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 트립’ ‘짠내 투어’ 등 여행에 대결구도를 접목하다

바야흐로 여행 예능 프로그램 전성시대다. KBS 2TV 대표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을 거쳐 2013년 tvN ‘꽃보다할배’로 꽃을 피운 여행 예능 프로그램은 현재는 지상파와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등을 합쳐 10여개에 달할 만큼 각 방송사 예능국 필수 아이템처럼 자리하고 있는 모양새다. 새로운 곳과 문화, 먹거리 등을 경험하고 그 안에서 빚어지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관계를 담아낼 수 있다는 면에서 여행은 예능 프로그램과 어우러져 늘 매력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꽃보다 할배’ 여행 예능? 사람 냄새나는 훈훈함으로 승부

여행 예능 프로그램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꽃보다 할배’는 70대~80대에 접어든 황혼의 할아버지들의 배낭여행을 담으면서 실상은 여행 자체보다 출연자들에게 집중하고 있다. 기존의 여행 프로그램이 그랬듯 신기한 볼거리나 먹거리, 새로운 문화를 보여주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출연자들의 말과 행동, 감정과 관계 등에 집중하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할아버지들이 여행지를 거닐며 문득 가난했던 젊은 시절을 회고하며 추억에 잠기거나 창밖 풍경을 보며 “이 곳에 오는 건 아마도 마지막일 것”이라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 등은 자연스럽게 인생에 대한 생각과 성찰을 하게 해 준다. 크게 우스울 것 없는 농담에도 함께 웃고, 서로를 친근하게 챙기는 모습에서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흐뭇한 감정을 갖게 해 준다. ‘여행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실상은 사람 냄새 나는 프로그램으로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 ‘꽃보다 할배’의 큰 매력으로 자리하고 있다.

여행에 대결구도를 접목 ‘배틀 트립’ 등

이와는 반대로 출연자들에게 특정 미션을 주고 대결 구도를 흥미를 유발하는 여행 프로그램도 인기다. KBS 2TV ‘배틀 트립’은 출연자들이 직접 여행 계획을 짜 대결을 펼쳐 방청객들이 선택하는 포맷으로 방송 2년을 넘기며 장수중이다. tvN ‘짠내 투어’ 또한 출연자들이 직접 자유여행 일정을 세워 출연자들의 선택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JTBC2 ‘사서고생 시즌2 팔아다이스’는 이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출연자들이 장사에 나서 번 돈으로 해외에서 여행하는 콘셉트다. 여러 배틀을 통해 출연자들이 여행에 대한 지식을 하나둘 배워가고 가장 효율적인 여행에 대한 연구에 나서면서 시청자들도 재미와 정보를 저절로 얻게 되는 것. 이처럼 여행에 대결 구도를 붙인 콘셉트도 인기다. 자유여행과는 반대로 연예인들이 일반인들과 함께 패키지 여행을 떠나는 JTBC ‘패키지로 세계일주-뭉쳐야 뜬다’도 여행지가 화제가 되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음악과 여행의 조화

음악과 여행을 결합시킨 기획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2017년 6월 첫방송한 JTBC ‘비긴어게인’은 윤도현 유희열 이소라 등 가수들이 유럽 등지를 여행하며 즉석 버스킹에 도전하는 콘셉트로 호응을 얻었다. 유럽의 풍광과 가수들의 즉흥적인 버스킹이 어우러지면서 신선함을 불러온 이 프로그램은 지난 3월 시즌2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지난달 15일 첫 방송된 tvN ‘이타카로 가는 길’은 음악과 SNS를 여행 속에 녹여냈다. SNS에 업로드한 노래 영상의 조회수로 얻은 경비로 터키에서 그리그 이타카섬까지 가는 여정을 담은 것. ‘음악’에 여행경비를 직접 조달한다는 콘셉트로 화제가 되고 있다.

10여년전 KBS ‘걸어서 세계 속으로’ 류의 다큐멘터리 포맷의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던 데 반해 현재 여행 예능의 진화는 질적, 양적으로 놀라울 만하다. 그리고 이 인기는 빨리 식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JTBC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여행 예능 프로그램도 결국 ‘여행’ 그 자체보다는 프로그램 안의 기획력과 스토리가 관건이 된다”라며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여전히 주류를 차지하고 있고, 시청자들은 늘 새로움을 원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다양한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여행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는 당분간은 지속될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장서윤 스포츠한국 기자

사진=장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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