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방 '세결여' 통해 훌쩍 성장배우로 성장하고 싶다는 욕심이 나를 편안한 모습으로 만들어청바지에 운동화 '생얼' 인터뷰이젠 '인간' 이지아가 아닌 '배우' 이지아로 봐 주세요

드라마 '세결여' 통해 훌쩍 성장
편안한 모습으로 다가가고파
'인간'이지아보다 '배우'이지아로 봐줬으면

"이제는 편안해요"라는 말이 이렇게 깊게 와 닿을 수 있을까. 가수 서태지와의 이혼, 그리고 갖가지 루머에 시달리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지아는 이 한마디 말로 자신의 현재를 설명했다. 어투는 담담했다.

SBS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연출 손정현ㆍ극본 김수현, 이하 세결여)를 마친 이지아를 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주간한국 편집국에서 최근 마주했다.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진 않았겠냐는 걱정은 기우였다. 간편한 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운동화를 신은 채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내는 모습이 편안해 보였다. 시계와 작은 귀걸이를 제외하면 별다른 액세서리도 없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을 보고 있으니 괜한 오해를 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인터뷰하겠다고 결정한 것 자체에 놀라는 분들이 많아서, 오히려 제가 놀랐어요. 사실 전에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쉽게 나설 순 없었죠. 사생활에 포커스가 맞춰진 인터뷰는 불편할 수밖에 없잖아요. 배우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나오고 싶었어요. '세결여'를 마친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했죠."

'세결여'는 2년 반 만에 출연한 작품이다. "공백을 가지려 했던 것은 아닌데, 출연까지 오래 걸렸다"는 그는 김수현 작가의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 했다. 만연한 루머, 그리고 고정관념 탓에 세 번이나 결혼하는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은 부담이었지만, 그래도 연기가 하고 싶었다. 이지아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정면돌파'라는 말은 좀 무시무시한 것 같아요. 제가 그 정도로 강단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사람들은 제가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대중이 저를 바라보는 시선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죠. 제가 고정관념을 이겨낼 수 있을지도 생각해야 했어요. 결국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는 욕심이 출연으로 이어졌네요.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

'공백 기간에 뭘 했나'라고 물으니 "여행 다니면서 보냈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친구도 만나고 때론 혼자만의 시간도 가졌다.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고 보고 싶은 것,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마음껏 만났다.

"사실 '공백'이라는 단어 자체가 놀라웠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었거든요. 자중하는 시간이 필요해서 활동을 쉬어야 했던 것은 아니잖아요. 오히려 저 자신을 채워나가는 시간이라 생각했죠. 미국에서 작품 오디션 준비도 하고, 제 시간을 가지며 보내다 보니 2년이 금방 지나더라고요."

컴백작 '세결여'는 트랜디하지 않다. 극중 비치는 이지아의 모습도 전작마냥 화려한 모습은 아니다. 그는 "트랜디 드라마로 컴백했다면 대중의 마음은 더 닫혔을 것"이라 했다. 편안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저에게만 혹독한 잣대가 가해지는 것 같아요. 편안하게 대해주시면 좋을 텐데. 저는 더 이상 감출게 없어요. 모두가 저에 대해 알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신비주의'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는 말도 잘 이해가 안 돼요. 저는 더 이상 신비할 구석이 없어요. 어쩌면 가장 노출된 연예인이 제가 아닐까요?"

'인간' 이지아가 아닌 '배우' 이지아를 말하고 싶어 했다. 그가 어려워하던 인터뷰에 나선 것은 말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다. 자신의 이름 옆에 언제나 붙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이제는 떼어내고 싶단다. 굳이 서태지, 정우성의 이름을 직접 묻지 않아도 이지아는 '그분'이라는 호칭을 통해 자연스레 털어냈다. 온전한 배우로 남고 싶은 이지아의 욕심이 보이기 시작했다.

"데뷔부터 너무나 큰 작품('태왕사신기')으로 등장해서 그럴까요? 출연하는 작품마다 많은 사랑을 받았음에도 저를 기억하는 분들은 다른 사람부터 떠올리시잖아요. 그 연결고리를 끊는 게 첫 번째 과제인 것 같아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작품으로 말하는 거죠.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고, 좋은 길을 걸어갈 거예요.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해요. 시간도 많이 지났으니, 이제 가능하겠죠?"



이정현기자 seij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