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크라운보다 힘들다는 '선발 20승 투수'에 도전했던 삼성 장원삼의 꿈이 사실상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선발 20승 투수는 리오스 이후 5년째 나오지 않고 있고 토종선수로는 1995년 이후 17년째 맥이 끊겼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다승 선두(14승)를 달리고 있는 삼성 장원삼은 올 시즌 20승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로 평가 받아 왔다. 하지만 지난달 14일 한화전에서 14승을 올린 이후 21일 롯데전과 31일 넥센전에서 내리 2연패를 하며 사실상 20승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한 시즌 20승. 선발 투수에게 꿈의 기록이다. 야구인들은 선발 20승을 40홈런을 넘어 50홈런과 비교하기도 한다.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한 시즌 20승은 15차례(선동열 3번 최다) 나왔는데, 선발 20승은 6번에 불과했다. 김시진 넥센 감독이 현역 시절 유일하게 선발 20승을 두 차례(1985년 25승, 1987년 23승)기록했다. 2007년 두산에서 뛴 외국인투수 다니엘 리오스(22승) 이후 5년째 나오지 않고 있으며, 토종 투수로 좁히면 1995년 LG 이후 17년째 실종된 '꿈의 기록'이다.

2006년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영건'들이 차례로 20승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2006년 등장한 '괴물'류현진(한화)은 시즌 두 차례 선발 등판을 남기고 18승을 달성했지만 이후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2007년 김광현(SK)과 지난해 윤석민(KIA)은 17승에서 막혔다. 류현진과 윤석민은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대기록까지 작성했던 점을 감안하면 선발 20승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공교롭게도 윤석민의 지난해 '트리플 크라운'은 프로야구 통산 6번째 기록이었다.

야구인들은 트리플 크라운보다 선발 20승이 더 어려운 기록이라고 입을 모은다. 류현진이나 윤석민처럼 잠재력을 가진 특급 투수들이 한 시즌 동안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폭발시키면 다승과 탈삼진, 평균자책점 등 3가지 타이틀을 모두 가져갈 가능성이 있지만 선발 20승은 일단 많은 등판 기회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어렸고, 단 한 번의 실패로도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 토종 선발 20승 투수인 은 1995년 30경기에 등판해 20승5패를 기록했다. 승패 없이 물러난 경기 5경기를 포함해 10번은 실패한 셈이다. 류현진도 2006년 30경기에 등판했다. 선발 투수가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소화할 경우 출전 경기 기준으로 70% 가까운 승률을 올려야 선발 20승이 가능한 셈이다.

이상훈
여기에 투수의 개인 타이틀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이 다승이다. 평균자책점이나 탈삼진은 투수의 능력만으로 성적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지만 다승은 팀 타력과 직결된다. 최근 선발투수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하더라도 타선이 안 터지면 어쩔 수 없다. 1995년 은 2.01이라는 빼어난 평균자책점에 '신바람 타선'의 협조로 꿈의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선발 20승이 사라진 건 노히트노런의 실종 원인에서도 답을 찾을 수 있다. 선동열 KIA 감독은 최근'퀄리티스타트'에 대한 견해를 밝혔는데, 9이닝으로 환산하면 4.5의 평균자책점으로 좋은 투수라고는 말하는 건 '말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밥 먹듯이 완투를 하고 매 시즌 200이닝을 넘나 드는 '철완'이 수두룩했던 과거에 비해 투수들의 능력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투수 분업화가 이뤄지고, 선발 투수도 최소 5일을 쉬는 로테이션이 자리 잡으면서 선발 20승에 근접하는 것조차 어려워지고 있다.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지난해 20승 투수는 3명 밖에 없었고, 144경기를 치르는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2008년 21승을 거둔 이와쿠마 히사시(당시 라쿠텐)이 마지막이다.

9구단 NC 다이노스가 진입하는 내년 시즌 프로야구 경기수는 팀 당 128경기로 올해보다 5경기 축소된다. 국내 프로야구에 선발 20승 투수가 다시 등장하는 날은 언제일까.


라오스 / 연합뉴스

성환희기자 hhsu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