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칸영화제서 친구 돼'설국열차'는 나의 놀이터완벽하게 놀 수 있었다

틸다 스윈튼(사진= 모호필름 오퍼스픽쳐스)
기괴한 여자가 있다. 이상한 확신에 차있고, 으스스한 외양을 지녔다. 때론 비굴하다. 지난 달 31일 개봉한 영화 ‘설국열차’(감독 봉준호ㆍ제작 모호필름 오퍼스픽쳐스)의 메이슨이다. 그는 빙하기가 다시 찾아온 지구의 생존자들이 탑승한 기차의 2인자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관객들은 또 한 번 놀란다. 그가 ‘올란도’(1993)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케빈에 대하여’(2011) 등에 출연한 틸다 스윈튼이란 점에서 말이다.

스윈튼은 그만의 공기를 지녔다. 큰 키에 깡마른 몸, 투명에 가까운 피부. 여기에 영국식 악센트와 재치 있는 말솜씨를 더하면 지적이면서 신비로운 분위기가 완성된다. 고집스러운 면도 있다. 매 단어 조심스럽게 고르고,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은 가차 없이 일침한다.

그의 뚝심은 필모그라피에서도 묻어난다. 그는 데뷔작 ‘카바라지오’를 포함, 데릭 저먼이란 한 명의 감독과 9년 동안 함께 했다. 스스로 ‘전근대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작품을 선택하는 첫 번째 기준은 친구냐는 점이죠. 둘째는 작품, 세 번째가 제 역할이에요. 봉준호 감독과는 2년 전 칸국제영화제에서 아침을 먹으면서 바로 친구가 됐어요. 때문에 첫 번째 조건이 충족됐죠.”

그는 ‘설국열차’를 통해 한국인들과 동료의식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특히 봉 감독은 친구가 아니라 가족이었다. 그는 봉 감독을 전우(comrade)로, 장인으로 표현했다. 전적인 믿음이 전해졌다.

스윈튼은 봉 감독의 전작 ‘살인의 추억’을 통해 삶의 미완성을 발견했다. “봉 감독은 열린 결말로 영화를 끝내고, 본인은 만족스러워 한다”고 말한 그는 “그것이 곧 인생이다”라고 말했다.

촬영장은 그의 놀이터였다. ‘설국열차’를 통해 ‘제대로 놀았느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완벽했다(absolutely)”고 답했다.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었단다. 봉 감독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이번 기회에 왜 봉 감독의 영화에 묘한 전율이 있는지 이해했어요. 그의 작품은 분명한 선이 있고, 그 위에 붓으로 색을 칠하죠. 물감이 어느 쪽까지 튈지는 몰라요. 그래서 수채화와 같은 인간미가 있어요. 그는 장면을 미리 생각해오지만 어떤 의견도 수렴할 수 있는 유연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죠.”

그의 나머지 방한 일정은 봉 감독과 함께다. “봉 감독이 절 ‘이상한 곳’으로 납치해 ‘이상한 것’을 먹일 것”이라고 아리송한 계획을 밝혔다. ‘납치’라는 단어를 택한 그의 얼굴엔 장난기가 어렸다. 봉 감독에게 도대체 어딜 가느냐고 묻자 그는 “비밀”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영화 이상의 우정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김윤지기자 jay@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