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르2', 서울 CGV에서 볼 수 없는 이유CGV-소니사 수익분배율 놓고 대립CGV 일방조치에 피해 관객에게 돌아가소수 대기업 중심의 영화산업구조 문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영국배우 톰 히들스턴. 그가 지난 14일 한국을 찾았다. 부드럽고 다정한 면모는 국내 팬들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30일 개봉한 영화 '토르:다크월드'(감독 앨런 테일러ㆍ이하 토르) 홍보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였다. 팬들은 이내 '토르' 예매에 나섰지만 고개를 갸웃했다. 서울 지역 CGV에서는 '토르'를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토르'의 실종 배경에는 상영관 CGV와 수입배급사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이하 소니)의 알력 다툼에 있다. 좀 더 파고들어가면 부율 갈등이다. 부율은 영화 상영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분배 비율을 뜻한다. 그 동안 서울 지역에서 상영되는 외화는 관행적으로 6(수입사):4(극장) 부율로 책정돼 있었다. 지방 극장은 한국영화와 외화 모두 수익 배분율이 5:5라는 점에서 서울 지역 외화 부율은 늘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혔다.

이에 CGV 측은 서울 지역 외화 부율을 9월부터 5:5로 바꾸겠다고 지난 5월 외화 수입배급사 측에 알렸다. 과거 서울 지역 극장들은 외화를 독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덕분에 외화 수입배급사에 유리하게 정해졌던 것. 한국영화 파워가 막강해진 요즘 굳이 외화에 이득을 줄 명분과 이유가 사라졌다. CGV는 뒤늦게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기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과정이다. CGV는 일방적인 통보로 정책을 알렸다. 소니 측은 9월 개봉된 '몬스터 대학교'의 필름을 서울 지역 CGV에 전하지 않는 것으로 불응했다. 이후에도 양 측의 팽팽한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못했다. 상황은 해결되지 않은 채 결국 '토르'까지 서울 지역 CGV에서 만날 수 없게 됐다

피해는 고스란히 관객들이 떠안았다. 관객들은 극장을 선택할 권리를 일부 제한 받게 됐다. 극장에서 예고편까지 본 영화의 본편을 정작 볼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이다. 나아가 현재의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향후 소니 측이 수입하는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 '제5계급'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등도 '토르'의 전처를 밟을 수 있다.

양 측의 갈등이 표면 위로 떠올랐지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CGV 홍보팀 김대희 과장은 주간한국과 전화통화에서 "변경된 부율에 대해 5개월 전에 고지했다"며 "소니 측에서 필름을 보내준다면 언제든지 영화를 틀 수 있다.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월트디즈니컴패니코리아의 장혜조부장은 28일 "부율은 부차적 문제"라고 강조하며 "부율은 시장 상황에 따라 충분히 바꿀 수 있다. 다만 부율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시장 파트너로서 협의는 없었다. 대화가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 사태의 외연을 넓히면 소수의 대기업 중심 산업 구조가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CJ CGV와 롯데시네마의 영화관 좌석 점유율은 70%에 이른다. 대기업에 뿌리를 둔 일부 극장이 대부분의 영화 배급 통로를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각각 CGV무비꼴라쥬와 아르테를 통해 예술영화를 소개하는 등 영화 산업 발전에 앞장 서고 있지만 있지만 기이한 시장 구조인 것은 분명하다.

그로 인한 잡음은 국내영화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CGV와 롯데시네마는 서울 지역 직영관에서 상영되는 한국영화에 대한 부율을 5:5에서 45:55로 조정했다. 하지만 그 이면의 문제들은 여전하다. 개봉 3주차를 넘어가면서 좌석점유율이 떨어지면 극장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부율을 정한다거나 극장이 응당 부담해야 할 디지털필름 상영시스템 이용료(VPFㆍVirtual Print Fee)를 제작사 측에 부과하는 관행들이 그러하다.

이에 국내 제작사들은 뜻을 모았다. 최근 23개 영화 제작사들이 무료 초대권을 남발한 영화관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법원은 영화관들이 마케팅 수단으로 사전 협의 없이 무료입장권을 발급해 결과적으로 손실이 제작사와 배급사에 전가됐다고 판단했다. 해당 멀티플렉스 4개사는 제작사에 약 31억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집단 행동의 긍정적인 결과다.

제작사들은 한걸음 나아가 공동으로 투자ㆍ배급사를 설립했다. 투자ㆍ배급사 리틀빅픽쳐스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큰 뜻을 품고 있다. 9개 제작사가 주주로 참여한 리틀빅픽쳐스는 참가 회사를 차차 확대해 2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하고 매년 영화 3편 가량을 배급할 계획이다. 이은 제작가협회장은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리틀빅픽쳐스는 공공적 성격의 배급사"라며 "제작사와 공정하게 수익을 분배해 한국 영화 시장을 합리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물론 '토르' 사태의 답이 수입ㆍ배급사의 집단 행동은 아니다. 다만 산업 구조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한국영화 산업의 발전이란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일부 대기업 상영관이 지닌 순기능은 극대화하되 장기적으론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문제 의식 공유와 제도적 장치 또한 필요하다. 이유는 명확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토르' 사태처럼 모든 피해는 관객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김윤지기자 jay@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