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크롤러’(Nightcrawler) ★★★1/2

태블로이드 저널리즘 특히 시청률에 매달려 자극적인 사건에만 집착하는 TV저널리즘과 이런 뉴스를 즐기는 시청자들을 싸잡아 비판하고 조롱한 어둡고 폭력적이며 고약하도록 우스운 스릴러다.

‘네트워크’의 시궁창 냄새가 나는 새카만 풍자영화라고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생존을 위해선 무슨 짓이든지 마다하지 않는 비도덕적인 인간을 통해 빗나간 아메리칸 드림을 조소하고 있다.

영화가 다소 과장되고 야단스럽긴 하지만 흡혈귀 노스페라투 같은 모습으로 필사적인 연기를 하는 주인공 제이크 질렌할과 조연진의 좋은 연기 그리고 LA(여러 장면을 코리아타운에서 찍었다) 의 밤을 치명적인 아름다움으로 찍은 촬영과 함께 흥미진진한 내용 등 대중에게 어필할 부분이 분명이 있는 영화다.

루 블룸(질렌할)은 LA의 밤을 헤매는 도둑이자 날치기요 사기꾼으로 시궁창 쥐와도 같은 영혼에서 도덕성이 빠져나간 자다. 살기 위해선 어떤 짓이라도 하는 루는 어느 날 처참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프리랜서 비디오 카메라맨들이 현장을 찍어 TV방송국에 팔아먹는다는 것을 배운다. 루는 이어 베니스비치에서 비싼 자전거를 훔쳐 전당포에 가 자전거를 비디오 카메라와 경찰호출 스캐너와 바꾼 뒤 야간 사고현장에 들이닥친다. 앰뷸런스 뒤 쫓는 프리랜서다.

루가 처음 찍은 것은 카잭킹 피해자 모습. 그는 이것을 시청률 꼴찌인 TV방송국의 심야 뉴스제작자로 시청률 상승에 혈안이 된 니나(르네 루소가 오래간만에 영화에 나와 섹시하면서도 절박한 연기를 잘 한다)에게 팔아먹는다.

‘대중은 피를 원한다’는 것이 자신의 좌우명인 니나는 루에게 더 화끈한 필름을 가져오라고 요구한다. 이에 루는 밤새 LA의 사건과 사고현장을 쫓아다니면서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리고 루는 장래를 보장한다는 온갖 감언이설과 요설을 늘어놓으면서 싼 값으로 릭(리즈 아메드)을 조수로 고용한다.

둘은 밤의 LA를 헤매고 다니면서 피투성이의 교통사고나 총격사건 따위를 카메라에 담는데 루는 사고를 보다 드라마틱하게 만들기 위해 시체를 조명 밝은 곳으로 옮기기까지 한다. 그리고 경찰보다 먼저 3중살인사건 현장에 도착, 참혹한 현장을 찍어 니나에게 판다. 이 때문에 루와 니나는 경찰의 심문을 받는다.

내면이 심각하게 썩어 문들어진 루는 보다 충격적인 필름을 요구하는 니나에게 자기와 데이트를 안 하면 필름을 다른 데 팔겠다고 공갈을 한다. 돈독이 오르고 아울러 끔찍한 사고와 사건을 찍으면서 흥분감을 즐기게 된 루는 충격적인 물품을 내놓기 위해 현장 훼손을 밥 먹듯이 하는데 급기야는 준살인행위마저 저지른다.

질렌할은 이 영화를 위해 체중을 많이 줄였는데 피골이 상접한 얼굴에 뚫린 두 눈이 마치 해골을 보는 것 같다. 필사적인 연기인데 대단한 배우라고 감탄을 하게 된다. 좀 도가 넘었지만 그런대로 사실감마저 있는 사납고 재미있는 영화다. 댄 길로이 감독(각본 겸). 박흥진 미주 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