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여덟살 맞은 '부산국제영화제' 명과 암18년간 고속 성장… 올해 70개국 299편 초청아시아의 대표 영화제로 우뚝'강동원 사태' 등 불협화음… 스타 중심 축제 언제까지…

열여덟 살. 성인과 청소년의 사이다. 애매한 정체성 때문에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도 불린다. 제 18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강동원 사태'부터 태풍까지 다사다난한 일을 겪었다. 비 온 뒤 굳어지는 땅처럼 좀 더 성숙해질 모습을 기대하며, 성인으로 가는 문턱에 있는 BIFF의 명암을 조명해봤다.

귀푸청·강수연 개막식 MC 맡아

BIFF는 지난 18년 동안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1996년 1회 당시 31개국 169편의 영화가 초청됐고, 올해는 70개국 299편의 영화가 관객들을 만났다. 이제 BIFF는 명실상부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하고 있다. 높아진 위상은 개막식 사회자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는 탕웨이, 올해는 궈푸청(郭富城ㆍ곽부성) 등 중국어권 톱스타들이 국내배우와 짝을 이뤄 사회를 맡았다.

모양새 역시 탄탄해졌다. 초창기 남포동을 중심으로 했던 BIFF는 이제 해운대로 거처를 옮겼다. 3년 전에는 영화의전당이 완공돼 새 시대를 열었다. 그 동안 기존 극장과 공간을 빌려 진행되던 영화제를 대표하는 공간인 영화의전당에서 역사를 써 나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각종 편의시설이 포함된 비프힐이 일반관객과 지역주민에 개방돼 편의를 도모했다.

아울러 BIFF는 관객들만의 축제가 아니다. 영화계 관계자들의 비즈니스가 성사되는 기간이다. BIFF 기간 열리는 아시아필름마켓이 그것이다. 올해 폐막작인 김동현 감독의 '만찬'은 2011년 아시아영화펀드 인큐베이팅 지원작으로, BIFF에서 잉태돼 태어났다는 점에서 폐막작으로 의미가 깊다.

이 밖에도 지난해 신설된 '북 투 필름'(Book to film)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영화화를 원하는 출판사와 워낙 판권을 찾는 감독-프로듀서 등이 모여 피칭 기회를 갖는다. 부산영상위원회(BFC) 프로젝트,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과 아시아필름마켓이 공동 주관하는 'KOCCA 신화창조 프로젝트' 등 각종 피칭 행사가 줄 잇는다. 성과는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언제까지 스타 중심 용두사미 축제로

올해 BIFF의 뜨거운 감자는 이른바 '강동원 사태'였다. 강동원이 주연을 맡은 '더 엑스'가 단편임에도 이례적으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됐다. 문제는 강동원의 행사 참여를 두고 소속사 측과 영화제 사무국 측이 마찰을 빚은 것. 첨예한 진실공방은 폭로전으로 이어졌다. 결국 양측 모두 타격을 입었다. 2007년 이명세 감독의 'M'으로 강동원이 BIFF를 찾았을 당시, 많은 취재진이 몰리며 기자회견이 파행된 이후 강동원과 BIFF의 두 번째 악연이었다.

또한 BIFF가 얼마나 스타 중심 축제인지 가늠할 수 있는 사건이다. 올해 BIFF의 특징은 아이돌 스타의 대거 참석이었다. '배우는 배우다'의 이준, '동창생'의 탑, '결혼전야'의 옥택연 등이 그들이다. 부대행사인 에이판(APAN)로드에는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 그룹 엑소가 등장해 주목 받았다.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는 좋지만 스포트라이트가 영화가 아닌 아이돌 스타에 몰리면서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고질적인 문제점은 '용두사미의 축제'라는 것. BIFF는 2011년까지 목요일에 개막해 그 다음주 금요일에 폐막했다. 개막식부터 일요일까진 상당한 인파로 해운대가 온통 북적거리지만 그 이후엔 썰렁하다. 월요일부턴 오전 상영작이 줄고 이벤트도 거의 없다. 주말 상영작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것과 대조적이다.

BIFF 측은 지난해부터 축제 기간을 하루 늘려 폐막식을 토요일에 개최하는 것으로 자구책을 마련했다. 아직까지 큰 효과는 없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8일부터 태풍 다나스가 닥쳐 준비된 야외행사가 일부 취소되는 비극을 겪어야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에르메스와 함께하는 한국영화 회고전의 밤'에서 임권택 감독이 후배 배우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동원. /연합뉴스

우동(부산)=김윤지기자 jay@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