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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럽토크] ‘출국’ 이범수, 한국의 아버지상으로 거듭나다

“영화의 배경인 팔십년대 저의 아버지는 어떻게 사셨나 떠올려 봤죠”

가족을 되찾기 위해 벌이는 사투… 아버지의 처절한 감정 표현해

현재는 두 아들과 ‘행복한 시간’

범접하기 힘든 스타가 아닌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우리네 아버지였다. 영화 ‘출국’(감독 노규엽, 제작 D.seed 디씨드) 개봉 직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범수는 개봉을 목전에 두고 있고 영화 제작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계속 터졌기 때문인지 평소보다 긴장된 표정이었다. 특유의 강인한 인상 뒤로 초조함과 예민함, 책임감이 가득 묻어났다. 그러나 한 영화를 책임지는 주연배우이기에 그걸 드러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무거운 어깨를 쓰다듬어주고 싶게 만드는 아주 평범한 대한민국 아버지였다.

영화 ‘출국’은 1986년 분단의 도시 베를린에서 한 번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모든 게 꼬여버린 한 아버지가 가족을 되찾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담은 작품. 이범수가 연기한 경제학자 오영민은 북한에서 새 삶을 꿈꿨다가 그것이 엄청난 실수라는 걸 깨닫고 모든 걸 되돌리려 하지만 아내와 딸이 납치당하며 지옥을 체험하게 된다. 이범수는 ‘연기파 배우’답게 특유의 선굵은 연기력으로 자신이 저지른 실수로 인해 가족을 잃는 아버지의 처절한 감정을 격정적으로 표현해낸다. 이범수는 시나리오를 읽고 작품을 선택한 배경을 담담히 들려주었다.

“2년 전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피가 낭자한 수많은 상업 영화들에서 다양한 악역 제안이 들어온 상태였어요. 두 아이의 아빠가 되다보니 그런 것이 더 이상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더라고요. 그때 ‘출국’ 대본을 읽었는데 아버지의 감정선으로 극을 이끌어 가는 게 마음을 잡아당기더군요. 3일 후 다시 읽었는데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그리고 나서 노기엽 감독을 만났는데 첫 만남부터 신뢰를 줬어요. 자신만의 영화 철학이 있더군요. 힘이 돼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출연을 결정했어요. 며칠 전 시사회서 완성된 작품을 처음 봤는데 안도할 수 있었어요. 만듦새도 좋고 신인 감독 치고 안정감 있게 잘 만든 것 같아요.”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80년대는 이범수가 초중고등학교를 관통한 시기. 이범수는 힘들었던 당시에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한 우리네 부모님들을 떠올리면서 오영민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 시대 젊은 관객들이 보기에 이해할 수 없는 오영민의 행동을 연기하면서 느낀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영화의 배경인 팔십년대 저의 아버지는 어떻게 사셨나 떠올려 봤어요. 또한 우리들의 아버지는 항상 옳으셨나도 고민해봤죠. 항상 옳으셨을 수는 없었을 거예요. 저도 아빠가 돼보니 내가 하는 결정이 항상 옳지만은 않더라고요. 아버지란 역할은 예습이나 복습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나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책임감 때문에 나약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늘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어요. 오영민은 공부는 열심히 했지만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인물이었어요. 가족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던 게 악수였던 거죠. 그 입장이 됐다고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찔해요. 억장이 무너졌을 거예요. 가족을 못 보고 산다는 것 상상할 수도 없어요.”

‘출국’에는 이범수 이외에도 연우진, 박주미, 이종혁, 전무송, 진선규 등 연기파 선후배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2년 전 실력파 배우들이 서로 좋은 기운을 주고받으며 폴란드에서 진행된 현지 촬영은 이범수의 가슴에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정말 빠듯했지만 즐거운 현장이었어요. 폴란드 이국땅에서 하루라도 허투루 보내면 안 되니 배우뿐만 아니라 스태프 모두 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어요. 그럴 때 위로가 돼준 건 역시 한국 음식이었어요. 처음에는 현지 음식을 먹었지만 며칠 되니 김치찌개가 그립더라고요. 다행히 하나 있는 한국 식당을 찾았는데 매일 촬영 끝나고 거기서 회포를 푸는 게 유일한 낙이었어요. 서로 객지에서 고생하면서 촬영하다보니 서로를 다독여 주는 분위기였어요. 모든 스태프들이 서로 하나가 돼 일사분란하게 즐겁게 촬영했습니다. 감독은 항상 외로운 포지션인데 제가 힘이 돼주고 싶었어요. 신인 감독에 촬영과 조명도 입봉이었고 제작사도 신생이었거든요. 젊은 사람들이 하나가 돼 좋은 기억을 갖게 된 현장이었어요.”

‘출국’은 개봉 전 제작비 지원과 관련해 특혜를 받았다는 화이트 리스트 논란에 휩싸였다. 이 때문에 개봉도 예정보다 미뤄지고 제목까지도 바뀌었다. 이범수는 이에 대한 질문에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영화 후반 작업이 한창일 때 처음 그런 논란이 있다는 걸 들었어요. 그러나 모든 건 오해예요. 분명한 건 누가 뭐라고 해도 부당하게 이득을 보거나 누군가 피해를 봤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논란에 대한 고민보다 흥행에 대한 부담이 커요. 영화는 개인 작품 전시회가 아닌 만큼 손실을 끼치지 말아야죠.”

이범수는 몇 년 전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면모를 공개한 적이 있다. 마지막으로 이제 많이 컸을 듯한 아이들의 근황을 묻자 함박미소를 터뜨렸다.

“더 사랑스러워졌죠. 아이들이 커갈수록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게 많아져 정말 좋아요. 주말마다 함께 요리를 해먹는데 그 시간이 저에게 가장 중요해요. 지난주에는 붕어빵을 구워 먹고 그 전주에는 피자를 해먹었어요. 정말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에요.”



사진 제공=D.seed 디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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