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워크와 순발력 예능에서도 통했다

안정환

바야흐로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들의 전성시대다. 방송가에는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스포츠 스타들이 예능인으로 변신, 다수의 프로그램을 점령하며 입지를 굳히고 있다. 서장훈 을 비롯해 박찬호 김병현 이만기 김동현 허재 현주엽 등 이제는 손가락으로 숫자를 꼽기도 어려울 만큼 이들 스포테이너들이 방송가에 몰고 온 바람은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 이중 단연 눈에 띄는 이는 최근 ‘대세 예능’으로 떠오른 JTBC ‘뭉쳐야 찬다’의 이다. 2013년 SBS ‘정글의 법칙’을 시작으로 MBC ‘아빠 어디가’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등으로 얼굴을 알린 은 어느새 20여편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서장훈과 함께 메인 MC를 맡는 스포츠인 출신 예능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아는 이들은 아는 ‘화수분 같은 매력’을 지녔다는 그가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며 인기 방송인으로 우뚝 서게 된 이유는 뭘까?

호흡과 순발력이 중요한 단체전에 강하다

스포테이너들이 단발성 방송 출연이나 관찰 예능의 고정 게스트로 활약하는 경우는 많지만 프로그램의 주축이 되는 MC가 되기 위해서는 요구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출연진들과의 자연스러운 호흡 속에 돋보이는 순발력과 집중력이다. 방송인으로의 변신 후 의외로 친근한 ‘아재 매력’으로 승부한 그는 김용만 김성주 정형돈 등 예능인들과 찰떡 호흡을 보여주며 MC석에 안착했다. 다른 선수와의 호흡이 생명인 단체 스포츠 출신다운 면모 속에서 때로는 허를 찌르는 멘트로 남다른 순발력도 보여주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예능PD는 “은 다른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는 능력이 뛰어나고 필요한 멘트를 언제쯤 적재적소에 해야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지 순발력도 갖춘 MC”라고 평가했다.

숨길 수 없는 인간미로 시청자들에 공감대

그만의 인간적인 매력은 덤이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은 듯 때로는 아슬아슬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 그의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은 통쾌함을 선사한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축구선수 솔샤르의 포지션을 두고 네티즌과 논쟁을 벌이며 자신을 ‘축알못’(축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지칭하는 네티즌들과 설전을 벌인 내용은 방송 당시 솔샤르를 검색어 1위로 등극시키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따뜻한 인간미를 보여주는 모습은 공감대를 자아낸다. MBC ‘아빠 어디가’에서 아들인 리환이 놀이동산을 무서워하며 울자 호되게 야단치다가도 아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찡해 홀로 눈물을 보이기도 하는 장면은 ‘ 1일 1짠’이란 제목의 영상으로 편집되기도 했다. MBC ‘궁민남편’에서도 갱년기로 감정이 오락가락하는 권오중을 위해 손수 발을 씻어주는 행동은 그만의 인간미를 보여주었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는 포맷상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숨길 수 없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을 감안할 때 만의 이같은 인간미는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축구에는 가차없는 ‘프로정신’

그러면서도 자신의 전문분야인 축구에 있어서만은 가차없는 프로정신을 보여주는 것은 의외의 매력이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뭉쳐야 찬다’에서 그는 이만기 허재 양준혁 여홍철 이봉주 등 각 스포츠 분야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만든 축구팀을 이끌고 있다. 각 분야의 ‘전설’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빼어난 기량을 선보일 거라는 기대는 잠시, 오합지졸에 제멋대로 플레이를 선보이는 이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때때로 짠함을 선사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서 단 한 사람 웃지 않는 사람이 바로 이다. 선수들의 플레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분석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직언과 독설을 서슴지 않는다. 서열이 엄격한 스포츠계에서 선배에게도 축구에 대한 진지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예능프로’가 아닌 실제 도전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듯 오직 축구에 대해서는 예능기를 싹 뺀 채 때로는 경건할 정도의 프로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그의 모습은 다른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친근함과는 180도 다른 상반된 분위기를 선사하며 매력요소로 자리한다.

장서윤 스포츠한국 기자



주간한국