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의식’ 버리고 ‘도덕성’ 갖춰야

‘점입가경’ ‘일파만파’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형국이다. 관련 사실이 하나둘 드러날 때마다 고구마 줄기처럼 엮여 또다른 범죄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와 클럽 ‘버닝썬’ 관련 사건은 최근 연예계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를 당혹스러움과 분노에 마주하게 하고 있다.

가수 승리

시작은 올 초 빅뱅의 승리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불거진 강남의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폭행사건이었다. 이후 이 클럽이 마약 투약 및 유통, 성범죄 등에 연루돼 있다는 제보들이 잇따랐고 승리가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성접대 증거가 포착된 단체 카카오톡 방을 통해 가수 정준영이 성관계를 불법 촬영하고 공유했다는 혐의가 나오면서 경찰 조사를 받게 됐고, 더불어 2016년 음주운전이 적발된 그룹 FT아일랜드의 최종훈이 경찰에 청탁해 보도를 막았다는 내용까지 공개되고 있다. ‘의혹’이 아닌 알려진 실체만 파악해도 정준영이 2015년 말부터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불법 촬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했으며 10개월 동안 피해 여성만 10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유착’에 대한 단서도 대화방 내용에 담겨 있다. ‘경찰총장’(공식명칭은 경찰청장)이 업소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내용이나 음주운전에 적발된 연예인이 대화방에서 언론 보도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하고 이 부탁을 받은 다른 인물이 ‘유력 인사에게 이야기해 보도를 막았다’고 말한 내용도 대화방에서 나왔다. 이같은 유착 의혹에 민갑룡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찰 고위층까지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또 추호의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승리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13일 승리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최근 승리가 참여했다는 클럽의 폭행사건을 시작으로, 갖가지 의혹과 논란이 계속 불거진 가운데 팬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회사로서 좀 더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한 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 YG는 대대적인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회사 모든 임직원들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승리 사태로 불거진 여러 논란에 대해 소속사의 책임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초반의 폭행 사건에서 계속된 의혹이 제기되는 데는 여러 범죄 의심 정황이나 도덕적 해이에 대해 대중들 또한 이제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년차 한 음반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대중의 지탄을 받을만한 사건이 생겨도 몇몇 언론사만 입막음하면 된다는 관행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처럼 SNS 등을 통해 연예인의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공개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아티스트가 더욱더 인성과 도덕성을 겸비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됐다”라고 들려주었다.

사건이 커지고 있는 데는 이들 몇몇 연예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비도덕적인 행태가 경찰이나 고위층 등과 연루돼 더 큰 비리를 숨기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앞서 방정현 변호사는 승리의 카카오톡 대화방 자료를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 제보, 국민권익위원회가 11일 검찰에 공식 수사를 의뢰하면서 사건 내용이 공개된 바 있다. 방 변호사는 최근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대화방) 내용에 경찰과 유착 관계가 굉장히 의심되는 정황이 많이 담겨 있었다. 특히 강남경찰서장보다 높은 직급의 경찰과의 유착 정황도 확인됐다”라며 “내용을 봤을 때 경찰과 유착 관계가 굉장히 의심되는 정황들이 많이 담겨 있었고 어느 정도까지 긴밀하게 유착돼 있는지는 나도 사실 가늠이 잘 안 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의혹이 불거진 사안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연예계에도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행태들에 대해 반성이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인들이 돈과 명예를 얻게 된 후 자신도 모르게 가지게 된 특권의식 속에 정상적 사회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을 보이는 것을 무엇보다 경계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장서윤 스포츠한국 기자 사진=이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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