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철 개인전 '佛相'

화순-운주사
오랫동안 사람의 얼굴을 대상으로 작업을 해온 양성철 작가가 이번에 불상을 선보인다. 사진 전문 갤러리 나우에서 2월 12~18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佛相'을 통해서다.

작가는 각기 다른 시대에 만들어진 다양한 형상의 불상(佛相)에 접근했다. 불전이나 노천에 놓여 있는 불상, 또는 원래 있던 절을 벗어나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는 불상 등. 그 중에는 노련한 기술을 가진 장인이 조각한 듯 매끄럽고 세련된 선을 드러내는 불상이 있는가 하면, 숙련된 기술은 없지만 독실한 어느 신자가 새긴 듯 투박한 모습의 불상도 있다.

작가는 이러한 불상을 정면에서 때로는 왼쪽이나 오른쪽에서 포착했고, 얼굴만 클로즈업하거나 목선 정도만 보이도록 촬영했다. 보통 인물의 얼굴에만 집중할 때와 동일한 접근 방식이다. 때문에 불상의 전체 모습이나 위치하고 있는 환경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앉아 있는 부처인지 서 있는 부처인지도 알 수 없다. 손의 모습에 따라 부처를 구별할 수 있다는 수인(또는 인계)도 알 수 없다. 간혹 얼굴 없이 목만 남아있는 형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이것은 오히려 그 부재의 얼굴을 상상하게끔 하는 효과가 있다.

작가에게 얼굴 이외의 요소들은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김소희 큐레이터는 "작가가 불상을 종교적인 차원보다는 얼굴의 조형성과 미적 관점으로 접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지점"이라며 "이것이 불상을 찍은 수많은 사진들과 다른 점이다"고 평했다.

우리는 부처의 실제 얼굴이 어떠했는지 알 수 없다. 세계 도처에 있는 수많은 불상들 중에서 어떤 형상이 부처의 얼굴과 가장 닮았는지도 확인할 길이 없다. 부처의 가르침과 완전한 인격체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은 상징적 표현일 뿐이다.

그런 불상을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와 생각은 제 각각이지만 결국은 자신을 향한다. 불상을 바라보는 것은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얼굴에 집중된 양성철 작가의 불상이 그렇게 비쳐진다. 내가 바라보는 사진 속 부처는 반대로 나를 응시한다. 그러면서 "너는 누구냐"고 묻는 듯하다.

이번 사진전은 부처의 얼굴을 통해 나의 얼굴, 나의 삶을 돌아보는 작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02-725-2930.



박종진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