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시련과 비극 사이 고군분투… 한층 깊어진 연기로 완주 뿌듯해카메라서 벗어날 땐 자연인 회귀… 몸매 좋은 배우, 운동 덕분이죠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담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한 시간 가량 대화를 나눈 그는 그 누구보다 밝았고, 또 솔직했다. "화면보다 훨씬 마르고, 예쁘다"고 인사를 건네니 눈을 반짝이며 "정말이요? 꼭 기사에 써주세요"라고 말하는 엉뚱함은 그의 매력을 더했다. 배우 오지은(34)이다.

그는 최근 종영한 MBC 일일극 '소원을 말해봐'에서 한소원 역을 맡아 열연했다.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처용'이 끝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바로 차기작을 선택해 연기를 펼쳤다. 쉽지 않았던 역할이었다. 그만큼 풀어낼 이야기도 많았다.

오지은의 喜(기쁠 희)=그는 2014년 6월 첫 방영된 '소원을 말해봐'에서 타이틀롤을 맡아 6개월간 극을 이끌었다. 8.6%(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시작한 드라마는 15.1%의 높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이 같은 인기에는 오지은의 고군분투가 있었다. 극 중 오지은은 시련과 비극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하나의 비극이 해결되면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모진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한소원을 한층 깊어진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타이틀롤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긴장하면서 찍었어요. 잘 이끌어가야겠다는 부담감도 있었죠. 그런데 체력적으로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끝나는 날만 기다렸는데, 막상 끝나니 그때 그 시간들이 벌써부터 그리워지네요. 사실 만족스럽지는 않아요. 그래도 끝까지 잘 해왔다는 생각은 들어요. 스스로를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들어요. 대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6개월 동안 쉬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정신력으로 하루를 버티는 날도 허다했다. 그만큼 완주의 기쁨은 클 수밖에 없다. 자신이 연기한 모습을 보고 감동적이라 눈물을 흘렸다는 베테랑 선배들의 칭찬은 그를 더욱 역할에 몰입하게 했던 원동력이 됐다.

"완주를 했다는 것 자체가 뿌듯합니다. 한소원은 한(恨)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였어요. 그런 연기를 계속하다보니까 어느 순간 생각만큼 연기가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긴장도 털어내고, 마음도 내려놓고 연기에 몰입했어요.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오더라고요. 배우로서 한 뼘 성장한 느낌이었죠. 고마운 작품이에요."

오지은의 怒(성낼 노)=인터뷰 도중 그는 눈시울을 붉혔다. 발단은 이렇다. 한소원을 연기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물어봤다. 한참 대답을 이어가던 그의 눈 주위가 갑자기 빨개졌다. 한소원은 계속 당하기만 했던 여주인공이었다. 극 중 그는 결혼식 날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남편의 억울함과 그 배후에 있는 친모의 악행을 파헤쳤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제발 소원아, 이젠 말을 해봐"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답답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캐릭터에 너무 몰입해 개인적으로 괴로웠던 시간들이 많았어요. 배우 생활을 계속 할 건데, 제 에너지를 깎아 먹는 것 같아서 철저히 카메라 돌 때만 캐릭터에 몰입하고 그렇지 않으면 자연인 오지은으로 돌아가자는 철칙이 있어요. 이번 작품 역시 그랬는데 작품 내에서 시원함이 없으니까 착잡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마지막까지 제대로 된 복수를 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화해를 하면서 극이 마무리가 됐어요. 친구들과 즐겁게 통화하다가도 갑자기 억울하고 서운한 감정들이 올라오더라고요."

오지은의 愛(사랑 애)=그가 연기와 사랑에 빠진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였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한 그는 휴학을 하고, 연극에 도전했다. 매력을 느꼈지만 확신이 서지는 않았다. 그는 졸업 과제로 자신이 연출한 작품과 선배가 연출한 작품에서 연기한 두 개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그 결과 자신이 연기한 작품으로 독립영화제에서 상들을 받았고, 연기자 회사와 계약을 맺게 됐다.

이후 그는 한 해도 쉬지 않고 작품을 했다. 주목을 받았던 '수상한 삼형제'(2009)부터 '웃어라 동해야'(2010), '청담동 살아요'(2011), '광개토태왕'(2011), '드라마의 제왕'(2012) 그리고 예능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 in 히말라야'(2013)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했다.

"처음부터 너무 큰 역할을 맡았어요. 열정은 가득 차 있었는데, 경험이 없다보니 문제가 많았죠. 풀샷에서 오열하고, 바스트 신을 찍을 때 소진돼서 눈물조차 안 나왔어요. 경험부족에서 오는 문제들이 컸어요. 열정만으로는 안 됐죠. 무조건 경험을 많이 쌓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지금은 달라졌어요. 이제는 경험보다 배우로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예요. 이전에는 양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질에 욕심이 나기 시작했어요."

오지은의 樂(즐길 락)=오지은은 몸매가 좋은 배우로도 유명하다. 그만큼 노력한다. 그는 운동을 통해 얻은 것이 많다. 요가복을 입은 그의 몸매는 한동안 인터넷 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또 '정글의 법칙'에서도 강인한 정글녀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운동을 하면 몸이 젊어져요. 잠들어 있던 근육이 깨어나는 느낌이죠. (웃음) 근육은 쓰면 쓸수록 강해지고 또 유연해져요. 나이가 들면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게 많아지는데 운동을 통해 의식만으로도 근육이 움직여지고 조절되는 것이 느껴져요. 원래는 체력이 약했어요. 빨리 지치고 잠도 많았죠. 운동을 통해 얻은 게 많아요. 체력도 그렇고 몸매가 화제가 되는 건 쑥스러운 일이지만 감사하기도 하죠."



조현주기자 jhjdh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