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을 여는 시집 2

"시란, 너무나 빨리 수평선 너머로 사라져서 설명할 바 없는 인생에 대한 한가닥 설명이다." 미국의 시인 샌드버그의 말이다. 메르디트는 "시를 가지지 못하는 사람의 생활은 사막의 생활이다. 왜냐하면 감정의 변화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흔히 독서의 계절이라 일컫는 가을이 다가온다. 인생의 한가닥을 마주하고 사막 같은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시 한편 읽어 봄 직하다. 이에 시집 두 권을 소개한다.

몽환의 세계와 역설접 어법 신선해
▲'나비야 나비야'

198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이상훈 시인이 시집 '나비야 나비야'를 출간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헤어져 있어도 슬퍼할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또다시 만나야 하니까"라며. 첫 시집 이후 24년 만이다.

문학평론가 호병탁의 해설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통상적인 시의 어법을 빗겨가는' 이상훈 시인의 시들은 설화와 몽환의 세계로, 역설적인 어법으로 신선한 충격을 준다.

표제작 '나비야 나비야'는 기린 우체부의 편지를 받고 달팽이 시인이 3년 걸려 장례식장으로 가고 또 3년이 걸려 무덤을 찾아가는 비현실적이고 비논리적인 서술방식과 엄청난 상상력을 보여준다. 시 '광화문 연가'에서는 시립미술관에 있는 신윤복의 미인도,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5ㆍ16 계엄령 등 광화문에서 벌어진 역사적 모순을 열거하며 "역사는 아이러니하게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었다"라며 비판적인 역사의식도 드러낸다. 우화와 모순의 극치로 웃음을 주는 시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등 시에서 느낄 수 있는 광범위한 아이러니를 만날 수 있는 시집이다. 황금알 펴냄. 8,000원.

그리움 가득한 시어, 눈시울 붉힌 모성애
▲'군사 우편'

1999년 6월 22일. 아들이 군에 입대했다. 그 다음날 어머니는 마음으로나마 아들 곁에 가 있는 것이 글이라며 시를 썼다. 그리고 아들이 못견디게 보고 싶을 때마다 그리움을 담은 시 한편씩을 남겼다.

현대시학으로 등단해 시집 '그대 내게로 와서' '내 안의 가장 큰 적' '수탉에게 묻고 싶다' 등을 낸 구순희 시인이 시집 '군사 우편'을 재출간했다. '평생 끊을 수 없는 그리움의 질긴 끈' 아들을 군대에 보내며 눈시울을 붉힌 어머니들과 공감대를 다시 살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5부로 구성된 이 시집은 메마르지 않는 모성애를 시로 승화시켰다. 독자는 시인의 상실감을 자신의 상실감으로 받아들이며 스스로 시적 자아가 됨을 느낄 수 있다. 아들이 군대에서 보낸 편지도 함께 실어 그 애틋함을 더 한다.

'어머니의 사랑이 언제까지나 아들의 가슴에 흘러가 닿기를 기도하는 희원의 돛배'처럼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 형성된 심리적 거리를 향해 독자들은 안쓰러운 동병상련의 눈길을 던질 수밖에 없는 것이 시집 '군사 우편'의 매력'이라고 문학평론가 송용구는 해설했다. 황금알 펴냄. 8,000원.



정용운기자 sadzo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