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승기와는 색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해온 방송인이 바로 붐이다. 그는 스스로를 '싼 티'로 격하하면서까지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밝고 명랑하게 만들어왔다. 예능의 감초였던 만큼 제대 직후 러브콜이 끊이지 않았다. MBC <라디오스타>, KBS <해피투게더> 등에 게스트로 출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예능감을 선보였다. 그는 현재 SBS <강심장>에 무난히 복귀했고, KBS 2TV <시크릿>의 고정MC로 활약 중이다. 그는 특유의 가벼움과 유쾌함으로 '싼티아나''나인티나인' 등과 같은 유행어 제조기 MC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단체주도형MC로서 가능성은?

이들에게도 숙제는 있다. 주병진 이승기 붐은 최근 MC계의 트렌드인, 다수의 보조MC들 틈에서 프로그램을 이끄는 단체주도형MC로서 어느 정도 역량이 있는지 아직 미지수다.

주병진은 MC 경력은 많지만 주로 단독MC를 맡았다. 오랜 방송 공백기가 그의 단체주도형MC 적응에 장애가 된다는 견해도 설득력이 있다.

이승기는 KBS <1박2일>에서 단체MC의 일원을 맡았고, SBS <강심장>에서 강호동과 2MC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안주인 역할을 한 적은 없다.

붐은 캐릭터가 제한적이라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다양한 연예인들의 색깔을 모으는데 약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그의'싼 티'이미지는 보조MC 수준에서만 적합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약점이 곧 기회다

위기나 약점을 자신의 강점으로 승화시키는 기지와 재치는 메인MC의 자질 중 하나일 수도 있다.

주병진의 경우 오랜 공백기라는 약점이 한편으로는 기회가 됐다. <무릎팍도사> 출연은 그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감각이 있다는 점을 입증해 보였다. 그의 복귀는 옛날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함을 준다는 분석도 있다.

이승기는 강호동의 옆에서 배운 점들을 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1인자의 장점은 귀감으로, 단점은 반면교사로 삼아 자기만의 진행 노하우를 쌓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KBS <1박2일>의 나영석PD는 "이승기가 이수근과 함께 강호동의 조정자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붐은 출연한 프로그램에서 자신만의 몫을 해주고 있다. 출연자들을 부담없게 만들어 주는 역할도 톡톡히 해 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앞으로 강호동 유재석 못지 않은 MC로 우뚝 설 경우, 숙제는 여전히 남는다. 주병진은 2000년 여대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됐고, 우여곡절 끝에 오해가 풀려 2년 후 무혐의가 입증됐지만 이미지 회복에 긴 시간이 걸렸다. 그의 잘못이 아니어도 그 사건은 그에게 오점으로 남아있다.

이승기는 왕성한 연예활동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중복 출연으로 시청자들에게 식상함을 안겨줄 수 있다. 붐은 그가 만든 '싼 티'이미지가 자신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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