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편성프로 시청률 반토막보편적 소재 일관 변별력 사라져케이블·종편 비약적 발전에 고전시즌제 예능 등 새로운 전략 시급

KBS 2TV '해피투게더'
직장에서 퇴근 후 하루 일과를 지상파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으로 마감하던 직장인 이명애(33·여)씨는 최근 TV를 켜는 일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모바일로 언제든 방송을 다시 볼 수 있고, 연예인들의 신변잡기적 이야기에 더 이상 관심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 그 시간에 차라리 다른 일을 하거나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방송되는 비지상파 채널로 자연스럽게 눈길을 돌리고 있다.

지상파 방송3사 예능국에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해부터 평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예능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반 토막이 됐기 때문이다. 일요일 저녁 시간대에 방송되던 는 최근 화요일 밤 11시로 편성을 옮겼다. 편성을 옮기기 직전 시청률 상승으로 잔뜩 고무돼있었지만 지난달 25일 3.3%의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했다. '매직아이'의 마지막 시청률과 동률이다. 경쟁 프로그램인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역시 4.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현재 지상파 밤 11시에 방영되고 있는 예능 중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없다. 와 SBS '자기야' MBC '나 혼자 산다' 등이 6~7%의 시청률로 그나마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비지상파 채널이 기록하고 있는 2~3% 시청률도 간간히 볼 수 있다.

한때 평일 밤 11시는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의 황금 시간대로 분류됐었다. 유명 MC들을 전면에 내세워 고정 시청층을 꽉 잡았다. 시청률 20%를 넘나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이 변화했고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 등의 비약적 발전에 시청률이 한 자리로 떨어지는 등 고전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 예능국의 한 프로듀서는 "종편이 출범한 지 3년이 됐는데, 빠른 속도로 지상파 시청률을 잠식하고 있다. 중장년층은 TV조선이나 MBN 등으로 이동했고 젊은 시청층은 JTBC나 tvN 등을 많이 시청하고 있다. 또 젊은층이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TV를 많이 접하고 있어 '본방 사수'의 개념 역시 많이 흐려졌다. 6~7%가 동시간대 1위인 상황을 보며 지상파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위기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밤 11시 예능프로그램의 총체적 부진에 대해 더 이상 시청자들이 기대할 것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는 "획기적이라기보다 기존에 했던 토크쇼 등을 편안하게 반복한 면이 있다. 토크쇼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늘 했던 것은 연예인들을 내세웠던 것"이라며 "유명 MC를 세워서 하는 프로그램들이 많고 그 틀 안에서 새로운 것들이 나오기 힘들게 됐다. 그것이 시청자들한테 인지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지상파가 보편적인 소재나 시청층을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니 콘텐츠의 변별력이 사라진 것도 이유로 꼽히고 있다.

한상덕 문화평론가는 "지상파 예능들이 변화된 시청 환경에 적응을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케이블이나 종편이 꾸준히 타깃 시청층에 맞는 프로그램을 론칭하면서 화제성은 물론 고정 시청층까지 얻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을 때, 지상파 예능은 세대를 잘 조준하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이 된 것 같다"고 평했다.

실제 tvN은 지상파가 토요일과 일요일에 방영하던 주말드라마를 금요일과 토요일에, 평일 밤 10시에 방영하는 드라마를 밤 11시에 내보내고 있다. JTBC 역시 금토드라마를 신설했고, 밤 10시에 예능을 방송하고 있다. MBN은 주말드라마를 지상파 간판 예능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는 오후 6시 20분에 내보내는 등 기존과 다른 편성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상파가 보편적인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예능국 역시 고민이 깊다. 지상파 방송사 예능국 관계자는 "20~30대만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그렇다고 어른층만을 공략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없다. 지상파가 고민에 빠졌을 때 비지상파 채널이 타깃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시청층이 분할됐다. 새로운 전략을 찾아야할 때"라고 설명했다.

KBS 2TV '우리동네예체능'
10회 안팎의 파일럿과 시즌제 예능의 등장은 지상파가 새롭게 시도하는 전략 중 하나. SBS가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 6월 10부작으로 방영된 '도시의 법칙 인 뉴욕'에 이어 일반인 여성들의 일과 사랑을 다룬 '달콤한 나의 도시', '짝' PD가 선보인 '일대일-무릎과 무릎 사이' 등이 방송됐다. KBS도 '나는 남자다'를 20부작으로 방송한 뒤 논의를 거쳐 시즌2를 내놓을 예정이다.

KBS 김호상 CP는 "앞으로 시즌제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할 예정이다. 이전까지는 변화에 조금 느리고 둔감하게 반응했다. 시즌제 프로그램은 변화에 빨리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상파 주중 예능프로그램들이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 이상 단순한 포맷 변경이나 유명 연예인들만을 내세운 프로그램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

정 평론가는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평했고 한 평론가는 "소재와 포맷이 확 변해야 지상파 주중 예능프로그램이 살아날 것이다"고 내다봤다.


MBC '나혼자산다'
KBS 2TV '나는남자다'
SBS '룸메이트'
KBS 2TV '안녕하세요'
MBC '헬로이방인' 후지이미나
SBS '매직아이'

조현주기자 jhjdh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