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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을 만드는 사람들] <16> 박상현 '플레이' 안무단장

"아이돌에 '숨'을 불어넣어라!"
클론 홍경민 다듬고 신예 비에이피 데뷔시켜
"가수가 콘텐츠 생각하게 만드는 환경이 중요"
유튜브로 상상력 확대 제작부터 '복합체' 돼야
  • 박상현 안무단장
가수 싸이의 '말춤'이 터졌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말춤'을 췄고 아침 조깅을 나온 미국 뉴욕 시민, 프랑스 에펠탑 앞의 파리 군중이 '말춤'을 알고 있다. 언어를 뛰어 넘는 것이 노래라고 한다. 알아듣지 못해도 이해는 할 수 있는 게 노래의 힘이라고 말한다. 싸이는 춤이 이것에 버금가는 혹은 뛰어 넘는 막강한 힘을 가졌음을 입증했다.

K-POP의 전 세계적인 열풍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 단어가 '칼군무'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가수들에 먼저 놀라고 흔들리지 않는 라이브 실력에 두 번 놀란다. "인간의 오감 중 눈 다음에 귀가 빠르다"는 박상현 안무단장의 말대로 K-POP 신드롬의 중심에 춤이 있었다.

박상현 단장은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신예로 꼽히는 그룹 비에이피(B.A.P)의 데뷔부터 함께했다. 안무팀 플레이(Play)의 단장으로 그룹 플라이 투 더 스카이(Fly to the sky), 그룹 클론, 가수 홍경민 등의 뒤를 빛냈다.

최근 스포츠한국과 만난 박 단장은 비에이피의 소속사 선배이기도 한 걸그룹 시크릿과 다음 앨범 콘셉트 회의에 한창이었다. TS엔터테인먼트 회의실에서 머리를 맞댄 다섯 사람은 3시간이 지나도록 열띤 대화를 주고 받았다.

"비에이피와 시크릿은 달라요. 불과 1년 사이에 환경이 바뀌었거든요. 가수가 콘텐츠를 생각하도록 만드는 환경이에요. 예전처럼 주는 대로 받고, 1차원적으로 판단하던 것과 차이가 있죠. 요즘 제가 가수들에게 해주는 말은 '나는 구현하는 사람이지 실체를 제시해주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거예요. 창작성은 40년을 산 아저씨보다 4세짜리 아기가 더 나을 수 있어요."

박상현 단장의 가치관은 마치 '육아법칙' 같았다. 물고기는 잡아주는 게 아닌 잡는 법을 알려주는 거라는 지론 말이다. 박 단장은 비에이피와 시크릿이 각자의 콘텐츠를 쌓는 역량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제가 중학교 때 힘든 시절을 보었어요. 그때는 어디서 배울 곳도, 접할 것도 변변치 않았잖아요. 16세 때 듀스를 보고 충격 받았고, 그 문화를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지금처럼 체계가 잡힌 것도 아니고 그냥 동네 연습실에서 떼로 춤추고 그랬어요. 마이클 잭슨이란 가수 한 명만 알았지, 그의 영향을 받은 어셔나 크리스 브라운까진 섭렵하지 못했죠. 지금 가수들에게는 시작단계부터 입체적으로 깨달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싶어요."

이러한 박 단장의 각오마저도 요즘엔 온라인 영상사이트 유튜브가 대체하고 있다. 하나의 영상클릭이 관련 영상 수십 건으로 번지고 상상력이 커진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성장하고 있는 가수가 비에이피다.

"'워리어(Warrior)'로 데뷔했을 때 아이들한테 어떤 모습으로 무대에 서면 좋을지 생각해보라고 했어요. 옷으로 치면 정장 같은 음악이 반응이 좋을 때였는데 아이들이 '뒷골목 보세가게' 같은 노래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노머시(No Mercy)'에서는 풍물놀이패에서 모티브를 얻어왔고요. 다양한 음악을 접하면서 그걸 활용하기 위해 두뇌를 빠르게 회전시키고 있는 게 보여요."

외부적인 환경이 자기주도적인 K-POP의 성장을 도왔지만 내부적인 변화도 한 몫 했다. 안무가답게 모든 상황의 예시를 축구 야구 등 움직이는 종목에 비유하던 박상현 단장은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동그라미들이 수직, 수평으로 이어진 그림들이었다.

"성공한 K-POP 가수들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제작단계부터 복합체로 움직인다는 거죠. 옛날 방식은 상하 직속 관계였어요. 작곡가가 노래 주면, 작사가가 가사 붙이고, 가수가 노래하고, 프로듀서가 매만지고, 안무가가 춤 만들고. 지금은 수평이에요. '멜로디는 좋은데 춤을 추긴 어렵겠네?' '댄스브레이크 파트에선 안무팀이 비트를 넣을까?', 이렇게 처음부터 생각을 공유해요."

박상현 단장은 이러한 변화를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봤다. 아시아를 사로잡은 그룹 동방신기 슈퍼주니어나 미국을 흔든 빅뱅, 유럽까지 홀린 싸이, 이런 사람들이 '아티스트'에서 '제작자'로 성장할 때쯤 K-POP은 이미 주류문화의 주도권을 쥘 거란 예상도 했다.

"국내 3대 대형기획사인 JYP SM YG 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이 박진영 이수만 양현석이잖아요. 스스로가 아티스트였던 사람들이에요. 이들이 제작에 참여하고 있으니 트레이닝 시스템에 대한 시선도 달라질 수밖에요. SM 유영진 이사도 춤을 굉장히 잘 추는 분이에요. 그래서 가수들이 춤 추기 좋은 곡이 탄생되는 거고요."

박상현 단장의 말대로 내외부적인 변화가 맞물린 시너지로 요즘 K-POP은 전 세계 음악시장을 누빈다. 미국 CNN 뉴욕타임즈, 프랑스 르몽드, 영국 BBC가 싸이 빅뱅 소녀시대의 공연에 감탄한다. '강남스타일'은 미국 빌보드차트 핫100싱글 정상을 바라보고 있고 영국 UK차트 1위를 맛봤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만의 경쟁력이죠. 우리는 미쳐있어요. 열정적이고 즐길 줄 아는 피가 흐르거든요. 누가 요즘 시대에 춤이 좋다는 이유로 18시간 동안 연습하나요? 아이돌가수들, 연습하다가 팔이 빠지면 그걸 끼워서 하던 걸 계속 합니다. '무릎팍도사'(MBC)에서 김건모가 성대에 굳은 살을 만들어서 고음을 냈다고 한 적이 있어요. 바보라 할 정도로 순수하죠. 그 열정이 이제 빛을 보는 겁니다. 겉도 속도 단단한 '외강내강(外强內强)', 그게 K-POP에 숨을 불어넣는 한국 음악인들의 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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