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첫 주 4일이 관건… 사회적 이슈와 상관 관계10대 관객 고려하는 전략… 경쟁작 동시개봉 시너지 효과

국내 시장에서 10번째 '1,000만 영화'가 탄생됐다. '아바타'를 제외한 토종 영화 중에서는 9번째다. <변호인>은 지난 19일 개봉 3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아바타'보다 6일 앞선 기록이라 국내 최다 관객 동원 신기록을 작성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 1,000만 영화가 이렇게 자주 등장하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1,000만 영화는 산술적으로 대한민국 인구 5명 중 1명이 봤다는 의미고, 영ㆍ유아와 노년층을 제외하면 3명 중 1명은 눈으로 확인했다는 뜻이다. 2003년 '실미도' 이후 총 10편의 1,000만 영화가 탄생했으니, 매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열광하는 영화 한 편이 등장한 셈이다.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은 개봉 전 1,000만 관객 달성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건 꿈의 숫자"라 말했고, '실미도'로 첫 테이프를 끊은 설경구는 "하늘이 허락해야 가능한 숫자"라며 손사래부터 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1,000만 영화는 의의로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작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의 '공식'을 갖고 있다.

▲4일의 법칙-개봉 첫 주에 승부를 걸어라!

토종 1,000만 영화 9편은 모두 개봉 나흘 안에 1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지금보다 극장 체인의 수가 적었던 2000년대 초반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실미도'와 '왕의 남자'는 나흘 만에 100만 고지를 밟았다. 이후 대부분의 1,000만 영화는 사흘 안에 100만 관객을 모았고, 역대 최다 관객 동원 토종 영화 타이틀을 갖고 있는 '괴물'은 단 이틀 만에 100만 관객이 눈으로 확인했다.

개봉 첫 주 스코어는 각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데다, 향후 흥행 추이를 책임질 입소문의 시작이기 때문에 1,000만 영화를 가름하는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개봉 첫 주말이 지난 후 평일 스코어가 중요하다. 평일에도 매일 20만명 안팎의 관객을 동원한다면 '대박'은 떼어놓은 당상이다"고 말했다.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야 한다!

'변호인'은 개봉 전부터 소란스러웠다. 고(故) 노무현 전(前) 대통령의 일화를 소재로 삼았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 진영 간 보이지 않는 설전이 시작됐고, '평점 테러'나 '예매 취소' 등 이슈들이 불거졌다. 이런 공방은 '변호인'의 인지도를 높이고 관람 욕구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마찬가지로 '실미도'는 북파공작원을 소재로 다뤄 논란이 됐고, 급기야 실미도 684부대 훈련병 8명의 유족들이 영화 `실미도` 를 만든 강우석 감독과 제작사를 사자(死者) 명예

훼손 및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실제 이야기에서 출발해 한구전쟁 당시 사망한 국군의 유해 발굴에 대한 관심을 환키시?으며 '왕의 남자'와 '괴물'은 각각 동성애, 반미 코드 때문에 뜨거웠다.

이후 '해운대'와 '도둑들'과 같이 별다른 사회적 이슈 없이도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영화 흥행과 사회적 이슈의 상관 관계는 비례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전제 조건은 있다. 잘 만들고 볼거리가 많은 영화여야 한다. 1,000만 영화 외에도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영화들은 다수 있었다. 하지만 1,000만 관객 달성은 실패했다. 결국 필수 조건이지, 충분 조건은 아니라는 의미다.

▲관람 등급을 신경 써라!

1,000만 영화들의 관람 등급은 모두 12세 혹은 15세 이상 관람가였다. '변호인' 역시 15세 이상 관람가였다. 한국 시장의 크기를 고려했을 때,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으면 사실상 1,000만 관객 달성은 요원해진다. 특정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영화는 관객을 모으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19금' 영화는 '친구'다. 전국 관객 818만 명을 모았고, 684만 명이 관람한 '타짜'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두 작품 모두 관객과 평단의 지지를 받았지만 1,000만 영화 등극은 실패했다. 영화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고생 관객들을 모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요즘은 교내 서클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학교 등에서 영화를 단체 관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영화는 우선적으로 배제된다. 때문에 1,000만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획 단계부터 관람 등급까지 철저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쟁을 즐겨라!

경쟁작이 강하다고 흥행이 힘든 건 아니다. 관객이 열광하는 영화가 동시에 개봉되면 시장의 파이가 커지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대부분 1,000만 영화를 보면 러닝 메이트가 있었다.

'변호인'은 '용의자'와 한 주 차로 개봉됐다. '변호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용의자' 역시 4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성공을 거뒀다. '도둑들'도 개봉 전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파괴력을 걱정했다. 하지만 두 영화는 그 시기 영화 시장을 쌍끌이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 외에도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돼 경쟁한 끝에 두 달 차를 두고 나란히 1,000만 고지를 밟았고, '해운대'는 800만 관객을 모은 '국가대표'라는 걸출한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경주했다.



안진용기자 realy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