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은선갤러리, 권창남 초대전

이층장의 기억 Green marble
'고향과 집'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통해 과거와 현재,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며 사회와 소통해 온 권창남 작가가 돌을 재료로 한 조각으로 '그리움'의 무게와 깊이를 전한다. 서울 인사동 장은선갤러리에서 5월28일부터 6월14일까지 열리는 초대전을 통해서다.

작가는 어린 시절 부모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며 정자와 반닫이 조각 속에 '그리움'을 고스란히 담았다. 작가는 정자를 통해 만주와 일본을 떠돌던 아버지의 역마를 그리고 있고,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되불러 온다. 아버지를 통해 본, 어느 정도는 자기 자신의 것이기도 한 지상의 유토피아를 정자에 아로새겨 넣고 있는 것.

반닫이는 유년의 작가에게 어머니 자신과 동일시되는 분신처럼, 보물 상자처럼 보이고 뵙고 싶지만 뵐 수 없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투사돼 있다.

정자와 반닫이의 재료는 전통 고가구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나무가 아닌 돌이다. 작가는 대리석, 화강석, 오석 등 주재료인 돌을 깎고 새겨서 완전한 형태로 만들어 냈다. 조각은 차가운 성질을 지닌 딱딱한 돌을 재료로 하지만 그만의 회화성으로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감성을 전한다. 조각은 그리움이라는 정서적 환기를 불러온 것이란 점에서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작가는 1998년 첫 번째 개인전에서 '시각적 즐거움'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선보인 이래 관객과 공유할 수 있는 즐거움에 대해 고민해왔다. 추상적인'코드 없는 메시지'작품 대신 관객과 소통의 간극을 줄이는 작업을 추구했다. 그의 초기 '꿈꾸는 집'은 대표적이다. 작품 속 집이나 정자는 장, 다듬잇돌, 혹은 화초 위에 놓여 있다. 작가의 조각에 유독 기억, 추억, 고향, 그리움과 같은 단어들이 어우러지는 이유다.

기억-신 몽유도원
이번 전시에서 정자, 반닫이는 이전 작품의 구성 부분에 머물던 데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자리한다. 그래서 존재의 원형을 향한 '그리움'은 훨씬 깊게 다가온다. 02-730-3533



박종진기자 j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