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모티브로 한 영화 ‘생일’
지난 2015년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치유공간 ‘이웃’에서 봉사활동을 해 왔다는 이 감독은 “세월호 참사 후 여러 단체에서 유가족을 위로하는 활동을 했는데 아이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사람들이 모여 ‘생일 모임’을 했다. 유가족과 친구들은 아이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많이 힘들어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유가족들에게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말했을 때 기꺼이 인터뷰에 응해 주셨다. 시나리오가 완성됐을 때 유가족들이 ‘힘내서 잘해라’고 응원해주셨고 완성본을 만들기 전에 한 번 더 찾아갔다. 안산에 있는 극장에서 시사를 하는 날에 ‘고맙다’ 는 말을 듣고 처음으로 마음이 놓였다”고 그간의 과정을 공개했다.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시나리오를 쓰고 표현해내는 데 내 해석이 개입될까봐 고민을 많이 했다. 한걸음 물러나서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내 해석이 오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촬영때마다 고민을 거듭했는데 다음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유가족들과 통화를 많이 했다”고 들려주었다.
극중 설경구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아빠 정일로 분했다. 그는 “생각지도 못했을 때 ‘생일’ 시나리오를 받았다. 이 작품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른 영화 스케줄상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는 고민을 안 했다. 영화를 하는 사람으로서 이 작품은 해야 할 것 같았다”고 시나리오에 큰 끌림이 있었다고 전했다.
설경구 또한 큰 감정의 파동을 느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인물을 연기할 때 감정을 누르는 게 힘들었다. 담담하게 하려고 했지만 단단해야 했다. ‘생일’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담담하지만 힘이 있는 이야기다”라며 “세월호 참사는 국민 모두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벌써 5주기다. 이 영화가 위안도 주고 위로도 하고 서로 ‘기억하겠다,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작은 물결의 시작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0) 이후 18년 만에 영화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설경구는 “전도연 씨는 18년 동안 변함이 없을 정도로, 희한하게 너무 똑같다. 전체적으로 다 그렇다. 외모를 봐도 나이를 하나도 안 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전도연은 “지금의 설경구 씨가 훨씬 더 멋있는 것 같다. 멋있게 나이를 들어간다는 생각이다. 18년 전에는 설경구라는 배우에 대해 설렘이 없었는데 지금의 설경구는 설렘을 준다. 남성다움이 더 자라난 것 같다”며 웃음지었다.
작품에 대해 ‘시기적으로 너무 빠른 게 아니냐’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 이 감독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굳이 아픈 이야기를 들춰내서 얘기하는 게 실례 아니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안산에서 봉사한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 유가족들이 내가 외울 정도로 많은 얘길 하셨는데도 다음날 가면 또 얘기하시는 걸 들으면서 우리가 더 많이 주목하고 공감하는 것이 이 분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공감이나 위로는 언제든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4월 3일 개봉.
장서윤 스포츠한국 기자 사진=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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