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라이프

'토토가'와 90년대 음악 열풍

90년대 히트곡 음원차트 강타
'잘못된 만남' 'Tears''멍' 등 연초 음원차트 상위권 싹쓸이
'토토가' 열기 타고 새 트렌드로 100억원대 수익… 관련사업 확장
90년대 대중음악계를 주름잡았던 히트곡들이 20여년의 시간을 넘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신드롬에 가까운 이 열풍의 진원지는 MBC 예능 '무한도전'. 재미로 시작한 작은 기획에 복고 바람이 더해지며 음원차트를 흔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90년대 음악의 컴백은 잠깐의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 90년대 뮤직, 음원차트 강타

현재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 차트에는 김건모의 히트곡 '잘못된 만남', 김현정의 '그녀와의 이별' '멍', 소찬휘의 'Tears', 조성모 'To heaven', 쿨 '슬퍼지려 하기 전에' 등 90년대 히트곡들이 나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음원시장 비수기인 1월이라지만 발표된 지 10년이 넘은 곡들이 한꺼번에 다시 사랑받는 것은 기현상에 가깝다. 업계관계자들도 이러한 흐름에 "전무후무한 일"이라며 입을 모았다.

'무한도전'에서 시작된 '토토가' 열풍은 최근 대중문화 트렌드를 선도했던 복고와 맞물리며 시너지 효과를 발했다. 90년대 활동했던 가수들을 다시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기 위해 시작했던 기획은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라는 이름을 달고 방송에 소개됐다. 과거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지만 현재 활동이 다소 뜸한 김건모, 조성모, 소찬휘, 김현정, 팀 해체 후 다른 길을 걸었던 그룹 터보(김종국 김정남), 쿨(이재훈 유리 김성수), 원조 걸그룹 S.E.S(바다 유진 슈), 배우로 전업한 엄정화, 이정현 등은 90년대 스타일로 꾸민 무대에 다시 올랐고 시청자의 향수를 자극했다. 방송은 시청률 22.2%(닐슨코리아 집계)를 찍으며 대성공으로 끝났다.

'토토가' 열풍을 지켜본 한 인기 작곡가는 "현재 다시 사랑받고 있는 곡들은 지금 들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다시 인기를 얻는 것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곡에서부터 마스터링까지 완벽한 곡"이라 말했다.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완성도가 높았기에 다시 사랑받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 터보
▦ 예상 수익 100억원, 관련 사업으로 확장

'무한도전'에서 시작된 '토토가' 영향력은 막강했다. 대중은 과거 히트곡들을 다시 듣기 시작했고 음원차트는 90년대로 돌아갔다. 또 일시적인 현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장기집권으로 이어졌다. 막강한 팬덤을 자랑하는 아이돌 음악도, 지난 2014년 음원차트를 주도했던 블랙 뮤직, 발라드도 이들의 선전에 꼬리를 내렸다.

'토토가' 열풍으로 인한 경제효과도 상당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열풍으로 음원 매출만 100억 원에 달할 것이라 내다봤다. 주영훈과 윤일상, 박진영, 이현도, 김창환 등 90년대 인기작곡가들이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이에 주영훈은 "100억 원을 번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하지만 예전 곡에 다시 관심을 가져주니 감사하다"고 서둘러 해명하는 해프닝이 일기도 했다.

또 영향력은 대중음악계를 넘어 관련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90년대 음악을 내세운 유흥주점은 늦은 시간까지 손님으로 북적이고 복고 콘셉트의 카페도 늘고 있다. '토토가'를 이용한 상표 출원 및 권리자가 누구냐를 놓고 불거졌던 잡음은 이를 이용한 산업의 높은 가치를 방증했다. 이와 관련해 특허청은 6일 유명 방송명칭을 방송과 무관한 개인이 상표로 출원한 경우 등록될 수 없도록 상표심사기준 개정안을 마련, '토토가'와 관련한 권리는 MBC에 있다고 밝혔다.

▦ 90년대 잡아라! 업계 관심↑

  • 조성모
90년대 열풍이 이어지자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과거 흘러간 스타 대우를 받았었지만 이제 대우가 달라졌다. 현재 '토토가' 출연 멤버들은 방송가 출연섭외 1순위. 이들을 붙잡기 위한 물밑경쟁이 치열하다는 후문이다.

향후 활동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토토가'에 출연했던 소찬휘는 6일 신곡 '글래스 하트'를 공개했다. 꾸준히 음악 활동을 벌여온 그이지만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 속 컴백이다. MC를 맡았던 이본은 매니지먼트사 겸 영화제작사 필름있수다와 전속계약을 체결하며 활발한 활동을 기대케 했다. 또 지누션은 라디오 방송에서 새 앨범 발매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김건모는 4년 만의 새 앨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0년대 가수들로 구성된 콘서트 역시 기획 단계에 진입하는 등 발빠른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대중음악계 흐름도 바뀐다. 천편일률적인 아이돌 음악에서 탈피해 새로운 것을 찾던 이들에게 '토토가' 열풍이 힌트가 됐다. 인기 작곡가 용감한형제가 준비 중인 신인 듀오 원펀치가 대표적. 90년대 음악의 현대화를 내세운 제2의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을 표방한다. "아이돌 음악에 대중의 피로감이 본격화됐다"는 용감한형제는 이들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이달 중 공개가 예상된다.

▦ 정점 혹은 징검다리? 90년대, 복고 트렌드 분수령

'토토가'에서 시작된 90년대 복고 트렌드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업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현재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90년대에 청년기를 보냈던 30ㆍ40세대가 핵심 문화소비 주체가 된 데다 10ㆍ20대 등 어린 세대로 확장돼 생명력이 길다. 또한 대중음악 르네상스라 불렸던 90년대인 만큼 재해석 혹은 재평가할 요소가 무궁무진한 것도 이유다.

  • 이정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는 주간한국에 "90년대는 대중음악의 최고 전성기였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변화기이자 질적ㆍ양적 팽창을 이룬 때"라며 "장르적으로 다양한 곡들이 쏟아졌으며 경제 호황과 맞물려 도전적인 음악도 큰 사랑을 받았다. 음악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였기에 금방 소진되지 않고 열풍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7080에서 진화를 거듭해온 만큼 90년대 열풍이 복고의 정점을 찍은 것인지 혹은 2000년대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인지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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