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대 적자... 드라마 잠정중단·휴방 사태

지상파 방송의 위기가 ‘설’이 아닌 실재로 다가왔다. 공영방송사인 KBS와 MBC는 올해 사업손실 규모를 1000억 원대로 예상했고 SBS도 수백억 원대 적자를 예고하면서 방송 3사 모두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상태다. 적자규모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방송 3사는 월화드라마의 잠정중단 또는 휴방을 선언했다.

월화극 편성을 중단키로 한 MBC의 마지막 월화드라마 ‘웰컴2라이프’.

MBC와 SBS는 월화드라마 편성을 중단했고 KBS는 편성이 예정된 ‘너의 노래를 들려줘’가 종방하는 11월 말부터 약 두 달간 월화드라마를 편성하지 않기로 최근 결정했다. 방송사들은 이 시간대 제작비가 적게 드는 예능 프로그램 등을 편성했거나 편성을 조율중이다. 방송 3사 모두 월화드라마 폐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미뤄둔 상황이지만 폐지 쪽으로 중론이 기울었다는 소식이다. 앞서 아침드라마와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가 속속 폐지된 바 있지만 이른바 방송사의 간판이자 프라임타임대 드라마로 꼽히던 월화드라마의 폐지 논의는 지상파 방송사의 어려움이 턱끝까지 찼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2006년 MBC가 월화드라마 ‘주몽’ 방송 당시 40%대 시청률에 따른 광고수익을 위해 과도한 방송시간 늘리기로 한 회를 무려 80분 가까이까지 연장하던 관행에 비춰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반대로 최근에는 현재 70분으로 편성된 드라마 시간을 50분으로 줄이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방송사들은 연례행사인 방송의 날 행사도 취소했다. 6일 한국방송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방송의 날(9월3일) 연례행사인 방송의 날 축하연을 다음 달 열지 않기로 했다. 이 협회는 40개 지상파 방송사로 꾸려진 연합체다.

MBC 노동조합은 작금의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노조는 지난달 26일 ‘주저앉아 종말을 기다릴 수는 없다’는 제목 아래 “어제 하루 MBC 광고매출액이 1억4천만 원을 기록했다. 손이 떨려 아침마다 광고 실적을 확인하기 두려울 정도다. 임직원 1700명의 지상파 방송사가 여섯 살 이보람 양의 유튜브 방송과 광고 매출이 비슷해졌으니, MBC의 경영 위기가 아니라 생존 위기가 닥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위기의 증거는 명백한데 이렇다 할 해결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KBS는 사내 비상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최근 ‘KBS 비상경영계획 2019’를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연말 사업손실이 1019억 원으로 예측이 되며 2020년 후반부터는 은행 차입금에 의존해 경영을 이어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KBS는 오는 2020년까지 프로그램 수를 현행 대비 90% 수준으로 축소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MBC도 비슷하다. 긴축재정 방침에 따라 조직 축소, 해외 지사 효율화, 파견 대상 및 업무추진비 축소, 일반 경비 긴축, 프로그램 탄력적인 편성과 제작비 효율화 등을 시행한다. 위기를 맞은 지상파 방송이 대부분 살림살이를 긴축하겠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본질적으로 경쟁력을 잃은 지상파 방송 콘텐츠의 질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지상파 방송의 ‘꽃’이라고 불렸던 드라마는 근 몇 년 사이 순식간에 tvN, JTBC 등에 주도권을 빼앗겼고 다양해진 뉴미디어 콘텐츠와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의 괄목할 만한 성장도 지상파 방송을 위협하는 요소다. 한 10년차 드라마 제작사 프로듀서는 “이미 3~4년 전부터 tvN, JTBC 등이 특히 젊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면서 드라마 부문에서 추월하기 시작했다”라며 “그럼에도 지상파 방송사들은 콘텐츠의 질적 향상에 투자하기보다는 제작사를 상대로 여전한 불공정 관행을 제시하거나 내부 이슈에 집중하면서 경쟁력이 추락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예능 외주제작사 PD도 “밖에서 볼 때는 위기가 피부로 와닿는데 ‘거대 방송사’라는 타이틀에 사로잡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 지금의 위기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역시 본질에 집중하는 힘일 것이다. 콘텐츠의 경쟁력을 키우고 조직의 힘이 엉뚱한 곳으로 분산되지 않도록 위기 타개를 위한 중지를 모으는 것이 현재 지상파 방송사들이 해야 할 일이다.

장서윤 스포츠한국 기자 사진=조은정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